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과메기

문정영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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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과메기 

과메기 익어가는 겨울 구룡포 해안은 한 겨울에도 봄을 느낄 만큼 햇볕 따사롭고 바람결 부드러운 특이한 곳.

 

《날씨도 날씨지만 계절감을 느끼는데는 역시 먹을거리가 으뜸이다. 춘삼월의 봄나물, 한여름의 풍성한 과일, 가을걷이 후의 햇곡식. 그런데 사철 가운데서도 유독 겨울은 옹색한 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꽁꽁 언 연안 명태가 겨울 맛을 대표했지만 원양 산으로 대체 된데다 가격까지 올라 더 이상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요즘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있다. 과메기다. 한겨울의 맛으로 새로 자리 매김 한 과메기의 고향 포항시 구룡포를 찾았다.》

 

 포항제철 들어선 영일만. 쪽빛 바다를 왼편 차창에 걸어둔 채 912번 지방도를 따라 남행을 계속했다. 입춘(지난 4일) 지난 지도 벌써 두 주일 여. 봄이라 하기엔 이르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따뜻한 어중간한 시점인지라 호미 곶 풍경에도 오는 봄과 가는 겨울이 뒤섞였다.

 

갈매기 떼가 바위에 앉아 쉬는 모습에선 봄이, 겨울 맛의 대표선수인 과메기가 덕장에서 익는 모습에선 겨울이 느껴진다. 바닷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수평선 위 구름과 햇빛은 부드럽기만 하다.

 

한반도의 최 동단으로 ‘해맞이 1번지’라 할 만한 호미 곶(포항시 대보면). 장기갑(岬)에서 장기곶, 다시 호미 곶으로 10여 년 새 거듭 이름이 바뀐 것만 보아도 범상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호미 곶이란 이름은 격암 남사고(조선 명종 때 풍수가)가 이곳 지형을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록한 데 따른 것. 고산자 김정호에게도 호미 곶은 숙제였다. 대동여지도를 만들 때 울진의 죽변 곶과 이 곳 중에 어느 곳이 동쪽끝인지 살피느라 일곱 차례나 찾았다고 한다.

 

그 해묵은 시비는 새 천년 해돋이행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벌어졌다. 결론은 호미 곶. 그런 덕분에 호미곶 새 천년 해맞이공원은 일출명소로 새롭게 자리 매김을 했다. 호미곶 해맞이공원을 장식한 거대한 손 조각 ‘상생의 손’ . 호미곶 해맞이 공원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첫 째는 등대박물관. 국내 단 한 개 뿐이다. 1908년 세운 팔각형 하얀 등대 옆에 신구 박물관이 나란히 있다. 광장 한가운데서 타오르는 ‘영원의 불’과 그 아래 보관된 불씨 함도 볼만하다. 20세기 마지막 일몰(변산반도)과 새 천년 새아침의 일출(호미곶과 날짜변경선 최동단의 피지)때 채화한 불의 씨다.

 

영원의 불은 그 불씨의 총합. ‘상생의 손’이라 불리는 초대형 청동 손 조각도 명물이다. 호미곶에서 구룡포로 가는 길(12㎞). 내내 바다를 끼고 달린다.

어촌풍경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갯바위 해안에서는 갈매기 떼 한가로이 자맥질하고 출렁이는 낚싯배에서는 고기 낚는 손이 날래다.

 빨간 살에 기름이 자르르르 흐르는 배진 과메기는 바닷바람 속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포구 양지 녘 공터에서는 어구손질에 여념 없는 어민들 손놀림이 바쁘다.

 

찻길 좁고 오종종 몰린 건물로 옹색하기만 한 시가지. 구룡포읍이다. 억양 억센 갯가 사투리, 넓은 항을 빈틈없이 메운 고깃배, 어항의 공터에 꽉 들어선 과메기 노점과 생선 좌판. 어항 구룡포의 풍경은 소박하기만 하다.

 

그 구룡포 진면목을 보자면 아침 8시 수협공판장에서 가자. 밤새 잡힌 게 복어 등이 바닥에 좍 깔린 채 경매에 부쳐치고 이내 부리나케 외지로 실려나간다. 인생이 따분하게 느껴지거들랑 구룡포에 올 일이다. 와서 땀 내 절고 비린내 배인 어민 작업복 냄새를 맡고 나면 삶의 활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식후경▼

 

● 구룡포 과메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구룡포. 열대야엔 포항시민이 차를 몰고 달려올 정도다. 이런 날씨가 과메기 맛을 낸다. 원료는 기름기 풍부한 가을 꽁치. 배딴 뒤 가시를 발라 그늘에서 사나흘 말린다.

밤낮으로 살짝 얼다 녹기가 반복되며 바람결에 마르는 동안 배 쪽 기름이 온 살에 고루 퍼지면서 익는다. 그늘에 말려야 비린내가 없다.

 

20마리 한 두름(진공포장)에 9000원 안팎.

택배 시 1만원.

유봉상사(대표 유봉택) 054-276-8054 011-524-8054

 

● 함흥식당 복국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라는 노랫말처럼 함흥에서 구룡포로 피난 온 월남민 가정에 시집간 김 필씨(62)가 시어머니가 차린 식당을 대물려 운영 중. 올해로 개업 52년째다.

 

3년 전 복국골목 철거 후 쉬다가 지난 해 이전 개업했다. 콩나물 넣고 끓여내는 시원한 국물 맛은 잊을 수 없을 정도다. 맛의 비결은 이랬다. “고기(복어) 많이 넣으니까.”

밀복 넣은 복국은 1만원(은복은 6000원).

함흥식 가자미 식혜와 구이, 생 미역, 잡어 회 등 밑반찬도 푸짐하다.

수협 어판장 앞 해병전우회 건물(시장골목) 1층. 054-276-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