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시스 on the Highway

김도훈2006.07.03
조회98

모처럼만에 집에 올라와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들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안성에 있는 자취방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저녁도 든든히 먹었겠다 담배 한대 맛있게 태우고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추억이 서린 안양 거리의 풍경들..

 

찐득찐득한 날씨에 연신 땀을 닦아내는 길거리의 인간들..

 

쾌적한 버스안에서 에어콘 바람을 쐬며 그들을 구경하는것이 내겐 큰 호사인양 느껴졌다.

 

 

 

 

어느덧 버스는 외곽으로 행로를 틀어 고속도로에 안착하고,

 

나는 제목도 기억안나는 옛 가요를 머릿속으로 흥얼거리며 스르르 단잠에 빠져들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잠에서 번쩍 깨어났다.

 

머리위의 에어콘은 여전히 세차게 입김을 내뿜고 있었지만,

 

내 온몸은 식은땀 투성이었다.

 

그렇다. 장이 터진것이다.

 

아까 집에서 엄마가 냉동실을 뒤지시며 "이게 오래된건데 먹어치워도 괜찮을라나." 하시던게

 

머리속에서 맴맴돌았다.

 

 

 

대구탕.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해주신 대구탕을 지느러미까지 뱃속에 훌훌 넣어버린게 화근이었다.  

 

마치 뱃속에서 썩은 대구가 요동치는 듯 했다.

 

 

 

침착하자..... 조심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고...

 

차가운 알래스카의 경치를 생각하며 몸을 식히자.

 

엉덩이에 긴장을 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잠에 빠지자.

 

잠에서 깨면 어느순간 도착해있을것이다. 터미널엔 깨끗한 화장실이있어...

 

후...... 얼음낚시를 하는 북극곰과.... 후우욱..  개썰매.... 후....

 

 

 

옘병.. 잠은 커녕 식은땀만 더 나고 부글부글 가스가 새어나와 의자시트를 비비며 

 

사물놀이를 하는 느낌이었다. 아...... 제길....  못 참겠다. 맨 뒷좌석엔 아무도없다...

 

거기가서 조용하게 쌀까... 맨 뒷자리로 가서 잠시 생각을 했다.. 저 앞에 백미러를 보았다.

 

버스기사가 나만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아니 쳐다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건 미친짓이다.

 

 

 

밖을 보니 아직도 고속도로위다. 정말 울고 싶었다..

 

내가 버스탄지 40분 지났으니 아직 30분 정도나 더 남은것이다.

 

안되겠다....   내리자....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일부러 귀에대고 전화통화하는 척하면서 앞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갔

 

다..

 

"예? 뭐라구요?! 큰 아버지께서요??!!!!  지금 어디계신데요?"  

 

핸드폰을 끄는 척 한 뒤 버스기사님에게 말을 건넸다....

 

 

 

 

"저기.. 죄송한데 지금 여기서 내릴 수 있을까요?"

 

"예?? 허허. 지금 고속도로 위에서 어떻게 세워요?"

 

"아, 네. 그건 저도 압니다만.. 제가 정말로 급한일이 생기는 바람에.. 꼭 여기서 내려야.."

 

"아, 여기선 안된다니께요!"

 

"제가 정말 급한 사정이 있어서.."

 

"아니 인쟈 금방이면 안성 도착하는데 거기서 내려요."

 

 

 

 

그냥 똥마렵다고 말하면 간단한 일인데 그 한마디 간단한 말이 왜이리 혀 끝에서만 맴도는지...

 

대화하는 와중에도 항문은 부룩부룩 성질을 내며 가스를 토해내는데 그 기세가 성난파도와 같아

 

서 바지 옷감을 다 찢어놓을 정도였다.  

 

 

 

정말 어처구니 없고 내 신세가 기구하고 잠깐 갓길에 세워주면 될 껄 안내려주는 버스기사가 야속

 

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가 이 팔팔한 청춘에 앞으로 얼마나 할 일이 많고 이루어야 할 원대한 꿈이 있는데

 

고작 비린내나는 대구 한 마리 때문에 이런 재난을 겪다니,

 

 

 

내가 소리없이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자

 

그제서야 버스기사도 내게 어느정도 관심을 보이더니 말했다.

