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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2006.06.14
조회188

...그녀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가 겁을 집어먹을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그 역시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마리아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사랑의 자유는 아무것도 요구하지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데에 있으니까.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건드리지 않고도 쾌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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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마리아의 일기

 어젯밤 랄프 하르트가 날 바라보았을 때, 그는 도둑처럼 문 하나를 열고 내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떠나면서 그는 내게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다. 오히려 은은한 장미향을 남겨놓고 갔다. 그는 도둑이 아니라 날 방문한 피앙세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산다. 욕망이 그의 보물이다. 그것이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가오게 만든다. 욕망은 내 영혼이 선택한, 너무나 강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는 마음이 동요이다.

 나는 매일 내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진실을 택한다. 나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이고 전문적이려 애쓴다. 하지만 늘 욕망을 동무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의무감 때문도, 내 생활의 외로움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 욕망은 아주 좋다.

-216p

 

그가 마리아에게 말한 것과는 달리, 그 기원은 흑사병을 몰아 내고자 했던 고행자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은 혹독한 고통도 일단 익숙해지면 자유로 가는 통행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인간이 자신을 희생해 나라와 세상을 구한다는 개념은 이집트, 로마, 그리고 페르시아에 이미 존재했다. 중국에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지상에서 신성을 대표하는 사람이 천자가 벌을 받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스파르타 최고의 전사들이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경읠르 표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채찍질을 당했고, 궁중들은 고통을 꿋꿋하게 참아내고 미래의 전장에서 용감히 싸우라고 함성을 질러 그들을 격려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사제들은 그들의 등에 난 상처를 살펴보고 그곳에서 도시의 미래를 점쳤다........

- 244p

 

마리아가 보드카와 쾌락에 취해 쓴 일기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얻었다. 나 자신이기를 그만두었을때 나는 나 자신을 찾았다. 전적인 굴욕과 복종을 경험했을 때 나는 자유로웠다. 내가 아픈 것인지, 이 모든게 하나의 꿈인지, 이런 일은 단 한 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런 것 없이도 내가 살 수 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를 또 만나 그 경험을 다시 하고 싶고 더 머릴까지 가보고 싶다.

 사실, 고통이 약간 두려웠다. 하지만 고통은 굴욕감보다는 훨씬 약했다. 그 숱한 남자들이 내 몸을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가진 후에, 그런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꼈을 때, 나는 내가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느꼈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나는 흑사병에 대해 그가 말했던 것,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고통을 바친 고행자들이 그 행위를 통해 쾌락을 찾았다는 것을 떠올랐다. 나는 인류를, 혹은 그나 나 자신을 구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

섹스의 기술은 통제력의 상실을 통제하는 기술이다.

-24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