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이란 틀에 얽매인 자들이 <주몽>을 죽이려한다

여정민200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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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의 드라마 <주몽>은 시청률 30%를 너끈히 넘으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고사 관련 이야기 소재가 리드미컬한 극 전개속도, 뛰어난 카메라 워크,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에 맞물려 부여사 및 고구려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급증시키고 있다.

 

 하지만 참으로 썡뚱맞게도 최근의 일부 사이비 사학자들이 '사극'이라는 틀에 얽매여 드라마 <주몽>을 죽이려 하고 있다.(나는 절대로 '사극'이란 용어를 쓰지 않겠다.사극이 아니니까) 그러면서 우습게도, 역사서가 아닌 <환단고기>라는 중세의 잡서를 들먹이면서 MBC가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며 호도하고 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지렁이 찜쪄먹는 소리인가?

 

 일단, <주몽>이 사극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이 드라마를 '사극'이라는 틀 안에 끼워 넣을 수 있을까?

 

 슬프게도, 이 드라마는 원천적으로 사극이란 장르에 몸 담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극이라면 정사(正史)에 기초하여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데 주몽 전설에 대한 정사는 무엇인가? 누누히 말하지만 <환단고기>같은 돼먹지 않은 현혹서를 들이대면서 정사를 논한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라. <환단고기>가 삼국시대 때 지어진 책이기만 하더라도 아무 비판 않겠다. 하지만 20세기에 지어진 책이 어찌 그리도 머나먼 상고사에 대한 서술을 물 흘러가듯 할 수 있단 말인가? <환단고기>를 받드는 사학자들이 배달국이나 환국의 존재를 뒷받침할 유물 한 조각이라도 제대로 찾아내었는가?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현혹서를 가지고 인터넷 공간 여기저기서 우리 민족의 역사가 훼손 되었느니 뭐니 하는 꼴을 보면 참으로 불쌍하기가 그지없다.

 

 그렇다면 주몽 설화에 대한 정사 실마리는 무엇인가? 기껏해야 삼국유사에 몇 줄 실린 설화가 아닌가. 천제의 아들 해모수...그것도 고구려 건국신화에선 주몽의 아버지로 나오고 동부여 건국사에선 해부루의 아버지로 나온다. 이를 보아 해모수란 이름은 특정 인물의 이름이 아닌 어떤 신격화된 존재를 칭하는 명사임을 알 수 있다. 유화가 낳은 알, 주몽의 길을 열어준 자라와 물고기들...이 모든 것들을 '정사'라고 칭하면서 드라마 <주몽>에 대해 그것들을 완벽히 묘사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안 됐지만, 강요할 수 없는 것 잘 알고 있잖은가.

 

요즘 같은 세상에, 오룡거를 타고 내려오는 플레이보이 해모수가 존재했노라고 비주얼 묘사를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인가? 걸음마도 제대로 못 하는 애가 활을 잘 쏜다는 것이 말이 될까? 더욱이, 강물을 눈 앞에 두고 자라와 물고기가 무더기도 떠올라 길을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를 21세기의 TV 드라마 안에서 비주얼로 묘사되어야만 하는가?

 

 그렇게 묘사한다고 해도, 그걸 사극이라고 볼 수 있는가? 판타지지.

 

결국 <주몽>이 갈 길은 역사적 배경과 불완전한 설화를 등에 업은 판타지 드라마로서의 길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불완전한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메우려는 작가의 뛰어난 창의적 정신의 결과이고, 나는 이것을 매우 환영한다.

 

 얼마 전에 OCN에서 종영한 드라마 <ROME>을 보라. 정말로 로마 역사에서 티투스 풀로가 어린 아우구스투스를 구했는가? 정녕 루시우스 보레누스가 카이사르를 호위하다가 부인의 외도를 알고 집으로 돌아갔는가? <ROME>은 극 중 허구인물을 주인공 삼고 역사적인 인물들(그것도 초특급 거물들)을 조연 삼아 이야기를 당당히 이끌어 나간다. 우리나라 사극에서 역사적 인물을 주연 삼고, 상상의 인물은 기껏해야 '약방의 감초' 역할에 머무르게 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우리는 정녕 <ROME>과 같은 뛰어난 상상력의 산물을 맞아들일 자세가 안 되었는가? 그와 같은 산물이 바로 우리 눈 앞에 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