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동해안에 악귀같은 왜구들이 몰려왔어요.
사람들은 일본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왜구들에게 속절없이 목숨과 여자, 재산을 빼앗겼지요.
그런데 그중 의로운 호장하나가 나타나 왜구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마을사람들을 모아 왜구를 토벌하기 시작했지만 힘이 역부족 이었지요.
그리고 왜구들은 그 호장을 잔인하게 잡아 죽였답니다.
그리고 얼마안가 또 왜구들이 들어닥쳤고
마음껏 약탈을 하던 그들은 기분좋게 배를타고 자기네의 땅으로 돌아가다가 그만 거대한 문어를 만났어요.
그 문어는 바로 그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호장의 현신이었던 거에요.
곧이어 그 문어는 경악하는 왜구들의 배를 뒤집어 버렸고, 왜구들은 모두 몰살당했답니다.
그리고 그 문어는 거대한 바위가 되어 지금도, 악한일을 한 사람이 그곳을 지나가면 어디선가 까마귀가 몰려와 하늘을 향해 울부짖음과 동시에 그 악한 사람에게 응징을 가하곤 한답니다....
..강원도 동해시 까막바위 전설中
제1화. 바다전설
[제발 좀 봐주게...우리 사정 잘 알지 않은가!]
[글쎄..난 그런거는 모른다니까!!! 좀 치워요! 참...]
어색한 선글라스에 담배를 기워 문 만덕이 더러운것을 떨쳐내듯이 목점아저씨를 내팽개치자 아저씨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자신의 옷이 더러워지는것도 마다않은체 다시 만덕의 양복바지를 붙잡고 애원하듯이 말했다.
[만덕이...자네가 이러면 안되는거야...자네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아 글쎄!!! 그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요!!! 참...]
만덕은 순간 화를벌컥내며 자신의 입에 끼워물었던 담배를 땅바닥에 튀겨내었다.
그리고 움찔하는 아저씨를 씹어버릴듯이 노려보고는 이내 획돌며 말했다.
[어쨋든 아저씨....한달안에 가게정리하세요...여기에는 커다란 회타운이 들어설것이니까.]
[아이고 이봐 만덕이....]
[그럼 돈을 빌리지 말던가!!! 에이..참..더러워서...저 이만 갑니다.!]
만덕은 다시한번 화를 버럭내고는 망연자실해하는 아저씨를 뒤로하고는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에이...씨발.'
그의 눈앞에 어두우면서도 묘한 공기를 뿜어내는 바다가 넘실거렸다.
만덕은 주머니에서 다시한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혔다.
'뭣같은 영감탱이....구리구리한 놈 같으니라구...'
갑자기 화가나는 만덕이었다.
그는 해안가의 돌을 쥐어들고 바다를 향해 있는힘껏 던졌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듯 모르는듯, 바다는 여전히 넘실거리기만 했다.
그때였다.
[참....좋은 곳이네요.]
여전히 씩씩대는 만덕의 옆에 언제왔는지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이 근방에서는 못보던 놈인데...만덕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누구슈?]
[박준이라고 합니다....민속학자지요.]
그 남자는 익숙한 자세로 악수를 건네왔다.
이런놈치고 멀쩡한 놈없지...만덕은 그 악수를 가볍게 묵살하고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나 그 준이라는 남자는 계속 그를 따라오며 말을 이어갔다.
[참 좋은 동네에요..무엇보다 바다가 좋고....거기에 재미있는 바위도 있군요.]
[나 알아? 당신?]
만덕이 퉁명스럽게 물었으나 그 남자는 여전히 웃음을 거두지않고 계속 입을 열어갔다.
[까막바위라....재미있는 전설만큼이나 운치있고 멋진 바위에요....전설에 의하면 호장이 왜장을 죽인 자리일텐데....지금은 해안가에 있으니...당시에 이곳도 바다였나보죠...]
[당신 누구냐고!!!! 누군데 이렇게 귀찮게 굴어!!!!]
더는 못 참겠다는듯 만덕이 거칠게 담배를 끄고 노려보자 준이라는 사내도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빙그레 웃었다.
[저기 아까 당신이 어떤 아저씨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요....거기에 바위하나가 있잖아요.]
[이자식이 정말...!!!]
만덕은 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그 남자의 복부를 때렸다.
