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18] 재산세 탄력세율 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재천200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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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세율 제도가 있다. 지방세법상 지방자치단체에게 과세의 자율권을 허용한 유일한 제도이다. 급격한 세 부담의 변동이 있거나, 급작스런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주민과 합의하여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이다.

도대체 재산세 탄력세율 제도는 누구를 위한 누구의 제도일까? 지난 14일 강남구 의회는 탄력세율 제도를 악용(?)하여 재산세의 50%를 깎아버리기로 했다. 물론 그 이득은 강남구민에게 돌아간다. 재산세의 50%가 줄어들게 됐으니 세금을 내야하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가?

단순논리로 따져보자. 세금을 올리는 것은 중앙정부이다. 하지만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강남구 자치정부이다. 세금을 올리는 것은 열린우리당이고 세금을 내리는 것은 당연히 강남구를 지배하는 한나라당이다. 욕은 열린우리당이 먹고 공(功)은 한나라당이 차지한다.

하지만 논의가 이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희망이 없다.

먼저 이 제도를 이용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디인가를 보자. 2006년 6월 13일을 현재 서울시 25개 구(區) 중 20개 구(區)가 이 제도를 이용한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17개 시가 이 제도를 이용한다. 재산세를 깎아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시군구는 결국 수도권에만 있는 셈이고 수도권 단체장과 수도권 의회가 이 제도를 사실상 악용하여 세금을 깎아주는 선심성 행정을 베풀고 있는 셈이다.

좋다. 재정자립도가 충족돼서 세금을 깎아준다고 변명하면 굳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주민들의 형평성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재정자립도가 빈약한 다른 구(區)마저도 세금을 깎아주게 되는 비합리적인 사태가 빈발한다. 중랑구(31%)와 성북구(47%), 강북구(29%), 구로구(47%) 등은 재정자립도가 미약한 대표적인 자치구들이다.(2005년 말 현재) 그런데 이들 구조차도 2005년부터 이미 20%의 재산세를 감액해버렸다. 탄력세율 제도가 남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애초 탄력세율 제도의 입법 취지는 급작스런 사정 변경에 대응하라는 것이지 세 부담 증가에 대응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자치단체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세법상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세 부담 증가에 따른 주민의 민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선심정책의 일환으로 탄력세율의 적용이 남발되고 있다. 이는 보유세를 강화하여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 없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내려는 국가차원의 정책방향과 정면으로 상충하는 일이다.

단지 강남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구에 사는 사람과 달리 세금 감면의 혜택을 보는 것 또한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다. 재산이 많고 재산의 가치가 높을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함에도 정작 가난한 구에 사는 사람들은 세금이 깎이는 혜택을 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내야 하고 부자 구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인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함에도 도리어 세금을 깎아주는, 이런 불공평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해법은 패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재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세와 연동시켜 세금을 깎아준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그만큼 덜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직접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첫째, 재산세 탄력세율 제도의 적용 요건을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전 변경의 구체적 요건을 정밀하게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탄력세율의 적용범위인 50%를 축소해야 한다. 현재는 100을 기준으로 50을 늘일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이 비율을 20이나 30수준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재산세로 거두어들인 세금은 결코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도덕적 차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강남은 강북의 세금으로 건설된 도시이다. 경기고는 원래 강북에 있었다. 그런데 국가가 강제로 강남으로 이전하라고 해서 강남으로 가서 강남의 경기고가 됐다. 서울고도 마찬가지이다. 강남 우대정책에 따라 오늘의 강남이 있다. 강남에 ‘퍼주기’를 해서 오늘의 강남이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이제 강남의 자원을 강북에 나누어줄 때이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서울 시민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세목교환(稅目交換)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구별(區別) 격차가 심한 재산세를 시세(市稅)로 전환하고, 자치구간 격차가 적은 시세인 담배소비세, 자동차세, 주행세를 구세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부자 구가 세금을 많이 거두기는커녕 세금을 깎아줘 버리는 불합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고, 강남·북 균형발전의 재원을 마련해갈 수 있다. 여야 간에 세목교환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재산세 공동세제’라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강조하겠다. 재산세 탄력세율 제도를 엄격하게 조정하는 것도 내가 이야기하는 부동산 정책 미세조정의 한 방향이다. 나는 부동산 정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고 하는 순간 ‘반개혁주의자’로 몰리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미국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을 가하는 순간,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어 ‘친북’이나 ‘좌파’로 몰아버리는 극단적인 파시즘적 논리와 일맥상통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참여정부 부동산 제도의 개혁이 어디에서 좌초되었는 지를 다시 한번 복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분양원가공개의 좌절이다. 지금부터라도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국가 공기업인 주택공사와 자치단체의 공기업인 SH공사 등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사업승인권과 분양심사제도가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하고 심사 과정에 시민단체와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땅값을 과잉계산하여 분양원가를 높인 건설업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당장 개시해야 한다. 엄청난 사기행위이기 때문이다.

후분양제의 도입은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주택 보급률이 100%가 됐는데도 아직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이 내 집을 갖고 있지 못하다. 언제까지 성냥갑 같은 일자형(日字型) 아파트에 대다수의 시민들이 거주해야 하는가? 다품종 소량 시스템에 맞는 새로운 주택공급이 필요하고 그것은 후분양제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도대체 모델하우스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어느 시대에 있었다는 말인가?

아파트 공급가격에 대한 규제와 선분양제는 연동된 제도였다. 이제 공급가격에 대한 규제가 풀려있는 만큼 당연히 후분양제로 가야 한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탄력세율 적용에 대한 생각이 부동산 제도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길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거니와 재산세 탄력세율 제도의 남용에 대한 규제는 내가 생각해온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미세조정의 한 테마였고, 다가오는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입법적 결단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결단은 단순한 부동산 정책의 차원을 넘어 강남·북 균형발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의제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2006년 6월 18일 국회의원 최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