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하나-밤의손님

귀여운터프2006.06.30
조회3,744

작은 이야기 하나..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실화이며 실제로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세상은 고도로 과학이 발달하면서 일분 일초를 다투며 눈으로 보이고 증명된 것만 믿고
사는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한편 소햏의 시선으로 바라 본 현대 사람들은 눈에 보이고 좋은 것만 듣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대부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살다 보면 한두 번 정도 무서운 일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햏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지 못했다.
죽은 자가 시도 때도 없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소햏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깨닫게 된 것은 국민(초등)학교 3학년 시절 어느 한
사소한 놀이를 통해서였다..(그 얘긴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제 본론으로)

소햏은 일의 특성상 지방으로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특히 새벽에 주행 중 뭔가 섬찟한 것을 지나칠 때가 많다.

이 일은 과거 몇 년 전 소햏이 직접 경험한 일이다.
그날은 늦은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새벽엔 짙은 안개까지 끼기 시작했다.
소햏은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에 무서운 일을 자주 당하는데 역시나..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햏은 그날 일이 늦게 까지 진행돼 하루 더 지내고 돌아가려 했지만 불행하게도 지인이 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새벽에 강행군에 나서야만 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짙은 안개와 비로 인해 속도 80km 서행을 하며 조심스럽게 바깥 차선 주행 중에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xx고속도로 xx분기점을 막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주행 중 계기판 경고 등이 모두 뜨면서 차량의 시동이 off 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당시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대형 사고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간신히 차량을
갓길에 세울 수 있었다.

소햏은 한참 동안 차량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는데 도무지 시동이 다시 걸리지 않아 견인차량을 부르기 위해
비를 맞으며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된다.
전화를 하려던 소햏 눈에 뭔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것이 무슨 하얀 옷가지가 중앙분리대에 걸렸는지 휘날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게 뭔가 싶어 자세히 쳐다보기 시작했고 잠시 후 소햏은 그만 기겁을 하고 말았다.
하얀 옷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여자가 비를 철철 맞으며 중앙분리대 옆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소햏은 미친 듯이 119에 전화해 긴급구조요청을 하였고 여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대로 분리대에
몸을 붙여 가만히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때까지 소햏은 그것이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생각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이런 소햏의 의도를 무시한 채 한참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고 소햏은 ‘으악’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에 그대로 엎드리고 말았다.(온 몸에 피가 튈까봐)

1분여 뒤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경찰관이 도착했는지 소햏을 깨워 흔들었다.
“이 보세요 괜찮으세요 정신이 듭니까? 다친 데가 어디에요”

소햏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고 “제가 아니고 저,,저기..사람이..죽었어요” 그러나 온 몸이
산산조각 난 줄만 알았던 여자 모습이 홀연히 연기같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꽤나 황당했지만 잠깐 뒤 소햏은 그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지레짐작할 수 있었고 대충
사태를 수습하기에 이르렀다.

경찰관은 끝이 뭔가 찜찜했는지 소햏의 신분증과 연락처를 확인했고 수신호를 하면서
견인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올라 탄 소햏은 키를 돌렸는데 신기하게도 시동이 무난하게
작동되는 것이었다.

결국.. 그날 일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만 알았다.

목적지로 달리는 차 안에서 소햏은 아까 전 일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받아 보니 경찰관이었다.
별일은 아니고 아까는 소햏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못 봤는데 지나치다가 뭔가 이상해서
전화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소햏의 심장 박동수가 미친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식은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햏은 숨이 넘어 갈듯한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다시 되물었고
경찰관은 잠시 동료와 무슨 말을 주고 받다가 꽤나 피곤한 듯 건성으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 그 지점 부근에서 그런 모습을 한 여자를 목격한다는 신고가 간혹 들어옵니다만..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물론 그저 소문일 뿐이거나 헛것을 본거겠죠..
안개가 짙으니 운전 조심하십시오 그런데 뒷좌석에 사람이 타고 있었나요?”

경찰관이 하는 마지막 말을 듣고 소햏은 조용히 갓길에 차를 다시 세웠다.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 보고 무조건 불빛이 보이는 마을 쪽으로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