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맹약? 독약?-KBS 박종훈 기자의 '거꾸로 본 경제'에서

장병근200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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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KBS 칼럼 박종훈 기자의 '거꾸로 본 경제''에 있는

게시물입니다. 주소는 http://news.kbs.co.kr/bbs/exec/ps00404.php?bid=69&id=205&sec=&page=1



-1편-

한미 FTA, 과연 해야 하는 것일까? 말아야 하는 것일까? 정부는 연일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당장이라도 FTA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미국 시장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반대로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미국과 FTA를 하면 당장 우리나라가 망할 것처럼 연일 무시무시한 경고를 쏟아 내고 있다.


참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주장하는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가 경제 전문가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까? 누구의 어떤 말이 맞는다는 말인가?


어쨌든 분명한 것은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파급효과가 작았다면 이렇게 논란거리가 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한미FTA는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일까?


먼저 FTA의 용어를 생각해보자. FTA는 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다. 우리 말로는 "자유 무역 협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유 무역이라는 용어 때문에 이 협정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보면 첫머리부터 자유시장경제와 자유 무역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은 자유 시장이나 무역이라는 용어에 대해 막연히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FTA에도 자유무역이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FTA는 막연히 우리 경제에 좋을 것이라는 암시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FTA를 체결하면 정말 말처럼 자유무역을 하게 되는 것일까?


FTA에는 자유 무역이라는 용어가 들어가지만 FTA는 순수한 의미의 자유무역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자유무역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왜냐하면 FTA는 전세계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정 당사자하고만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를 하기 위해 간단한 상황을 설정해 보자. 미국에서 바나나 값은 5백 원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그리고 태국에서 바나나 하나의 값은 4백 원이다. 만일 미국과 태국에 똑같이 5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 수입하는 바나나 값은 7백 5십 원이 되고 태국에서 수입하는 바나나 값은 6백 원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미국보다 값이 싼 태국에서 바나나를 수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때 마침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하게 됐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 수입하는 바나나는 면세가 된다. 그러면 바나나의 수입가격은 5백 원이 된다.


그러나, 태국에서 수입하는 바나나의 값은 여전히 6백원이기 때문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후에는 미국에서 바나나 수입을 하게 될 것이다.


즉 미국과 FTA를 하게 되면 수입선을 태국에서 미국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때문에 FTA는 엄밀한 의미에서 전세계적인 자유무역이라기 보다는 수입선을 바꾸는 수입국 변경효과를 갖게 된다.


만일 전세계적인 자유무역이 시작돼 태국의 바나나 관세도 0%가 된다면 우리는 미국이 아닌 태국에서 바나나를 수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자유무역은 태국이 바나나에 특화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미 FTA는 전세계 자유무역과는 달리 일종의 수입선 전환의 효과를 갖고 있다. 또한 미국과 우리의 경제를 하나의 경제 블록처럼 만드는 블록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도 순수한 의미의 자유무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FTA에 포함된 Free Trade라는 단어와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용어 때문에 이 FTA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자유 시장 경제처럼 무엇인가 좋은 것이 아니냐는 막연한 선입견을 갖게 될 우려가 높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엄밀한 의미에서 자유무역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자유라는 단어에 언어적 환상을 갖고 FTA를 접근하면 큰일이 난다. FTA를 경제학 교과서의 자유무역이나 자유시장경제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막연히 지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미 FTA는 세계경제 안에 우리와 미국만의 경제 블록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용어에 포함된 단어처럼 우리 경제가 정말 '자유'로워지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는 한미 FTA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차가운 이성을 갖고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 아니 우리 자녀들의 미래까지 좌우할 만큼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2편-

한미 FTA는 하는 것이 유리한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가? 이 문제의 답은 언제나 두 부분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경제 전체를 볼 때 유리한가 하는 문제이고, 둘째는 농민이나 기업가 같은 특정 계층에게 유리한가 아니면 불리한가 하는 문제이다. 이번 편에서는 먼저 경제 전체 측면에서 유리한가 아닌가를 따져 보기로 한다.


