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 탄핵관련 보도..."언론은 미쳤다"

김새롬200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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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황라열씨가 허위경력 기재 및 비민주적인 학생회 운영 등을 이유로 탄핵 되었다. 서울대에서 6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면 사실조차 무시하는가 하면 악의를 갖고 보도를 하는 듯 하다. 몇가지 문제만 간단히 짚어보겠다.

1.운동권 vs 비운동권 ?

대다수 언론들은 이번 일이 황라열씨가 비운동권(이 표현은 말 자체가 잘못된 언어)이기 때문에 운동권이 탄핵을 주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전학대회는 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 및 과 학생회장들로 구성이 된다.(황라열은 탄핵 발의 상태이기 때문에 구성원에서 제외)

그 중 2/3 이상이 참여 하였다. 솔직히 서울대 안을 들여다 보면 모든 과와 단과대를 운동권(이 표현도 말이 안되는 말)이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과 및 단과대 학생회장 개인이 아니라 각 과 및 각 단과대 학생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운동권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쳐도 운동권은 숫자가 많지 않다. 또 양보해서 많다고 치자. 서울대 전체의 2/3은 안된다.

2/3가 넘는 56명이 참가 해서 탄핵에 찬성한 사람은 51명이다. 반대는 3명뿐(2표는 무효표)이다. 상식적으로 운동권이 찬성하고 비운동권이 반대 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 그런데 언론은 운동권이 탄핵을 한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어떤 언론에서는 보궐선거 문제에 있어서 운동권이 너무 성급히 탄핵을 추진한것 아니냐?는 황당한 논리도 쉽게 등장한다.

2.과거 서울대 총학에 대한 조작된 사실보도

언론의 집중 속에서 몇가지 펙트가 전혀 말도 안되는 거짓말 내지는 허위로 된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 과거 서울대 총학에 대한것이다. 일부 언론은 03~04년 2년동안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있었다고 말 한다. 결론만 말하면 거짓말이다.

우선 서울대 총학에 비운동권 이라는 이상한 개념이 등장한것은 2000년이다. 그 뒤에 비운동권이라는 선본은 매년 낙선되었다. 2000년 총학이 얼마나 일을 못했으면 언론이 그렇게 도와주는데도 당선을 못할까?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다.

03년 서울대 총학은 당시 이라크 전쟁과 관련하여 반전 동맹휴업을 주도 하였고 파병동의안이 통과되던 4월 2일에는 국회 앞으로 학우들과 함께 몰려와서 반전운동을 하였다. 언론은 이 총학을 비운동권이라 주장한다.

반전운동은 운동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반전운동을 열심히 한 한총련은 비운동권 단체일까? 도대체 언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04년 총학은 03년 총학 집행부가 총학생회장이 되었고 한총련 보다 더 격렬하게 운동하는 전학협이라는 학생운동 단체 출신의 사람이 부총학생회장이 되었다. 이게 비운동권일까?

이런 기본적인 펙트를 무시한 언론.. 한심하다.

3.탄핵사태는 운동권의 음모인가?

서울대 학생들의 여론을 들어보면 절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서울대의 한 인터넷신문인 스누나우에 기고된 이정인님의 글(스누나우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참조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 문제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언론 문제에 대해 이제는 뭐가 대책을 고민해야 하겠다.

벌써 시작됐다. 어제 탄핵으로 총학생회장직을 상실한 황라열은, 운동권의 ‘대’ 반격에 의해 희생된 거룩한 순교자, 처연한 희생양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전부터 황라열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언론은 이번 탄핵을 ‘반운동권에 대한 운동권의 조직적 승리’라는 드라마틱한 서술로 그의 마지막마저도 ‘화려한 몰락’으로 윤색하기에 급급하다.

