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피트로 고도를 잡고 진주만을 향해 기수를 돌렸을때 이미 수많은 불기둥과 검은 연기들이 항구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천지를 울리는 폭음과 간간히 하늘의 일부를 덮으며 작렬하는 고사포탄의 포연들이 지금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Bandits, 11 O'clock Low" 클라크 소령은 적기를 향해서 다이브해 내려가고 나는 그를 놓치지 않기위해 크게 왼쪽으로 롤하면서 급강하한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소령의 비행기를 놓쳐버렸다고 생각했을때 클라크는 어느새 적 뇌격기의 6시방향에서 기총을 발사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제로기 여러대가 우리의 후미에서 달겨들고 있었고 나는 선회하며 엄호위치를 잡으려고 했다. 불과 수초가 흘렀을 뿐인데 이미 클라크 소령의 P-40에서는 검은 연기가 긴 꼬리를 만들고 있고 클라크는 아귀처럼 소리지르고 있었다. 내가 엄호위치에 자리 잡았을때 클라크의 6시방향에는 2기의 제로기가 연속적으로 기총을 퍼부으며 쫒고 있고 1기는 엄호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나는 최고 출력으로 속도를 높이면서 상승하며 클라크의 후방을 향해 기총을 퍼부었다. 명중시킬 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나의 사격을 알아채면 적기는 클라크를 포기하고 선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적기들은 일제히 그리고 재빠르게 선회하면서 나의 총탄을 피하면서 공격위치로 돌아갔고, 클라크는 적기의 포화로부터 안전한 거리로 피할 수 있게되었다. 가장 가까운 제로기 한대의 6시방향을 잡고 미친듯이 추격해들어갈 때 나의 후방에서 총탄이 빗발쳐오면서 기체에 부딯치는 소리가 귀청을 때려오고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좌 우로 롤하면서 동시에 목표한 제로기가 하강해들어가는 순간 녀석의 전방으로 리드추적하면서 기총을 퍼붓자 제로기의 후미에서 빛이 번쩍거리면서 날개의 일부가 떨어지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적기는 조종불능의 상태에 빠진듯 산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6시방향의 적기를 떠올리면서 재빨리 우측으로 선회하여 속도를 높이기위해 하강했다가 이탈을 시도했다. 적기는 끈덕지게 따라붙었다. 나머지 한대의 제로기는 제법 멀리서 공격위치를 잡기위해 선회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되도록 멀리 이탈하려고 했지만 이미 적탄에 피격되면서 엔진에서는 기름이 튀고 검은 연기가 조종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속도는 줄지 않아서 적기와 교차하면서 수평으로 시저스 기동에 들어갔고, 계곡 사이로 하강하며 속도를 높여 반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위해 노력했다. 적기가 눈앞을 지나는 순간 방아쇠를 당겼을때 적기에서 불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는데 아마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인지 녀석은 이탈하기위해 방향을 돌렸다. 나의 P-40은 이미 엔진에서 기이한 소리를 내면서 출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어서 가까운 비행장으로 착륙할 수 밖에 없어 최대한 기수를 내리고 속도를 올려서 이탈하려했으나 남은 한대의 제로기가 하이에나처럼 달겨들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며 당장이라도 베일아웃해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고도는 훨씬 지면에 가까웠다. 착륙을 위해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고, 이때 적기는 6시방향 상공에서 다이브해오면서 기총을 퍼부었다. 바퀴는 이미 펼쳐졌고 파이널어프로치에 들어갔을때 적탄은 비처럼 퍼부어졌다. 적탄에 맞아 격추되느니 땅바닥에 처박혀 죽겠다는 각오로 급하게 플랩을 완전히 펼치고 랜딩에 들어갔지만 하강속도율이 너무 빨랐던 까닭에 활주로에 미쳐 도달하기도전에 초원에 랜딩기어가 닿자마자 부러지며 비행기는 내동댕이쳐진듯 사정없이 회전하였고 나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칵핏을 열어제치고 기체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온몸이 천근만근 무게에 짖눌려 빠져나가기힘들었다. 매캐한 연기와 기름으로 가득찬 이 자리에서 빨리 튀쳐나가야한다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잠시후에 정신이 들었을때 적기의 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았고 나는 힘겹게 칵핏을 열어제치고 뛰어내렸다. 이미 비행장은 아비규환의 생지옥이었지만 땅을 밟는 나의 발끝에서 전해져오는 느낌은 이제 살았다는 생각뿐이었다.
진주만공습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