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최종임2006.06.29
조회49
며칠전이었습니다.
 길거리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두 사람.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지켜보던 남자가 문득 여자친구에게
 물었죠.

 - 참, 근데 너 왜 치마 안 입어?
   한번도 못 본거 같애. 진짜 그렇네.

 근데 그 무심한 질문에 그녀는 좀 과하다 싶을 만큼 단호히..

 - 난 원래 치마 안 입어. 절대로!

 절대로..란 말에 남자가 이상해서 되물었겠죠?

 - 왜~ 왜 절대로 안 입는데?
 - 그냥, 그냥 안 입어. 입기 싫어. 불편해. 짜증나.

 사건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남자 입장에선 일단 궁금했겠죠.
 왜 치마를 그냥도 아니고 절대로 안 입는다는건지..
 그리고 기분도 좀 나빴겠죠?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질색을 하며 '절대로' 안 입는다니..

 - 왜~  왜 안 입는데..
   아니 뭐 이유가 있을거 아니야.
   다리에 흉터 있어?  흉터 있으면 어때.
   뭐 굵어서 그래?  굵으면 어때.
   그러지말고 한번 입고 나와봐봐. 
   잘 어울릴거 같은데..  어? 어?

 하지만 여자는 얼굴을 찡그린채,
 - 그만해~ 싫어. 그만해.
   아이, 그만하라니까~~

 사실 치마야 입어도 그만,  안 입어도 그만이겠지만 두 사람의
 싸움은 이미 치마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 남자친구가 그렇게 보고 싶다는데 그것도 못 해줘?
 - 여자친구가 그렇게 싫다는데 꼭 입으라고 해야겠어?
 - 알았어, 그럼 입지마.
 - 안 입어! 안 입는다니까~

 어느새 감정싸움으로 번져버린거죠.
 그 사건이후 내내 서로 마음이 불편했던 두 사람이 오늘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자리.
 근데 전철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계단 올라오는 여자친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여자친구가 치마를 입고 나타났거든요.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리로 향했고, 순간 그녀가 왜 치마를 입지
 않겠다고 했는지 대번에 알것도 같았습니다.
 얼굴에 비해 상체에 비해 다리가 좀.. 심하게 튼튼하다 싶은 그녀.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맙니다.
 일부러 더 뾰로통해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 야~ 진짜 이쁘다.  내가 예쁠줄 알았어.
   그리고 너 다리보니까 내가 이제 안심이 된다.
   나는 니가 맨날 어디가서 픽픽 쓰러질까봐 되게 겁났었거든.
   이야~ 우리 애인 최고다. 우리 애인..
   얼굴 예뻐, 다리 튼튼해, 완벽하다 완벽해.

 그제야 못 이기는척 배시시 웃어보이는 여자.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마구 앞뒤로 흔들면서 그럽니다.

 - 그리구 혹시..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너 고등학교때 별명이 혹시 성수대교 아니었어? 아님 한남대교?
   아, 그 교각이 유난히 튼튼한 다리가 뭐였더라?
   엇! 아파. 나 때리지마~
   아니야 아니야, 팔로는 때려도 되는데 다리로는 차지마.
   아,, 진짜 아퍼~~


 예쁜것만 보여주는 사이보다는 미운점까지 놀려대는 사이가 
 더..  더 오~래 뜻뜻한 법이죠.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