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뚱맞다.

김태현200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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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뚱맞다.

쌩뚱맞다. 쌩뚱맞다라는 말을 언제 부터 썼지? 아니 난 오늘 첨 쓴다. 언제 들었지? 신조어인가? 인터넷 국어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위에 그림은 "쌩뚱맞은 표정"이라고 이름을 짓겠다. 난 주차 할때 그녀에게 뒤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일단 보라고만 하고 거의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듣지 않는다는 것이 고의는 아니다. 보라고 해놓고 나의 감을 더 믿어버리는 것 같다. 아직 어설픈 감이지만, 앞으로 운전을 더 능숙하게 하려면 나의 감을 높이는 훈련이 더 필요할 것이 아닌가? 이번이 두번짼가? 멈추라고 하는대도 멈추지 않고 슬쩍 더 간다. 그녀는 오늘 무척 속상해 했다. 나도 좀 머쓱했다. 그녀는 나와의 신호가 맞지 않다고 속상해 했다. 그녀와의 신호가 맞지 않은게 아니라 그녀의 신호 자체를 신호로 보지 않은 것인 것 같다. 난 그녀가 나와 신호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가슴이 아프다. 근데...의사표현이 너무도 분명한 그녀지만, 때론 참 어렵게 설명한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둘이 공간지각능력이 좀 부족한가? 전에도 그랬다 "그만, 거기 서...", 하지만 난 그 다음 들리는 소리는 "쿵" 이었다. "왜 내 말을 안듣는데." 엄마가 아버지 차의 뒤를 봐줄땐 말을 하지 않고, 뒷 꽁무니를 콩콩 친다. 엄마도 아버지한테 "그만 서요."했다면 금방 인지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으로 뒷트렁크를 콩콩 치면, 아버지는 아마 뭔가 부딪힌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담엔 뒤에서 봐줄땐, 꼭 콩콩 치라고 하고 싶다. 근데 사실 난 그녀가 내 뒤를 봐줄때, 뒷트렁크 정면에 있다는 것이 불안하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이었다면, 아무튼 위에 여자의 표정은 "내가 말했잖아." 하며 짜증이 나있지만, 차마 내게 화를 못내고 참고있는 표정이다. 그리고 나는 말안들어서 미안하고, 또 사고를 쳐서 언짢고, 애써 그녀의 짜증에 대충 얼버무리려는 표정이다. 그림에 표정을 넣는 것이 참 어렵다. 이렇게 길게 풀어써야 하는 이야기를 단번에 두 표정으로 나타내는 일이란...하지만 포인트를 잡아 내기만 한다면, 난 그녀와의 신호를 제대로 맞추기위해 오늘 부터 우리만의 수신호를 개발할 거다. "쌩뚱맞다."는 신조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오늘의 우리의 표정과 마음은 언짢음으로만 설명하기 곤란한 하루였다. 오늘 우리는 초여름으로 가는 봄을 잡으러, 다행히 이제라도 핀 봄 꽃들을 찾으러 나섰고, 난 없는 주머니돈을 털어 그녀가 좋아하는 시원한 국수 한 그릇을 사먹으러 나썼기에 날씨 만큼이나 기분이 화창 했었고, 언젠가 한번 가본적있는 열무국수집을 기장과 송정을 두번씩이나 돌며 찾으러 다녔고, 기어이 배고픔을 참고 찾았고, 나의 모든 계획이 완성되어 가는 그 시점에 주차를 하려다 모든 기분을 망쳤기에... 너무 좋다가 말았기에...그 기분을 표현 할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이 쌩뚱맞다는 말을 한번 써본다. 그녀는 옆에서 위에 그림이 뭐냐고 묻고, 아직 이 글을 끝맺지 않은 이 순간 쌩뚱맞은(?) 표정으로 나를 보며 웃고있다. 근데 쌩뚱맞은 표정은 과연 어떤 것이지. 거금을 들여 고친지 얼마 되지않은 차를 고새 또 사고를 치고들어 온 나에게, 며느리 앞이라 화난 표정을 애써 감추시는 아버지의 표정 또한, 쌩뚱맞은 것은 아닌지. p.s: 쌩뚱맞다는 사전에 없다. 하지만 생뚱맞다는 있다. 생뚱-맞다 [--맏따] 〔-맞아, -맞으니〕「형」하는 행동이나 말이 상황에 맞지 아니하고 매우 엉뚱하다. ¶맞선 보는 자리에서 일부러 생뚱맞은 얘기를 해서 신부 될 여자를 골탕 먹이는 일 말예요.≪최일남, 숙부는 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