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난 뒤에도...

김지영200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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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 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남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에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안부를 타전(打電)하는 것 같기에 ...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