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혼자생각

정수정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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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혼자생각

by F. Monteiro

 

비가 오는 날 언제나처럼
평안하게 맞이하는 것은 우리가
계절에 순응하는 아름다운 버릇이다.
그런 날 가만히 울적한 마음을 빗속으로 넣어보면
촉촉하게 젖는 기분은 꼭 보드라운
여자의 손길이 가슴 여기저기를 만지는 것 같아
짜릿한 느낌으로 빗방울과 함께
넘어지고 싶은 것이다.
신발 젖으며 발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튕기는 빗방울의 토닥거림은 또 얼마나 정겨운가
영롱한 물기가 가슴을 만지고 허리를 안아주며
헐거운 바짓가랑이를 들추거나
또는 찰랑대는 치마 속으로 숨어들어
희망의 길을 한 뼘씩 접어가고 있으니
그 은밀한 무례함을 어찌 나무랄 수가 없다.
우산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낭만을 든는다
또르르 굴러가다 살며시 우산속의 밀회를
엿듣고 웃음끼로 떠가는 빗방울,
물의 힘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의 웃음과 슬픔이
엉키는 비오는 날에 어쩌면 강으로 가고 있는
긴 행렬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사이, 빗물에 젖어 아담한 능선으로 출렁이는
분주한 사람들의 가슴.

 

박종영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