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축구선수에게 열광할까?

젝시인러브20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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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축구선수에게 열광할까? 전 날 개막전도 시큰둥하던 나는, 우리나라 평가전도 안 챙겨보던 나는, 왜 할 일을 다 미루어두고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눈을 부릅뜨고 남의 나라 경기를 챙겨봐야 했던가. 스타군단 브라질도, 울 나라가 속한 G조 국가도, 왠지 두고 봐야 할 의무가 있는 일본도 아닌,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파라과이와 미국처럼 친숙하지도 않은 영국경기를 말이다. <STYLE type=text/css> 글/ 젝시라이터 바니언니
담당/젝시인러브 임기양 기자

여자는 왜 축구선수에게 열광할까?

여자는 왜 축구선수에게 열광할까?난 누구를 응원하고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따위는 관심 없었던 거다. 단지 ‘산타크루즈’ 와 ‘베컴’을 얼마나 많이 클로즈업 해 주는 지가 중요했다. 과연, 베컴이 자신을 향해 달려올 때 수비를 해야 할지 키스를 해야 할 지 망설였다던 어느 익명선수의 고백처럼, 애가 셋으로 늘어난 30대임에도 불구하고 베컴은 여전히 빛났다.
카카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산타크루즈가 어느 팀에서 뛰는지 파블로 아이마르 포지션이 뭔지도 모르고 뛰는 모습도 본 적 없지만 그들의 볼만한 얼굴과 어려운 이름은 안다.
지난 2002년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화주제 중 하나인 축구가 ‘급호감’을 얻은 후 야구나 농구에 비해 오빠부대와는 거리가 있었던 축구선수는, 현재 웬만한 인기 연예인 뺨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일등신랑감 직업 목록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본인도 ‘축구’하면 일요일마다 학교 운동장서 공차고 2차로 술 한잔들 하시던 동네Early morning FC(조기 축구회) 아자씨들 혹은 kundae’s league (군대스리가) 만 떠올렸다. 거기다 베컴이 팔에 주장임을 표시하는 노란색 완장을 찬 걸 보고 “역시 베컴, 패션센스 뛰어난 거 봐~~~” 이런 말을 해서 주변사람 ‘벙~찌게’ 했으니 오프사이드가 뭔지 당연히 몰랐고 심하게는 코너킥과 페널티킥도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은 나 같은 축구에 무지한 여자들에게 남자형제나 애인들이 그토록 함께 즐기기를 권장하며(사실은 지들 축구경기 보는 거 방해 받고 싶지 않아서) 침 튀기고 혈압 올리며 설명하던 축구경기룰을 단숨에 익히게 했으며 바이에른 뮌헨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언뜻 감기약 이름처럼 들리는 외국 축구팀과 파블로 아이마르,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도, 필리포 인자기 같은 미남 축구선수들 이름을 잽싸게 숙지하게 만들지 않았던가!(나만 그런가??? 나만?)

여자는 왜 축구선수에게 열광할까?

사실 베컴이나 산타크루즈보다 잘 생긴 배우나 가수는 많은 거다. 그들이 운동선수 ‘치고’ 잘 생겼기 때문에 튀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조각 같은 얼굴의 원빈도 있고 몸매가 근사한 권상우도 있다.
그러나 축구선수들에게는 연예인에게는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 우리를 열광하게 만든다. 인공선탠으로 보기 좋게 잘 구운 배우들의 얼굴과 햇볕에 그을린 그들의 얼굴은 다르다. 고급 헬스장에서 기구 들면서 트레이너가 만든 조각처럼 아름답게 부풀어 매끈한 근육들은 오로지 뛰고 또 뛰어 생겨버린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자잘하게 쪼개진 잔 근육들과 다르다. 스타일리스트가 왁스로 만져낸 멋진 바람머리는 심장이 터질 만큼 그라운드를 누비며 땀에 젖어 흩날리는 정돈되지 않은 머리칼과는 다르다.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들도 동일한 매력이 있지만 축구는 특별하다. 고도의 심리전과 복잡한 룰이 존재하는 야구는 너무 세련되고 매끈해보인다. 천재 하나만 빛나는 타고난 몸부터 우리들과 달라야 하는 농구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진다.
축구는 종교가 되어 사람들을 미치게도 환희와 감격에 겨워 울게도 만든다. 축구는 드라마가 되어 희노애락 모든 감정이 교차하는 기막힌 반전으로 감동을 준다. 축구는 전쟁이다. 그 지극히 전투적인 경기에서 선수들은 사람들의 기대를 짊어지고 싸우는 용사들이며 우리들은 그들의 발 끝에 나라의 운명을 건 채 울고 웃고 노하고 환호한다.
온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뛴 경기가 끝나면 마치 격한 사랑을 나눈 연인들처럼 극도로 흥분했다가 긴장이 풀리고 나면 그들이 안겨 준 승리의 기쁨에 몸을 떨며 환희에 젖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와 기막힌 노래를 선사해도 이런 흥분과 환희를 주진 못한다.

