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김나연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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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랑은 벌써 13년을 거슬러올라가 중3때부터 시작됩니다.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A형이기에 좋아한단 말한번 못하고 몇년동안 가슴만 졸였는지...

 

우리가 꽤 친해졌을 무렵...

 

자타가 공인하는 정말 잘 통하는 친구로 만들어버리고선

 

우리가 서로 정말 아껴줄 수 있으려면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 된 후에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렇게 스무살이 되자 그 애는 어른이 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예쁜 여자친구를 만나기 시작했고

 

물론 나에게도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정말 서로를 잘 알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주 잠깐 다른 사람을 만나보는것도 경험상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너무 나만 바라보는것도 매력없지 않겠냐는 생각때문에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어느덧 스물 다섯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의 옆엔 예쁜 그녀가 있었고 전 혼자였습니다.

 

이사람 저사람 만나보았지만 너무나도 빨리 깊게 제 가슴에 박혀버린 그애를 대신해 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우린 여전히 베스트프렌드라는 명목으로 즐겁게 지냈습니다.

 

학교수업이 지겨우면 강의실에 앉아 같이 수업도 들어주고...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 혼자 밥먹기 힘들어 할땐 언제라도 달려가주었고

 

밤에 심심할때면 츄리닝 바람으로 찾아가 집 앞 공원에서 농구도 하고...야구도 하고...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새 통화하던 중 그애가 예쁜 그녀와 결혼을 생각하고있고 다른 사람은

 

상상조차 해본적 없다는 말에...

 

무너질 듯한 가슴을 안고 이젠 그 애를 그만 좋아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정으로 가장해 그 애 앞에 서는 것도 위선이라는 생각에

 

이제 그만 십년이 넘는 제 사랑을 고백하는걸로 긴 짝사랑의 아픔을 지워버리자며

 

26살이 되는 그의 생일날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가 내리기 직전에 준비해놓은 8장의 편지를 주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 , 그리고 친구라고 생각해줘 고맙지만 전 전부 다 사랑이었음을...

 

그리고 이젠 이 거짓말도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당신이 알아버린 그 순간부터 깨져버릴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힘들어지게 될것 같다고 ...

 

날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우리 우정도 없었던 걸로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는 반년을 그애로부터 도망쳤습니다.

 

아주 바빠져야 했고 밤엔 술없이 잠들수가 없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걸려오는 그의 부재중 전화도 ... 시간이 지날수록 뜸해져갔고...

 

전 독하게 잊으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된줄만 알았습니다.

 

그해 여름 우연히 마주친 그애를 봐도 아무느낌이 없어

 

사랑한 시간은 시련의 아픔을 잊는 시간과 비례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우린 다시 잘 지내기 시작했고...

 

내 오랜 아픔을 치유라도 해주려는 듯 그 애는 예전과 달리 아주 조심스럽게 대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다 잊었다고 생각한 그가 다시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짐가방에 억지로 쑤셔넣은 물건들이... 옷자락 하나 삐져나왔다고 꺼내려다가

 

다시 와르르 쏟아져버린 것처럼...

 

꽉꽉 눌러담았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처음으로 돌아와버린 것입니다.

 

허탈했습니다.

 

절망했습니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제 마음은 기다렸다는듯 더 커져버렸습니다.

 

제 친구들은 잡으라 했습니다.

 

너없인 난 죽는다며 당신이 가장 아끼는 친구 죽는꼴 보고 싶냐며

 

바지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라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해볼까...

 

그애가 날 누구보다도 아끼는걸 내가 더 잘 알기에 그래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수 없습니다.

 

왜냐햐면...

 

다음달에 그애가 결혼을 하기 때문입니다.

 

제 평생의 우정이...

 

그리고 앞으로 그 누구도 이렇겐 사랑할수 없을거라 장담하는 한 남자가...

 

스무살 제 마음을 가장 처음 아프게 했던 그 예쁜 그녀와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앞으로 바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앞으로 부양할 가족을 위해... 그리고 부모님의 소원에 못이겨

 

공무원이 된 그애지만...

 

전 이제부터 못다한 그의 꿈이었던...

 

캠핑카를 타고 유럽일주를 하고...

 

영국에서 제이미올리버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평생 여행을 다니며 좋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돈을 아주 많이 벌어야겠지요.

 

이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유학길에 오르려는 나지만...

 

어찌보면 사랑받지 못해 아름답지 못한 사람이지만...

 

당신이 있어 내 반평생이 행복했고

 

앞으로 당신과의 추억이 내 남은 인생을 기쁘게 만들어줄거라 확신하며...

 

마지막으로 ...

 

단 한번도 직접 얘기하지 못했던 말 한마디...

 

"사랑합니다...행복하세요..."

 

 

...

 

차마 결혼식엔 못갈거 같어 미안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