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칠이와 찍은 사진입니다. 1990년 만남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낙뢰가 있었을 때 그 낙뢰를 지하로 분산시켜 건물 등에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하는 그런 회사의 기술담당임원으로 근무 중입니다. 원래 이름은 윤원구입니다. 군대에서 흔히들 별명을 부르는데, 그 별명이 땡칠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땡칠이라 부릅니다. 땡칠이가 10년 전인가요? 결혼하겠다고 하면서 저에게 주례를 부탁해 왔습니다. 얼마나 어이 없었겠습니까? 당연히 거절했죠. 나중엔 아들 낳아놓고 이름 지어달라고 왔습니다. 이제 는 땡칠이에게 공개해야 되겠지요. 도저히 자신 없어서 제 돈 들여서 당시로서는 아주 비싼 작명가를 찾아가 비싼 돈 주고 이름을 지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건네주었습니다. 아마 정훈일 겁니다.
90년부터 지금까지 그 때나 지금이나 계속 연락하고 삽니다. 제 첫번째 행정병이었습니다. 제가 사법연수원 19기인데, 훈련을 마치고 사단이 아닌 연대급까지 법무관이 처음 배치된 세대입니다. 그래서 12사단으로 배정받아 그 중에서 포병연대로 가서 군법교육이나 징계 등을 담당했었습니다. 약 8개월 정도 있었는데, 당시 사진병으로 일하고 있던 땡칠이가 제 행정병 일을 겸하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지금도 친하게 지냅니다.
정말 맑고 순수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세상물정에는 눈이 어둡고 그저 순진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편안하게 군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사진을 잔뜩 찍어주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혹시 땡칠이 네가 가지고 있는 사진 있으면 좀 찾아봐라 하고 얼마 전에 전화했더니 이 사진 하나 찾아서 보내왔습니다. 군기 빠진 법무관의 모습입니다. 머리는 잔뜩 길었고, 사병들과 어울려 씨익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 이야기하겠습니다만 3사관학교에서 훈련받을 때 제가 동기생 대표로 일했는데, 그 때 제 별명이 뭔 줄 아십니까? 하도 호되게 지휘하니까 동기들이 제 별명을 '육사11기'라고 붙여주기까지 했답니다. 퇴소 전날 잔뜩 술을 먹고 다음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대표로 나가 임관선서를 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90년입니다. 그때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머나먼 영천 3사관학교까지 작은 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
땡칠이 윤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