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붉은 악마 논란?

고승연2006.06.17
조회414

붉은 악마라는 명칭으로 다시 논란이 종종 벌어진다.

 

아까 한 사람이 광장에 올린 글에 정중한 반론을 올렸으나...

 

본인실수인건지 어쩐건지 삭제되는 바람에 다시금 그 반론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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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단어, 명칭 등은 반드시 그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어떠어떠한 단어에는 이러한 역사가 있으니 지켜야

 

한다는 그런 말이 결코 아니다.

 

우선, "붉은 악마"라는 말의 유래부터 보도록 하자. 이는 많이

 

알려지긴 했으니 간단하게만 짚어보자. 83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에 말그대로 세상을 깜딱 놀라게(물론 청소년대회는 그다지 많이

 

놀라지는 않는다만, 이변도 많고)한 우리 청소년 대표팀에게

 

특유의 벌떼축구로 섬뜩하게 뻘건 유니폼 입고 강팀들

 

잡아낸다고 외신이 붙인 별명이다. 정확하게는 붉은 악령

 

(red furies)이다. 여기에는 미지의 동양인들에 대한 무지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어느정도의 비하도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 뒤, 좀더 순화된 붉은 악마라는 표현으로 한국에서 종종

 

한국팀이 잘 나갈때 언론이 써먹는 말이 된다. 악마(devil)가

 

악령(furies)과 영어적 어감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번역되어서 한국에서 통용되면 달라진다. 이 이야기는

 

조금있다 다시하고. 어쨌든 그러던 와중 97년 즉,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조별예선을 치루면서부터 '붉은악마'응원단의

 

본격적 등장과 함께 '붉은 악마'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대화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된다. 붉은 악마는 하이텔 동호회 중심으로

 

썰렁한 k-리그 지켜주는 그 서포터스들의 축구사랑이 세계적

 

대세가 된 옷 맞춰입고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문화에 맞추어

 

(아마 울트라 닛뽄이 많이 자극했을 듯 하다) 붉은악마 라는

 

국가대표팀 서포터스를 출범시키면서, 그땐 단지 좀 더 열광적인

 

서포터스를 의미하는 정도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홈에서 열린

 

2002년 대대적인 거리응원속에 자발적으로 붉은 티를 입고 모인

 

사람들이 "나도 붉은 악마다"라고 외치며 붉은악마와 함께

 

즐겁게 축제한판을 벌여내면서 "대한민국 응원= 붉은 악마"라는

 

나름의 공식이 사람들 머리속에 박히게 된다.(이때 대략 어이

 

상실하고 등장하는 것이 화이트 엔젤스라는 건데...참....)

 

또 붉은악마는 이러한 유래 속에서 좀 다른 부분을 도입하는데

 

그게 바로 치우천황이라는 거다. 십수년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역사서 환단고기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배달국 14대 치우

 

천황이 무패의 신화이고, 마치 도깨비와 같은 무서운 명장이었던

 

탓에, 이 이미지를 차용하여 더더욱 붉은 악마가 한국적인

 

붉은 악마가 된다.

 

자 그럼 한국적인 의미의 붉은 '악마'가 어떤 뉘앙스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자. 아마 '악마'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는 대부분의 사람들

 

은 서구적 의미(서구문화와 사상의 양대 바탕 중 하나는 히브라

 

이즘 이고 이러한 성경적 의미의 악마)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즉, 선/악 구도를 가진 성경적 세계관에서 타락천사 루시퍼로

 

대변되는 '악'의 이미지는 절대자 하나님에게 맞서는 말그대로

 

악의 존재이고 형상화되는 이미지 역시 무시무시하고, 황야에서

 

예수 못박혀 돌아가시 전까지도 유혹하는 절대적 악의 실체이다.

 

그러나 이 악마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게된다.

 

즉, 애초에 기독교 문화권의 국가가 아닌 탓에, 악마라는 말이

 

또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다. 자 다음 문장을 보자.

 

"아후~ 너 또 장난친거야? 완죤 앙마 같으니라구.."

 

자..짖궃게 장난하는 개구장이 미운 7살 아이한테 정감어린

 

표현이 될수 있지 않는가? 여기에서 악마는 루시퍼, 사탄이

 

아니다. 이건 장난끼 가득한 아기 도깨비이다. 근데 만약

 

영어로 "OH~you little devil!" 이라고 웃으면서 말해보라

 

서양애한테...부모한테 신고당하거나 뺨맞는다.

 

의미가 다르다. 뉘앙스 차이인거다.

 

마치 한국말로 " 이 사탄아! 악귀야" 이러는것과 같은

 

의미가 되지 않는가? 일례로 예전 둘리를 그리신 김수정

 

작가가 "작은 악마 동동"이라는 만화를 그린적 있다.

 

그 때의 악마 역시 장난꾸러기 아기 도깨비의 이미지였다. 

 

이쯤에서 반론나올때 되었다 안다.

 

그럼 외국인들이 볼때 뭐라구 하겠냐는? 스스로 devil이라니...