이해한다. 어찌됐든 ‘대한민국 최고대학’이라는 서울대가 ‘60년 역사상 최초’로 총학생회장을 탄핵시켰으니, 그 이유가 시시하다면 기자들로서는 참으로 곤란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다행이어라! 황라열이 지난 두 달간 보여준 행동은 얼마든지 소설적 개연성을 불어넣고도 남음이 있었으니, 그는 한총련을 탈퇴했으며, 아크로폴리스 집회를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말했고, 그에 항의하는 단대학생회장들을 향해 총운위 개최 거부라는 강경카드를 꺼내들었으며 급기야 전대 운동권 총학에 대한 ‘뒷돈거래’ 의혹까지 터뜨려버린 것이다. 상상력 넘치는 우리 ‘기자님’들은 익명 취재원의 입을 빌어 말한다. "한총련 탈퇴 선언 며칠 뒤부터 황씨 이력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 얼마나 극적인가! 황라열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자못 장렬하기까지 하다. “학생사회를 바꿔 보고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학생회를 만들고자 출마해 당선됐지만 이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점이 아쉽다.” 꿈! 학생사회를 ‘개혁’하려던 그가 ‘운동권의 ‘조직적 반발’에 부딪쳐 그 꿈을 접어야 했다는 것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탓에, ‘웅대한 꿈을 못 다 펼친 채’ 쓸쓸히 퇴장하는 선각자의 모습마저 떠올라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학생사회의 ‘상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 준 황라열

하긴, 황라열로 인해 서울대 학생사회는 앞으로 정말 많이 바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선관위와 언론은 후보자의 소소한 이력에서부터 시작해 범죄전과기록까지 샅샅이 뒤져야 할 것이다. 총학생회장 후보가 거짓이력을 내세우리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총학생회장이 성인도박게임회사 현직 대리로 일하고 있는 줄은 누가 꿈에서라도 알았겠는가.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전직 ‘약장수’가 ‘그 약장수’로 ‘오해받을 우려’(그의 표현을 빌리자면)가 있다는 불경스런 생각을 그 누가 감히 할 수 있었겠는가.

그뿐인가. 학내 언론은 이제 모든 인터뷰 시 녹음기를 지참하고 취재원이 ‘오프 더 레코드’를 걸었는지 않았는지 친절하게 확인하며 기사를 써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 정도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대자보를 붙일 때도 그 내용이 ‘명예훼손죄’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한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웬만한 ‘법무팀’에 필적할 만한 ‘실력 있는 변호사’를 알아본 뒤 비로소 결단을 내리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정말이지, 황라열은 학생사회에 통용되던 ‘상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그의 ‘일일보고’는 분명 평가받을 만한 업적이다. 기존의 운동권 학생회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던 학생들은 황라열의 ‘일일보고’에 열광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참신했던 ‘일일보고’의 친근한 수다체 행간에 기존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조롱과 불신이 교묘하게 배어들기 시작했다.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라는 예고성 멘트는, 서울대 학생들을 ‘민주주의적 참여 주체’가 아닌 ‘오락 경기의 관중’으로 전락시켰다. 총학의 공식 사무를 ‘보고’해야 하는 일일 보고는 심지어 총학생회실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바꿨다는 것마저 세세히 보고함으로써 “우리는 운동권 학생회와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여론호도수단으로 변질됐고, 급기야 아직 인준도 받지 않은 사무국장 예정자는 ‘평택 치료비’에 대한 자신의 사적 의견마저 ‘총학생회 일일 보고’를 빌어 드러내는 오만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소위 ‘운동권’에 대한 단순한 반발감과 황라열의 과오 헷갈리지 말아야

세 가지 탄핵 사유 중 거짓이력과 관련한 비도덕성을 제외한 ‘한총련 탈퇴에 있어서의 비민주성’과 ‘학생구성원간의 단결 저해’에 대해 말이 많다. 그러나, 제발. 황라열이 지금까지 ‘초강경 반운동권’을 표방하며 운동권을 마구 압박했던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와 황라열이 저지른 명백한 비민주적 행위를 헷갈리지는 말자. 솔직히 나도, 걸핏하면 가르치려 들고,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를 연발하는 소위 ‘운동권’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았다. 아크로폴리스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총운위를 열지 않는다고 했을 때 일말의 통쾌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라열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좋든 싫든 단과대 학생회장들도 각 단과대의 지지로 당선된 민주주의적 대표자들이므로, 황라열에게는 그들의 의사를 존중할 의무가 있었으며 ‘한총련 탈퇴 기자회견’이나 ‘아크로 집회 금지’ 같은 사안은 분명히 그들과 함께 논의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황라열의 당선은 그의 공약에 대한 지지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지지를 받은 공약실천에 앞서 그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함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다.(만일 총운위가 그러한 절차를 실천하기 부적절한 곳이었다고 판단했다면 학생회칙을 먼저 개정해야 했다.)

