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개 이야기

조경실2006.06.19
조회30
[영화] 우리개 이야기

사람보다 더욱 인간적이어서 감동을 주고 

가슴을 짠하게 적시는 개들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타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랑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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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개 이야기는 그냥 개가 좋아서 보아야겠다고 결심한 영화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내가 개만 보면 개처럼 날뛴다는 것을--)

 

이누도 잇신이 감독이고, 여러 개가 주인공인데, 사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넘 코믹해서 코미디영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요지는 개들이 가르쳐주는 사랑의 메시지다.

 

비록 '개 언어 통역기'를 통해 전해진 그들의 말은

"야 이 민둥머리야, 대머리야" 하고 사람을 놀려대는 것이었지만,

그건 그냥 영화적인 재미를 위한 것이었거나..

쓸 데 없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 결국은 상처만 받는,

사람의 어리석음에 대한 풍자였을 수도 있겠다.

 

이 영화에서 말 하고 싶은 것은 누가 봐도 '사랑'이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눈물이 많이 나는 건 마지막 에피소드 '마리모 이야기'였지만, 그건 누구나 다 공감하는 것이었을 거고.. 시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에피소드 '포치'라는 개의 이야기에 놓쳐서는 안 될 영화의 메시지가 숨어있다.

 

 

포치는 주인이 없는 길견이었다. 그러나 길견 포치에게도 함께 놀던 친구가 있었다. 야마다군은 요양생활차 시골로 전학을 온 소년이다. 둘은 늘 함께 공놀이를 하고, 팥빵을 나누어 먹곤 했었다.

 

어느 날, 병약했던 야마다 군이 긴급 수술로 마을을 떠나게 된다. 야속한 시간은 무심히 흐르지만 포치의 기억에서 야마다군은 흘러가지 않는다. 여기에서부터 옛 주인을 찾아 떠나는 포치의 여행기가 시작된다.

 

길견으로 살아가던 포치, 어느 날 놀이터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널 계속 만나는 것 보다 차라리 이 개랑 사랑을 하겠어!' 라며 애인을 차버린 여자의 '이 개'가 되어, 그녀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여자는 좀 피곤한 타입인데, 본인은 절대 알 리가 없다. 그래서 포치에게 옛 애인의 사랑을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는다. 그러다 급기야 감정이 폭발해버리고, 여자는 목놓아 엉엉 운다. 사랑을 하고는 싶은데, 그게 맘대로 되질 않으니 힘이 드는 것이다.

 

 

 

 

 

"포치, 그 지저분한 공 버리고 새거로 놀자~"

 

 

 

 

 

그러나 듣는 체도 안 하는 포치. 여자도 삐지고, 포치도 삐진다.

낡은 야구공은 하나뿐인 주인이자 친구였던 야마다와의 추억이 들어있는 공인데, 여자가 그걸 몰라주니 섭섭할 수 밖에. 옛 주인에 대한 기억은 잊고 이젠 내 개가 되어주면 좋겠는데, 자꾸 옛날 것을 고집하니 섭섭할 수 밖에.

섭섭함과 오해 또한, 사랑처럼 공존하고 교류되는 감정이다.

 

 

그러던 포치가, 엉엉 우는 여자 앞에서 새 공을 물고 그녀를 빤히 쳐다본다. 울지 말고 같이 놀아달라는거다. 그녀를 인정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다. 여자는 포치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고, 사랑받는 방법을 알았다. 엔딩은 옛 애인의 사랑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해피스토리^_^

 

 

개들의 사랑은 솔직하다. 개들의 사랑은 꾸밈이 없고 솔직하다.

감정의 소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고

가식적인 말보다 진실한 행동 하나라는 걸, 개들은 알고 있다.

 

사람보다 더욱 인간적이어서 감동을 주고 가슴이 짠해졌던,

포치의 명장면.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진하게 압축해 낸 장면이 바로 위의 사진. 타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랑아닐까? 하고 되묻는 장면이었다.

 

여자는 포치가 마음을 열어 준 것에 감동하고 기뻐했는데,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영화] 우리개 이야기

 

 

 

 

 

그런데 개의 입장에서 가슴이 아픈 건,

사람이 개를 잊어갈 때 조차도, 그 개는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 잊어버리는 이는 잊음을 당하는 이가 겪는 아픔을 모르는 법이다. 왜냐하면, 그것조차도 잊고 있으니까.

 

야마다는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에, 몸과 마음이 고단해져서야 포치의 존재를 기억해낸다. 하지만 포치는 죽는 날까지 야마다를 잊은 적이 없었다......  늙은 포치는 어린 시절의 야마다와 다시 만나는 행복한 꿈을 꾸고 죽는다.

 

야마다에게 포치는 과거였다. 그러나 포치에게 야마다는 언제나 '현재'였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내용과 형식으로 가슴을 수분 100%로 채워주는 영화다. 가슴이 촉촉하면 곰팡이가 슨다고, 건조해져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요즈음의 나는 이렇게 예쁘고 슬픈 얘기들이 좋다. 나의 가슴은 너무 메말라 부르틀 지경이다-_-;;;;

 

일본영화 특유의 엉뚱한 발상과 자유분방한 형식도 지루함을 덜어주는 요소.  DVD 구매 1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