 

자, 유럽인들이 볼때 첨 보면 섬뜩할 수 있다. 쟤네는 왜

 

스스로 데블이라구 하는고얌? 이러면서. 플레이를 보니

 

독한놈들이기는 하네..이미지는 강렬하네..아 그래서 그런가보네

 

어라? 응원문화는 디따 깔끔한데? 야..쿨한 데블인가보군..

 

이런 사고의 흐름인거다.

 

왜냐, 우리는 걔네들의 입장에서 볼때 아시아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온 애들이고, 강렬한 인상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게

 

된다. 옆집 사는 서양 아줌마 부부의 개구쟁이 아들한테

 

devil이라고 호명하는것과는 완전히 다른 논리전개가 펼쳐진다는

 

거다. 예를들어 우리가 혐오하는 표현인 악귀라는 표현을

 

우리와 똑같은 한글을 쓰는 나라들이 디따 많다고 치고

 

우리가 잘 모르는 세계에서 "퍼런 악귀들"이라는 응원단이

 

왔다고 치자. 우리들의 첫 반응  " 악귀들?" 뭐야..쟤넨?

 

와..플레이기 진짜 물고늘어지고..독하네...반칙하는거

 

같진 않은데, 참 독한놈들이다. 꼭 넘어져도 상대팀 퇴장

 

시키고...대단한넘들..응원단들 매너도 깔끔하고 괜찮네

 

으스스하고..'퍼런악귀'...저 팀, 저 응원단 조심해야지.

 

대충 이렇지 않겠는가? 아까 잠깐 치우 이야기를 하면서

 

그 도깨비의 이미지가 외부적으로는 '악마'라는 좀더

 

강렬한 이미지로 승화되었고 그것이 '붉은 악마'라는

 

응원단 명칭이 계속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악마라는 명칭으로 인해, 우리가 스스로 악마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일단 대부분 스스로를 붉은 악마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붉은 악마의 '악마'

 

이미지를 성경적 절대악의 '악마'로 보지 않는 다는 점에서

 

내가 절대악의 상징인 '악마'이기 때문에 점점 악마스러운

 

행동으로 무의식적으로 할 가능성은 없다.(좀 당황스러운

 

논리라 반박하기에도 당황스럽다.) 지금 망가진 거리 응원의

 

모습에서 그러한 것을 본다는 것 역시 본질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지금 망가진 거리응원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응원의

 

이벤트화 이다. 개념없는 공공기관과 돈에 미친 기업이 자발적

 

으로 형성되는 '광장'이라는 광의의 개념을 협의의 '물리적 광장'

 

으로 제한하며 사용권을 주네 마네 하면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어느 기사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누구도 행사장에 가서

 

떨어진 쓰레기를 줍지 않는다, 왜냐, 그 행사장에서 그 사람은

 

주최측이 아닌 손님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스스로 응원이 좋고, 광장에 모여 함께 목청껏 외치는 게 좋았던

 

사람들은 스스로가 주인이었고 자신들이 다시 모여 외칠

 

그 물리적 공간 역시 소중히 여겼다. 지금은? 기업에서 용역불러

 

통제하고 있다면, 그 광장은 그 통제의 강약과 관계없이

 

이미 죽어버린다. 무대가 설치되고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는 순간

 

광장은 힘을 잃는 것이다.

 

거리응원이 망가지는 두 번째 이유는, 축제 분위기에 편승한

 

단순 일탈의 발생이다. 이는 실상 '축제'가 감수해야할 부분이긴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며 반드시 자정되어야하고

 

그럴 수 있다. 이는 일종의 부정적 학습효과에 의한 것인데,

 

4년전 그냥 응원하는거 재밌고, 광장에 모이는게 즐거워서

 

나타났던 사람들 중 일부가 어느정도의 일탈행위, 범법에

 

가까운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다만 워낙 흥분되고 모두가

 

미칠듯이 기쁜 그 상황에서 상당히 관대해진 분위기가 있었고

 

이에, 그 때 그 맛을 본 일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일탈행위

 

를 벌이고 있다고 보면된다. 내가보기에 이 문제는 경찰의

 

단속강화와 그 보다 더 무서운, 상식을 가진 시민들에 의해서

 

자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제, 마지막 반론이다.

 

실상,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우리가 굳이 '붉은 악마'의

 

명칭 개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이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 응원 = 붉은 악마 라는 상징의 공공성이 존재하는 상태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붉은 악마는 서포터스 중 하나이다. 또한

 

98년 벨기에전 관람기 등을 한번 찾아보라. 그것들을 보면,

 

실제 축구사랑 하나로 뭉친 그들이 그 힘든 시절 어렵게 비행기

 

표 끊어가며 처참하게 지는 대한민국 팀을 그래도 열심히 끝까지

 

서포트하며 다닌 눈물겨운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상업성 어쩌구

 

하면서 무지들 욕먹지만, 사실 그건 붉은 악마 조직을 이용해 먹으

 

려던 기업들 책임이 더 크다. 붉은 악마를 만든, 아니 지금 실제

 

가입하고 활동하는 그 분들이 명칭을 개정하겠다면, 실제

 

내가 개입할 명분도 없지만, 있다해도 찬성할 것이다. 어차피

 

나는 그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진 응원문화에 무임승차한

 

사람일 뿐이고,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