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으로 되짚어본 대장금

서동민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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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회사의 사장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 이 회사가 채택한 멘터(Mentor)제도가 원하는 만큼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선배가 후배 한 두명을 상대로 여러모로 돌보고 지도해 주는 멘터제도는 매뉴얼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많은 조직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식경영의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 사장님은 "후배를 지도할 때 드는 비용까지 회사에서 지원하겠다고 하는데도 후배와 선배가 만나질 않는다. 그래서 얼마나 멘터와 멘티가 자주 만나는지 조사를 하겠다고 하더니 그제서야 만나더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훌륭한 멘터의 표본이 될 만한 인물로 대장금의 한상궁과 장덕이를 떠올렸습니다. 둘다 장금이를 궁중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수라간 궁녀와 의녀로 성장토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한상궁은 수라간에서 장금에게 요리를 가르칩니다. 그리고 장금에게 미각을 그릴 줄 아는 재주를 발견토록 했습니다. 그리고 장금의 인성을 다듬은 인물이기도 하지요.

대장금 전편에서 한상궁이 하던 장금의 멘터 역할은 후편에서는 제주도 출신 의녀 장덕이가 담당합니다. 장덕은 장금의 감성을 가다듬은 한상궁과는 달리 현실을 냉철하게 볼 줄 아는 이성을 개발토록한 인물입니다. 장덕이 장금에게 하는 다음과 같은 대사는 제가 봐도 업그레이드된 장금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가 돼도 되는 사람들의 특징은 열정적인 거야. 허나 중요한 건 두번째다. 현실을 알고 그 위에 서는거야. 사람을 끌어들일 줄도 알아야 하고 힘을 행사할 줄도 알아야
해."

그러나 조직에서 살면서 이처럼 두명의 훌륭한 멘터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년전 멘터제도를 도입했던 한 은행의 경우 멘터는 젊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나 배우고, 후배직원들은 10, 15년 선배들을 만나 꿀먹은 벙어리가 되면서 멘터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사실 멘터제도는 한 조직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시스템화하기 어려운 지식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식경영'식 표현을 빌리자면 암묵지를 전달하는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묵지는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하자면 '거시기' 라는 말이 가장 잘 표현합니다. '거시기 하니까, 거시기 허네, 거시기 해버려' 등등. 일본야구의 대부인 나가시마 시게오 전 요미우리 감독이 타자에게 이렇게 지도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투수의 공이 이렇게 들어오면 이렇게 보고 이렇게 치면 이렇게 나간다."저는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던데, 야구선수들은 이해를 하데요.

 


우리나라의 많은 조직들도 시스템화되지 않은 지식의 중요성을 점점 더 인식하고 멘터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화 된 지식을 이런 제도를 통해 전수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에게 지식경영을 가르쳤던 지식경영의 대가라는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시스템화하지 않은 암묵지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바(한국의 어의 장)'가 주요하다는 얘기를 거듭 강조하면서 지식 경영형 사무실 모습을 도면으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이 남는 것은 사무빌딩의 각층마다, 층 한가운데 담배도 피고 차도 마시는 휴게실을 두었던 것이었습니다. 일하다 막히면 사무실 한 가운데의 휴게공간으로 나와 담배도 피고, 고민도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방식을 배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무실 구조의 장점은 서로 다른 팀이나 부서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다른 관점에서 문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와 고종원 미국의 월스트리트에는 '불 앤 베어 (Bull and Bear)'라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월스트리트의 각 회사사람들이 모여서 의견도 나누고 아이디어도 교환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지요.



또 미국 시카고 대학은 국내 대학과는 달리 교수들의 연구실이 과별로 나눠져 있지 않고, 서로 다른 과 교수들이 뒤섞여 있다고 합니다. 경제학과 교수들이 철학과 교수를 만나서 영감을 얻고, 그러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사무실 구조를 보면 공유 공간은 줄어들고 개인공간은 넓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멘터제도도 좋기는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이 장금이와 같은 행운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사무실 구조나마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교환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용어설명*


멘토링(Mentoring)- 현장 훈련을 통한 인재 육성 활동. 즉, 회사나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1:1로 전담하여 구성원(멘티:Mentee)을 지도, 코치, 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 성장시키는 활동이다.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후견인 제도가 바로 멘토링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 제도 역시 신입 사원들의 업무에 대한 신속한 적응을 유도하고 성장 잠재력을 개발시킨다는 면에서 볼 때, 그 기본 사상은 인재 육성에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