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그녀는

유명옥200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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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그녀는

 

비가 옵니다...

창문에 한방울 한방울 부딪혀 흐르는 빗줄기를 지금 그녀와 함께 보고 있습니다.

제 앞에 앉아 있는 그녀는 창문에 흐르는 빗물 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랫 입술을 깨물며 우는 바람에 애꿎은 아랫입술이 터져 피가 흐릅니다.

하얀 블라우스에 그녀의 붉은 핏물이 작은 원을 그리며 떨어집니다.

전 그녀의 눈물도, 피도 닦아 줄 수 없습니다.

제 안주머니엔 그녀를 위해 접어둔 손수건도 있고, 삼각형으로 꽂혀있는 휴지도 있지만

전 아무것도 할수 없습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3시간. 5시간이 지나 이젠 창밖의 풍경이 어두워졌습니다

 창밖의 풍경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울고 있습니다.

사람이 이토록 오랜 시간 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지쳐 있을 있을 겁니다.

가여운 그녀.

그러나 전 지금도 아무말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녀가 우는데 방해가 될까봐, 그녀가 절 보고 창피해 할까봐,

아무말도 아무 행동도 안하고 그녀 앞에 마네킹처럼 앉아 있습니다.

그후로 그녀의 눈물은 조금씩 줄어 들었고 그녀가 들리듯 말듯 작은 숨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처음 이곳에 와서 시켜 놓았던 따뜻했던 커피, 지금은 식어버린 커피

한모금을 마십니다.

이젠 저도 숨을 크게 하지만 그녀보단 작게 쉬어도 될듯 합니다.

이넓은 공간에서 내가 들이마실 공기는 턱없이 부족 합니다.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그녀가 조금더 울었더라면 아마 산소부적으로 뇌가 멈추었을테고 그럼 심장마비가 올테고 그럼

 아마도 전...

하지만 지금 저는 숨을 쉬고 있습니다. 그녀 덕분에...

그녀가 제앞에서 우는것을 보는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마 그때도 지금처럼 몇시간을 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제가 볼수있는곳에서 말이죠.

 

그녀와 전 한동네,같은학교,같은반, 그녀는 21번, 전 23번. 그녀는 교실 창문쪽으로 5번째줄. 저는 그녀와 반대로 복도쪽으로 5번째 줄.

비슷한게 많았습니다. 그녀가 저의 집을 지나는 시간은 7시 5분. 전 그녀보다 1분 늦은 7시 6분에 집을 나섭니다.

1분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두고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모든것을 볼수있습니다.버스를 타러 가는길.

그녀는 은정이네 슈퍼에 들려 300원짜리 껌을 삽니다

 많고 많은 슈퍼중에 왜하필 은정이네 슈퍼냐면 그녀의 이름이랑

 같기 때문입니다. 껌을 사고 나온 그녀는 이번엔 슈퍼에서 10발자국이 조금 안되는 샾 앞에 멈춥니다. 쇼윈도 마네킹이 어떤옷을 입었는지 보고 마치 채점을 매기듯 마네킹에게 점수를 줍니다.

오늘 마네킹의 점수는 72점. 니트티에 니트치마를 입은 마네킹.

 니트는 그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손가락으로 유리에 72를 쓰고는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70점도 아니고 75점도 아닌 72점. 그녀는 정이 많습니다 마네킹에게 70점을 주기는 미안했던 거겠죠 그녀의 최하점수는 70점. 2점을 더준 것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교복의 윗도리 오른쪽 주머니에서 차비

 700원을 꺼냅니다.아까 슈퍼에서 거슬러 받은 잔돈이 차비인 셈이죠. 버스가 도착하고 그녀가 버스에 오르면 저도 따라 버스에 오릅니다. 항상 그녀가 제가 타는 버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버스가 출발하고 멈출때 사람들의 몸이 많이 움직입니다. 오늘 그녀는 손잡이를 잡지 못했습니다.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지?

가서 잡아주고 싶지만 그녀가 절 치안으로 볼까봐, 절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그녀곁에 다가가지 못합니다.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제가 손의 위치를 바꾸는 사이 그녀 뒤에 웬 아저씨가 서 있습니다. 기분이 나빴습니다 근데 그아저씨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자꾸 그녀의 허벅지 쪽으로 손을 움직입니다

 난 미칠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라고 생각할겁니다. 그녀는 그러고도 남을 겁니다. 그녀가 얼마나 무감각 하냐면요 전에 버스를 탔을때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안넘어지려고 손잡이를 잡는다는게 그만 그녀가 잡고 있던 손잡이를 잡았던 것입니다. 전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녀는 오늘 같은 표정으로 창밖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 그녀가 얼마나 둔하고 무감각 하진 알았죠. 근데 오늘도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만지는 아저씨의 손에 무감각해 합니다. 아저씨의 손은 이제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옮깁니다. 그녀가 뒤를 돌아 아저씨를 쳐다 봅니다. 드디어 아저씨의 손을 느꼈나!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아저씨가 놀라 그녈 향해 어색한 웃을을 짓습니다.

그러나 저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아저씨의 어색한 웃음에 다시 창밖을 봅니다.

(곰이다 곰. )

저는 무감각하고 미련한 그녀를 속으로 욕하고 원망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인걸....

아저씬 들키지 않았다는 한숨과 함께 다시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갑니다. 안되겠습니다. 제가 나서야겠습니다. 전 작은 쉼호흡을 내쉬고는 크게 이야기 했습니다.

"거기 머리 조금 밖에 없는 아저씨! 여고생 엉덩이 만지면 기분 좋아요?"

저의 말과 동시에 버스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아저씨에게 향했습니다

"너무 하잖아 딸같은 애한테."

사람들이 수근대며 아저씨를 벌레보듯 쳐다 봅니다. 어저씨의 얼굴이 소주1병을 안주없이 원샷한것 처럼 붉게 변했습니다. 숨을 곳을 찾는 아저씨와 저를 번갈아 그녀가 쳐다봅니다. 왠지 제가 나쁜 일을 하다 걸린것처럼 그녀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납니다. 버스에서 내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그녀에게 전 그녀가 들리지 않도록

 소리칩니다

"바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