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전공은.

김나라200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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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헤어지고 나오는데 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우산이 없었는데, 그 때 다시 들어가서 "우산이 없어서 그러는데.. 조금만 기다렸다 비 그치면 갈게요."그랬다면 아마 그 순간 부터 프로가 되었을텐데 그러지를 못하고 그냥 비를 맞으며 근처 팬시점까지 뛰었다. 집을 나올 때까지만 해도 비가 온다면 좋을텐데 하는 바램을 가지고 나왔다. 약간의 비를 맞긴 했지만 비가 내림으로써 완벽한 동선이 구상되었다. 팬시점에서 노란 우산을 사고, 펜을 한 자루 샀다. 담배피는 사람들 수중에 담배없으면 허전하듯 나는 펜이 없으면 왠지 불안하다. 팬시점을 나와 호수길을 따라 걸었는데 비오는 날의 호수란 조재진의 땀 만큼이나 설레게 한다. 사실은,  비를 맞는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지만, 비 내리는 호수를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비를 맞다, 비를 맞이하다..  하늘의 물과 땅의 물이 만나는 감격. 그 자리에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호수가에 가로등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어서 오후시간에는 그 스피커를 통해서 에프엠을 들려준다. 마침, 전통악기의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그 스피커 아래에 우산을 낮게 들고 가만히 서 호수를 보고 있었다. 우산이 낮은 만큼 더 가까이서 비가 타닥 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랑의 밀어만큼이나 가슴을 뛰게하는 소리. 한참을 서 있다가 호수길을 따라 미술관으로 향했다. 비오는 날의 미술관이라니! 기분을 최고로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그의 전공이 미술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오늘 따라 미술관에를 가고 싶었다.

오늘 뭐하세요?

미술관에 가려구요.

누구랑요?

음.. 여기나가서 곧장 미술관으로 갈텐데,, 미술관 와보시면 아시겠죠, 내가 누구랑 있는지.

..

그래야했다. 그런데 그러지를 못한 것이 그가 내게 오늘 무얼할거냐고 묻지도 않았고, 내가 그렇게 말 한다고 해도 미술관에 올 것 같지도 않았기에 괜히 실없는 사람이 되느니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그 곳에 가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단지 비오는 날의 미술관이 매력적이어서 그 곳에 가는 것을 선택. 했다. 나는, 미술관에만 있는 정적이 좋다. 마루 바닥이 울리는 소리, 잡음 없이 조용한 침묵, 자연광, 조명, 미술관에만 나는 냄새, 사물을 보는 또다른 시각, 정적, 정적..

미술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나의 바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것임을 직감했다. 일요일이라서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오늘 만큼은 반갑지를 않았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작아져갔다. 작품 작품 앞에 있을때는 마치 편지통에 꽂힌 러브레터를 발견하고 열어보기 전처럼 그렇게 설렌다. 있는 그대로 그는 하나의 작품이었다.

작년 겨울인가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그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알아보던 때가 있었다. 문득 그런 때가 있었지, 첫 데이트 장소를 지나면서 덤덤하게 그런 때도 있었다고 잊고 지내다 새삼 떠올리게 되는 것 처럼 문득 그랬던 그 때가 생각났다. 미술관에서 일하면서 작품보고, 시간이 날 땐 글 읽고 또는 글 쓰면서 그렇게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는 본인이 내성적이라고 소개했다. 알수가 없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과 다른 형태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든다. 이렇게 낙서같은 글을 전시하거나 예술 작품의 형태나 연주나 뭐 어떤 형태이든. 안에서 마구 끓어오르는 것들을 주체할 수 없는 선에 이르렀을때 그런 표현 활동이 일어나는데 그런 것과 그의 전공이 연관이 있을지를 생각해본다.

나의 직업을 계속해서 묻는 그에게 현재의 직업을 대답하는 대신 내 꿈을 말하겠다하고 꿈을 말했다.

미술관 어느 공간에서 앉아 글을 쓰고 있으니 어떤 젊은 남자가 와서 직원이냐고 묻는다. 네, 그런데요? 라 하고 싶었느나 글 쓰기에 바빴고 대화를 해서 내게 무언가 영감을 줄 것 처럼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냥 아니라고 간단히 답하고 고개를 숙였다.

폐관시간이 다가오자 미술관 안에는 관람객이 아무도 없다. 이 정적이 너무 좋다. 좋았다. 거기에 뜨거운 두 세계의 소통이 있었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언젠가는 그런날이 오겠지 . 주말보다는 평일의 미술관이 더 매력적이다.

그는 목요일날 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