그러자 남자는 쓰러졌고 만덕은 침을 퉤하고 뱉으며 입을 열었다.
[....까불지마...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그리고 만덕은 뒤돌아서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운치있고 멋진 바위라....만덕은 앞으로 걸어나가며 까막바위를 보았다.
언제나처럼 그곳에 있던 그 바위..
'병신같은 놈...'
[기한이...벌써 지났구만....]
어두운곳에 담배연기가 음침하게 피어올랐다.
동시에 만득은 잔뜩 목을 움추렸다.
뼈속까지 쳐올라오는 냉기...제기랄.
[....매일매일 강사장이 성화다..이러다간 그 피해를 우리가 다 뒤짚어써야할 판이야...이런 이런....큰일이구만...우리는 그런 돈이 없는데 말야...]
[하...한달이면 바..반드시....!!!]
[널 믿을수 있어야지..멍청한 놈.]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옆에서 쇠 갈고리 하나가 만덕의 명치를 때렸다.
그러자 만덕은 헉, 하는 소리와 함게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제기랄....'
[조직에는 조직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다 만덕아....]
어둠속에서 다시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만덕은 여전히 바닥에서 끙긍 거리며 허우적 거리는 중이었다.
코끝으로 비릿한 피내음이 느껴졌다.
[......앞으로 보름 주겠다...]
[예..예...알겠습니다...큰형님....]
만덕은 대답을 마친후 그대로 고개를 꺾었다.
[........]
밤바다는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시상의 바다라 그랬다.
하지만 만덕은 그런말을 하는 자식이 있으면 그대로 놈의 죽창을 찍어버리고 싶었다.
밤바다는 악마일뿐이야....어두운 본심을 꼭꼭 감추고 죽음으로 유혹하는.
[제기랄.....]
비릿한 담배연기가 폐속에서 역류하여 온몸을 찢는것 같았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하던 그의 눈에 까막바위 너머로 점등같이 펼쳐져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보였다.
그저 하루하루..이 가난한 어촌에서 살아남기위해 밤마다 죽음의 유혹으로 뛰어드는 하루살이 같은 오징어 잡이 배들...
[제기랄...콜록 콜록....다 빙신같은 놈들이야...나는 아버지처럼은 살다가 죽지않아...콜록..콜록...]
[조사하다보니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어요.]
한창 기침을 하던 그의 옆에 누군가 털석 걸터앉아 빙그레 웃었다.
만덕은 또 큰형님이 보낸 사람인줄알고 긴장했으나 이내 낮에 본 남자라는걸 알고는 짜증이 치밀어 오는것을 느꼈다.
[..제기랄...콜록...또 왜왔어?..콜록...]
[담배는 몸에 좋지 않아요...끊는게 현명합니다.]
[이 자식이..콜록..어디서 설교야...콜록..콜록...]
[이거라도 드세요...녹차입니다....담배의 독성을 줄이는데 효능이 커요...옛날 유럽각국 왕들은 녹차를 즐겨마셨습니다...신대륙이 발견되고 담배가 들어오면서요..]
[제기랄....콜록..]
만덕은 그가 건네주는 차가운 녹차 한잔을 마시고는 이내 진정이 되는지 천천히 쉼호흡을 했다.
그러자 준은 또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저 까막바위 말이에요...재미있는 사실이 있던데요?]
[제기랄......또 그이야기야!?...당신 도데체 뭐야!!!]
[민속학자입니다...지방의 민담이나 전설등을 수집하고 있지요....그리고 저 까막바위 말이에요..저건 아무리봐도 그냥 바위가 아니에요...유물이 출토된적은 없지만 분명히 옛날 사람들이 군사전략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물론 가설이지만요.]
[그딴게..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나불대는 거야!!!]
[이 지방에 떠도는 이야기와 부합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러지요.....호장이 왜구들에게 죽자 그 죽은 호장이 문어가 되어 왜구들 배를 뒤짚은 다음에 이곳에 바위가 된후 악한자들을 벌한다고 했죠?...찬찬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있죠. 진짜로 호장이 문어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는 둘째치고라도, 저 까막바위가 왜구들을 무찌른것 만큼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젠장....난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따위 듣고싶지 않아...]
만덕은 귀찮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빙글돌아 나가며 입을 열었다.
[저런 바위따위....개나 줘버리라고 해...]
THE TRU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