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행위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힘, 이경규의 ''돌아온'' 몰래카메라

김오달2006.06.18
조회641
범죄행위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힘, 이경규의 ''돌아온'' 몰래카메라

'일요일 일요일밤에(이하 일밤)'은 MBC의 대표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논란은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코너들로 시청자들에게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한동안 잠잠하던 명실상부 '일밤'이 낳은 불세출의 스타 '이경규'가 가세하고 난 후로는 시청률에서나 네티즌을 비롯한 시청자들의 반응에서나 조금은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이경규'라는 캐릭터... 개인적으로 참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코메디언 중 하나였다. '양심냉장고'로 대변되는 착한 이미지는 최근 있은 일밤 컴백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나에게 '이경규'라는 캐릭터에 호감을 갖고 있게 만든 힘이었다. '대단한 도전'에서 어떻게든 몸을 사리며 후배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김용만과 각을 새워 매일 난투를 벌여도, 나이지긋한 악동의 장난쯤으로 웃어넘길 수 있었다.

이후 이경규가 주축이 되어 진행한 코너가 몇 개 있다. '일밤' 자체를 그렇게 챙겨보지 않아서 일일히 나열하기 힘들지만 그 수많은 코너의 수명만을 놓고 얘기하자면 2달을 채 넘기지 못한 코너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밤' 게시판을 통해 확인 바란다)

최근 '일밤'에서의 '코너 단명'은 비단 이경규가 진두지휘한 코너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의 코너만 문제제기 하는 이유는 '진호야 사랑해~'등을 비롯한 여타 코너들이 시청률 부진으로 제작진 스스로 코너를 종영한 반면, 이경규가 진두지휘한 코너들은 대부분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의해 종영되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상상원정대'라는 코너이다)

이러한 이경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MBC는 '일밤'의 부진한 시청률 제고를 위해 또다시 이경규 카드를 든다. (프로그램의 성격은 다르지만, 이 점에서 KBS의 '개그콘서트'가 인기가 높은 기존 코메디언들에 메달리지 않고 신인이든 기성이든 능력에 따른 기용을 한 것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불렀다는 점은 주목할 점이다)

이경규로 돌아가서... 이렇게 장황하게 이경규와 '일밤'의 상관관계를 늘어놓은 것은 최근 '초버라이어티 럭셔리 스펙터클 서스팬스'로 부활한 '돌아온 몰래카메라(이하 돌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해서다.

'몰래카메라'라는 상황 자체를 그리 즐겨하지 않아서 '돌카' 컴백후 제대로 시청한 프로그램은 몇 편 안되지만, 그나마 최근에 시청한 두 편의 '돌카'는 정말이지 '너무하다'는 생각을 넘어 이건 '범죄'라고 봐도 할 말 없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 첫번째 작품(?)은 개그맨 정형돈의 '돌카'...

'몰래카메라'의 컨셉 자체가 주변의 모든 사람이 한사람을 둘러싸고 '바보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고, 그 '바보 만들기'의 성패가 코너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지만, 정말 해도 될게 있고, 해서는 절대 안되는 선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장난에도 정도라는게 있다는 것이다.

한창 잘나가는 섹시컨셉의 여자가수를 섭외해 가짜로 고백을 받게 만드는...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악질적인 그런 짓을, '뚱뚱하고 비호감인' 남성 개그맨에게 '한때 잘 나가던 에로배우'였던 여성 가수가 가짜로 고백하게 만드는 시츄에이션... 이게 정상인가?

애초에 당하는 쪽이 정형돈이 아니었다면... 거짓고백을 하는 쪽이 그 여가수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획이 나왔을까?

여기서 '일밤'은 '돌카'가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고야 말았다. 당하는 사람이야 어떤 마음의 상처를 받던지 말던지 시청률만 올리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기획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범죄행위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힘, 이경규의 ''돌아온'' 몰래카메라

내가 이 장황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위 사진에 등장한 가수 신지의 6월 4일 '돌카'때문이었다.

신지의 '돌카'가 방영된 다음 날, 각종 포털사이트 뉴스메인엔 코요태’ 신지 `극성 팬` 몰카에 눈물 이란 제하의 기사가 위 사진과 함께 걸렸다.

참... 기자들 제목 뽑는 실력이야 말해 무엇하랴만은... 암튼 이건 무슨 낚시질인가 해서 클릭해봤더니,'일밤'의 '초버라이어티 럭셔리 스펙터클 서스팬스' 코너인 '돌카'가 평소 '눈치 9단'으로 잘 속아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가수 신지를 속이기 위해 장장 3일간 열성팬을 가장한 스토커에게 시달리게 했다는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천인공노할 일인가? '스토킹'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당하는 이에게 엄청난 정신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도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이다. 그 얄궂은 시청자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이제 막 팀을 떠나 솔로로 활동을 시작해 안그래도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게 뻔한 여자가수의 인권쯤이야 마구마구 헤집어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니들 말대로 신지가 성격이 좋아서 아무 문제 없으리라 여긴건지는 모르지만, 경찰서에 가서 고소를 당해도 니들 제작진은 할 말 없음이다.

하긴 신지의 '돌카'를 보고 "왜 인터뷰 안하냐?", "역시 생긴대로 4가지 없네..." 식의 리플을 다는게 고작해야 네티즌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니...

나야말로 할 말 없음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