‘학내구성원간의 단결 저해’라는 탄핵 사유 역시 납득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P사-연대회의 뒷돈거래 커넥션’ 제기는 기성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대형 게이트 폭로를 보는 듯 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증거가 없었다. 이를 비판하는 <대학신문>에 대해 황라열의 49대 총학은 ‘명백한 오보’, ‘총학에 대한 명예 훼손’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총학은 ‘서울신문’에 P사의 허위공문 달랑 한 장을 보도할 것을 허락했지만, 대체 P사가 허위공문을 작성한 것과 전대 총학의 ‘뒷돈거래’ 사이에 어떤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 ‘심증’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심증’만으로 기자회견에서 ‘뒷돈거래’ 의혹을 터뜨리는 일은 ‘상식’적으로 드물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뒷돈거래’ 의혹을 믿고 역대 총학들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정에 나가도 60~70% 이길 수 있다’는 황라열의 증거는 끝내 나오지 않았고, 청문회 때 황라열은 “대학신문에도 사과드린다.”며 “성급한 의혹 제기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주최한 학내 7개 언론사는 P사의 허위 공문이 ‘뒷돈거래’의 증거로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도, ‘뒷돈거래’ 의혹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운동권’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혐오에 더해서, 아니 그 혐오 때문에 말이다.


‘탄핵’은 총학생회에 대한 서울대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극약 처방이었다

이상이 황라열이 지난 두 달간 총학생회장으로서 걸었던 행보다. 서울대에는 분명히 ‘운동권’과 ‘일반학우’라는 이분법이 이전부터 존재하긴 했다. 그것을 나누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긴 했지만, 기존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불만도 뿌리가 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존 운동권 학생회가 지나치게 외부 사안에 몰두했던 것도 사실이고, 이에 대해 비판도 오래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극적인 대립구도로 만든 것은 황라열이다. 학생사회에서 상상조차 어려운 ‘뒷돈거래’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황라열은 그 대립구도의 선을 명확히 긋고자 했고, 많은 이들이 그 명확한 선긋기에 또 한 번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대립구도 덕분에 그는 ‘운동권의 대 반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무너진 ‘영웅’으로 미화되고 있다.

이해한다. 한총련 탈퇴 선언은 ‘뜻있는 젊은이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칭송했던 언론이 그의 갑작스러운 탄핵이라는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운동권의 대 반격’이라는 그럴듯한 소설적 장치 정도는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솔직히, ‘한총련 탈퇴’를 1면에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던 신문들은, 그 역사적 선언의 주인공이 단지 ‘거짓이력’이라는 구질구질한 이유로 마침내 탄핵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가 너무너무너무 쪽팔릴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라는 자리에 앉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었다. 그가 ‘거짓이력’을 내세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같은 서울대 학생으로서 수치스러웠다. 밝혀진 즉시 사퇴해야 했다. 그러나 이후 그가 보여준 거듭되는 말바꾸기는 그와 성씨가 같은 한 과학자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했고, 청문회 당시 그가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는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전학대회에서 그가 탄핵된 것은 서울대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극약 처방이었다.

다시는, 다시는, 서울대에 그와 같은 총학생회장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온갖 거짓말을 일삼고, ‘탈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대자보를 이유로 같은 학교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자신이 다니는 도박게임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자기네 학교 학보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친절하게 예고해 주는 그런 총학생회장이 다시는 서울대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대 총학의 역사적 상징성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잠시나마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몹시도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