 

 

 

"뭔 일 있슈?"

 

 

"큰 아버지께서...... 별... 별세 하셨는데.... 지금 정신적으로 너무 혼란스러워서 도저히 이 버스

 

안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존경하는 분이셨는데... 흐흑.. "

 

(울 아버지가 장남이라 사실 큰 아버지는 없다 )

 

 

"에그....... "

 

 

 

 

 

 

 

내렸다!!!! 드디어 내렸어. 야호.  

 

 

 

 

그 찰나의 대화가 어찌나 억겁의 시간같던지... 무간지옥에서 빠져나온 느낍이랄까...

 

아무튼 드디어 내렸다.

 

이미 똥꼬는 촉촉해질대로 촉촉해진 상태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때마다 미끄덩 하는것이..

 

팬티에 묻어있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장소를 물색하는데 가드레일 밖에 펼쳐진 풍경들은 너무나 광활하고 시원하게 트여있었다.

 

싱그런 푸른 이삭들이 내 무릎까지나 올듯한 평야... 나무 한 그루 없는 평야였다.

 

차들이 쌩쌩 달린다고는 하나 이런 열린 공간에서의 배설행위는.

 

붐베가는거 시간 문제다. 저 차들중 누군가 폰카로 찍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군가가 별 뜻없이 차 안에서 캠코더로 농촌의 풍경을 담겠답시고 녹화라도 하면 영락없이

 

비디오 파일 까지 나돌아다니는 것이다.

 

 

 

'제 2의 낸시랭 출현, 자연과 하나되는 전위예술' 이딴 가십거리가 될지도 모르고,

 

그 밑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악플과 조롱이 달릴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보다도 몸이 우선 반응했다. 인간은 생리적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이렇게도

 

나약한 존재였던가.. 이성적으로 살겠노라 항상 다짐하고, 자아에 대해 성찰하며, 밤마다 머리 뽀

 

사지도록 생각해왔던 인간이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형이상학적인 문제들... 우주의 신

 

비... 신... 사랑.... 이타심.....

 

 

 

 

..전부 비린내 나는 대구 한 마리에게 무릎꿇었다...

 

난 짐승에 불과한것이다.

 

 

 

아무튼 그나마 언덕배기 같은게 있어서 도로의 시야를 꽤나 가리는 곳을 찾아내어 바지를 깠다.

 

U자형의 논 고랑의 구조상 자세 잡기는 무척이나 수월했다.

 

배설은 한 순간이었다..

 

마치 연어가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는 듯한 상쾌한 기분...

 

푸르르륵 상모돌리는 소리!!

 

뿌리히~ 태평소도 불어보고,  

 

도랑을 줄줄 적시는 오줌과

 

사방으로 골고루 폭발한 파스텔톤의 생체 비료들...

 

올해도 풍년이로세, 얼씨구.

 

 

 

 

뉘 집 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올 가을 사과의 붉은빛이 농염해질 무렵 그 축복받은 땅 한 마지

 

기에선 특상품의 쌀이 나올것이다.    

 

 

 

 

휴지는 항상 휴대하고 있기 때문에 뒷처리는 깔끔하게 했고

 

그것들은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상쾌한 기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베스트 5에 들어갈 주옥같은 기분이었다.

 

 

 

 

자, 이제 집에 가야지.

 

내 경험상 이 지점에서 10분 정도면 톨게이트에 다다른다. 거기서 버스를 타는거야.

 

힘차게 걸어가자.

 

제목도 기억안나는 이름모를 옛 노래를 또 다시끔 흥얼거리며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도 잊은채 한참을 걷다 왠지 몸이 지쳐오면서 문득 생각나는게 있었다.

 

그 10분은 100Km로 고속도로 달리는 버스 기준이었고...

 

인간의 걸음은 고작 시속 4km정도..

 

전력질주 해봐야 시속 36km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