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네티즌들이 더 문제다

이강섭200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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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끝나지 않은 아쉬움....

언론마저 평정심 잃었나

[월드컵] 네티즌들이 더 문제다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월드컵대표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한국의 월드컵 경기는 끝이 났지만, '월드컵 후폭풍' 은 아직도 거세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마지막 스위스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후반 오프사이드 논란을 비롯한 심판의 오심 혹은 편파판정 시비다. 대표팀이 귀국해 해산한 지금까지도 논란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팬들은 아직도 아쉬움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심해지는 듯 보인다. 여기저기서 문제장면의 사진들을 비교해 게시판에 올리고 있으며 과격한 표현, 문구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이대로 스위스전 주심을 맡았던 심판도 우리나라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을 '빼았었던' 쇼트트랙 선수) 못지 않은

명성(?)을 얻을지 모르겠다.


잠시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과연 심판의 오심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그렇게 분한 것인가.


물론 당시의 상황을 그냥 넘길수만은 없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논의는 경기가 있었던 그 날 하루면 족하다고 본다. 지금 네티즌들의 모습을 보면 도를 넘은 모습으로 보인다. 감정적인
비난이 잔뜩 실린 글들이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원색적인 욕설과 저주에 가까운 표현들이 넘실거린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보다는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일부 발빠른 네티즌, 블로거들은 어디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외신기사, 혹은 외국의 게시판을 뒤져 우리나라의 '구미에 맞는' 기사들을
구해 잽싸게 올려놓는다. 우리는 그걸 보고 우리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더욱 흥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언론도 일부 그에 거드는 눈치다. 객관적이고 생산적인 기사보다는 팬들의 흥미를 교묘히 자극하는 내용을 실어 이러한 분위기에 동승하고 있다. 아마추어인 네티즌들의 식견보다 한결 깊고 세련된 기사보다는 기존의 화제를 확대생산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시간이 흘러 2006년 독일월드컵을 회자할 때에도 '스위스전 오심 사건' 만 기억날 것 같다. 토고전의 멋진 역전승도, 프랑스전 집념의 무승부도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이여, 남을 욕하기는 쉬워도

책임지는 것은 어려운 일....

이러한 열정과 에너지를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모아보자


우리로서야 억울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제 경기는 끝났다. 결과는 가려졌다. 2002년 당시 줄줄이 탈락했던 강팀들(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등)의 그 절망과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우리도 조금은 맛본 것이라 생각하자. 사실 여전히 우리는 축구의 '변방' 이다. 여전히 2002년을 빼면 우리의 월드컵 도전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이번대회 성적이 가장 좋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현실을 좀더 냉철하게 바라보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끼리 스위스 욕하고 심판 욕하며 화풀이하는 것일까. FIFA 홈페이지 다운 시키고 스위스 관광청 찾아가 온갖 협박을 가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그러한 에너지와 열정이 아직 우리 가운데 남아 있다면, 진정 한국축구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발빠르게 외국 게시판 글들을 번역해 나르고, 심판을 현상수배할 생각을 해내고, FIFA에 재경기 요구를 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하자는 말이 나올만큼, 우리는 굉장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무장돼 있다. 이제 그것을 소모적인 것에 사용하지 말고 건설적인 면으로 집중해 보자. 사람들은 말로만 'K-리그'를 외쳐대고 있다. 도대체 K-리그는 뭐가 문제길래 그토록 말이 많은가! 우리가 한번 고민해 보자. 그리고 전문가들의 그 '뻔한' 해결책에서 벗어난 더욱 파격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아 한국 자국 프로리그를 살리고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말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5만~6만명이 입장하는 세계적인 경기장이 생겼지만 K-리그의 평균 관중수는 3,000~4,000 명이다. 우리는 왜 경기장에 가지 않으며,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경기장에 모일지 생각해 보자. 그것에 대해
활발히 논의해 보자. 외국의 사례를 검색해 공유하고 한국의 실정에 맞는 방법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어 보자. 한국에 N-리그(옛 K2리그) 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다면 반성하고
한국 프로축구에 대해 더 공부해보자. TV로 열심히 챔피언스 리그 시청하는 것만큼만 K-리그도 관전해 보자.

남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잘못된 상황, 어려움에 직접 참여해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표팀 선수의 인터뷰 내용처럼,  2010년 월드컵이 문제가 아니다. 어떠한 환경, 시스템이 이 나라 대한민국의 축구수준을 높이고 이번과 같은 억울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게끔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 노력이 독일월드컵이 우리 네티즌들에게 던져준 진정한 과제이다.



by IS-아주대 W리포터 이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