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명칭에 관한 논란에 대해

강서령200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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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을 둘러보다 보니 붉은 악마의 명칭을 바꾸는 것에 관해 의견이 올라와 있더군요.

밑에 리플을 달았었는데 글자수가 초과되어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제 '악마'를 뜻하는 의도로 '붉은악마'라는 이름을 붙인 건 아니라는 걸 

대부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셨던 바대로 우리 국민들이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성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보면 월드컵에서 변방 신세를 면하지 못하다가

2002년을 계기로 완전 분위기가 반전되었죠.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물론 큰 기쁨이었지만

당시 온 국민이 하나 될 수 있었던 희열도 굉장히 값어치 있는 성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단결이 가능했던 것은 함께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었던 응원문화가 큰 역할을 해 주었

기 때문이었고, 그러한 한국의 응원문화를 대표하는 단체의 이름이 '붉은 악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 비로소 우리도 축제로 느끼는 월드컵이 다시 한 번 돌아왔습니다.

붉은 악마라는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지금이 가장 적절하면서도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히 토고전에서 승리하면서 16강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

고 있고, 월드컵 4강을 일구어낸 것이 단순한 운이나 홈 어드밴티지가 아니라는 의견에 많은 나라

가 동의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더 진지하고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과를 이루어 낸다면 우리 축구가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되고 그와 더불어 우리의 응원문화도 더 발전하게 되겠죠.

세계가 알아주는 축구강국으로 발전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주목받는 축구팀을 가진 나라에서 세계 사람들을 충분히 매료시킬만한 응원문화를 가

진 서포터즈 명칭이 '붉은 악마'라고 했을때, 외국 사람들에게도 악마의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이

미지'만으로 비추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안에서야 그저 이미지의 차원에서만 악마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어느 정도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외국에 보여지는, 대한민국의 응원문화를 이

끄는 서포터즈의 명칭이 'Red Devil'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악마,라는 것은 아무

리 좋게 생각해도 그다지 탐탁치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이미지를 지지한다

고 해도 말이죠. 오히려 그 공격적인 면을 부각하고 싶기 때문이라면 '붉은'이라는 색채로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포터즈의 이름은 말 그대로 나라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충분히 함축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 있

는 단어로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악마라는 이름이 상관 없다는 분도 있고 바꾸어야 한다는 분

도 있지만, 이렇게 화두로 떠오른 이상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해 보는 장이 분명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악마라는 이름 때문에 응원문화가 이상하게 변해간다는 의견도 꽤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 의견을

반박하는 의견도 보이구요. 그러나 우리가 붉은 악마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을

논의하는 건 우리의 응원문화 유지를 위해서라던가, 악마라는 이름은 기분 나쁘니까 바꿔야 한다

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어야 할 겁니다. 각자가 내세우는 이유와 의견이 어찌되었건 우리를 기쁘게

하고 환희에 젖게 했던 우리나라 축구의 발전을 희망하는 모두의 마음 위에, 정말 대한민국 축구

를 상징할 수 있는 쪽으로 서포터즈의 명칭이 바뀔 수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번이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는 두번째 월드컵이라고 했을 때, 아직은 붉은 '악

마'라는 이름이나 이미지가 뿌리깊게 기억되어 있지는 않을 수 있다고 할 겁니다. 시기적으로 보

았을 때 이름을 바꿀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독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팀을 위해서라도,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고 가장 적절한 의견들을 모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