여자는 왜 축구선수에게 열광할까?

2002년 이탈리아경기를 보면서 축구가 얼마나 공격적이고 체력의 한계를 끌어내는지, 체력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사람은 어디서 힘을 끌어 모으는가를 똑똑히 목격했다. 그 와중에서 본 선수들의 모습은 경기가 아닌 전쟁에서 나라와 부녀자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전사’ 그 자체였다.
누구에게 기댈 수도 장비의 힘을 빌릴 수도 없이 오직 자신의 맨 몸 하나로 헤쳐나가야 할 고독한 싸움. 오죽하면 2005년 아디다스 CF에서 지구를 지키는 지구방위대가 축구팀이겠는가. 그들의 그 비장한 모습에서 이제껏 어느 터프한 배우에게도 연인에게도 느껴보지 못했던 진한 ‘남자’의 향기를 느껴버렸던 것 같다. 김보성이 ‘으리’ 를 외치고 최민수가 ‘폼’을 잔뜩 잡을 때 피식 웃어버렸던 ‘남성미’라는 것이 실상은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
4년 전엔 그저 소년처럼 보였던 박지성이 이번 평가전에서 유니폼교환을 하기 위해 웃옷을 벗었을 때, 놀랍도록 달라보이는 은근히 강인해져 버린 ‘뒷태’를 보며 ‘아, 우리 지성이도 남자가 되었구나. 누나 참 뿌듯하다’ 하며 혼자 흐뭇해 했다.
하긴 아이들이 공 차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열심히 시청했던 ‘날아라 슛돌이’에서 태훈이가 찰랑찰랑 머리카락을 날리며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결정적인 슛을 터트릴 때나 민호가 같이 뛰는 아이들을 형처럼 자상하게 챙겨주는 듬직한 모습에서 가끔 남자를 느껴주기도 했다.ㅠ.ㅜ (이러면 나 미성년 예비 성범죄자로 잡혀가는 건가??)

여자는 왜 축구선수에게 열광할까?

얼마 전 코리아 베컴을 자칭하던 이천수 선수가 못생긴 선수 1위를 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올리버 칸도 호나우지뉴도 명단에 올라있는데 칸은 그 기막힌 실력에 완전 반해버렸고 고 해맑은 웃음이며 앙증맞은 앞니의 호나우지뉴는 보면 볼 수록 귀여워 죽겠다.
“남자 얼굴 뜯어먹고 살렵니다!”라는 무지몽매한 발언을 일삼는 나로선 이상한 일이지만 축구선수들에게는 그라운드에서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뛸 만큼 멋지다. (그러니 축구도 잘하고 얼굴도 환상인 분 들에게 경악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당신들이 어느 나라 선수든 어떤 실수를 하든. 심장이 터질 만큼 뛰어다니며 맞으면 뇌가 흔들릴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공에 머리를 들이대고 보기만해도 소름이 쫙 끼치는 스파이크를 박은 축구화에 정강이를 까여도 공 하나에 온 몸을 던지는 당신들의 모습은 그 어떤 아도니스들 보다 아름답습니다. 부디 후회 없이 불사르고 오세요. 어떤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건 난 당신들을 사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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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처:젝시인러브 (www.x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