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서신-

안태원200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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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마음만 있으면

 

 저는 지하철 애용자입니다만 몇주 전 모처럼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예찬론자인 아내와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홍익대 앞에서 잠시 멈춘 버스가 막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운전석 쪽에서 "승객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흔히 듣는, 판에 박은 외판사원의 인사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 억양에 보통 장사꾼과는 달리 매우 예의가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그 소리가 여성의 음성이었기 때문입니다.

 1미터 5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 다소 땅땅해 보이는 여자는 '향토 야학을 위한 자원 대학생 모금함'이라 쓰여진 하얀 함을 든 채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저는 oo대학생입니다. 여자의 신분으로 도저히 이처럼 여러분 앞에 설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낮에는 땀흘려 일하고 밤이 되면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 없이 공부하고자 애쓰는 근로 청소년들의 삶의 태도가 저로 하여금 이처럼 버속 속에서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지식을 가르쳐 주지만 그들은 제게 인생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바로 야학에 봉사하고 있는 여대생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들의 야학이 지속될 수 있도록 깨엿 하나를 천 원에 사주든지, 아니면 백원짜리 동전 한 닢을 넣어줄 것을 정중하게 부탁하며 말을 끝맺었습니다. 그녀가 우리 앞에 다가왔을 때 아내는 예브게 포장된 깨엿 두개를 사서 하나는 자기 주머니에, 나머지는 나의 주머니에 가만히 넣어 두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여대생이 근로 청소년들에게 인생을 배웠듯이, 우리에게 마음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것이 우리의 선생님이 됩니다. 끝없이 긴 순례의 길을 행하면서 숱한 사람에게 생명을 공급하는 물을 통하여, 이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모두 그 가슴에 안고 정화시켜 주는 흙을 통하여, 오염된 공기를 자신의 몸으로 깨끗케 해 주는 나무를 통하여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울 마음이 없는 자에게 그것들은 그저 물, 흙, 나무 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합니다. 그와 같은 사람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옆에 두고서도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을 가리켜 '돼지'라 부르십니다. 지금 나의 모습이 혹 사람 옷을 입은 돼지의 형상은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