경제학은 경제 수준이 같은 경우의 FTA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쾌한 답을 내놓고 있다. 선진국과 선진국의 자유무역은 언제나 서로에게 매우 유리하다. 둘 다 자유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후진국과 후진국은? 경제 수준이 같으면 대부분의 FTA는 두 나라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게 경제학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선진국과 후진국은 어떨까? 이 문제의 답은 좀 복잡하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자유무역은 단기와 장기로 나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FTA를 체결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된 이론이 유명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비교우위론은 두 나라가 ‘현재’ 자신이 잘하는 산업에 특화를 하면 자유무역을 통해 두 나라 모두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일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일까?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왜냐하면 산업마다 생산성 향상 속도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를 생각해 보기 위해 간단한 모형을 도입해 보자.


전 세계에 단 두 나라, 한국과 칠레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두 나라가 무역을 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다가 갑자기 자유무역을 하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과 칠레라고 한 것이지 실제 상황을 얘기하는 것은 아님.)


그런데 한국은 전자산업에 비교우위가 있고 칠레는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는 상황이다. 이 때 자유무역을 시작하게 되면 한국은 전자 산업에 특화를 하고 칠레는 농업에 특화를 하게 될 것이다. 이들 두 나라는 자유무역을 하기 전 보다 분명히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양국 모두 이익을 본다는 사실은 단기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전자 산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일반적으로 농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FTA를 체결한 뒤 10년이 흘러 전자산업의 생산성이 2배로 높아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농업은 발전 속도가 느려서 10년이 흘러도 생산성이 겨우 10% 높아지는데 그쳤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되면 한국은 자유무역 이후 10년 뒤가 되면 2배로 잘 사는 나라가 되지만 칠레의 소득은 겨우 10%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다. 만일 자유무역을 하지 않고 칠레가 전자산업을 반만이라도 남겨놨다면 전자 산업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일부라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칠레는 자유무역을 하는 바람에 농업에 특화를 하게 됐고 특화를 하는 바람에 전자산업을 육성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전자산업과 달리 농업의 생산성 향상은 극히 미미했기 때문에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기간에 걸친 FTA에서 후진국이 손해를 보는 부분이다.


물론 자유무역에 의한 이익이 10년 동안 손해 본 생산성 향상을 능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어렵고 불확실한 문제이다. 특히 세월이 흐를수록 손해가 커지고 이익은 작아질 것이다. 더구나 분명한 것은 후진국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미래를 주도해 나갈 기회 자체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상황, 즉 동태적인 측면에서 자유무역은 일반적으로 선진국에 유리하고 후진국에 불리하다. 이 때문에 지금의 선진국들도 예전에 후진국일 때는 자유무역보다는 보호 무역 정책을 써왔다.


독일과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도 후진국일 때는 시장을 꼭꼭 걸어 잠그고 보호무역을 해 왔다. 공산품에는 높은 관세를 물리고 원자재는 면세를 하거나 세금을 대폭 낮췄다. 또한 공산품 수출에는 막대한 지원금을 대줬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FTA는 어떨까? 우리는 미국과 일대일로 대적할 만큼 선진국인가? 그렇다면 FTA가 무조건 유리하다. 선진국과 선진국의 FTA는 양국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보다 후진국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후진국이 선진국과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후진국은 언젠가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는 산업을 영원히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미국과 한국이 각자 ‘미래’가 아닌 ‘현재’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에 특화를 하기 때문이다.


만일 1970년대 우리가 미국과 자유무역을 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자동차 산업이나 반도체 산업을 지금처럼 육성할 수 있었을까? 당시 우리나라는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었다. 자유무역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당시’에 농업에 특화를 했어야 한다.


아마 1970년에 미국과 자유무역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쯤 아주 훌륭한(?) 농업국가가 돼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달라졌는가? 이제 한국은 세계 초일류라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는가?


우리 정부가 자신있게 FTA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적어도 우리 정부는 우리가 미국과 경쟁할 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그렇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그 만큼 강해졌을까?



-3편-

1편과 2편의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면, 선진국이 선진국과 FTA를 체결하면 거의 대부분 이익을 본다. 그러나, 후진국이 선진국과 FTA를 체결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후진국이 선진국과 FTA체결하려면 체결 전에 치밀한 손익 계산을 해 봐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성급하게 접근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FTA는 이름만 자유무역 협정이지 실제 성격은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경제 블록화라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또 때에 따라서는 자유무역이 아닌 ‘구속’ 무역의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유무역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1편과 2편에 걸쳐 알아 봤다.


그러면, 이번 편에서는 FTA에 따라 손해를 보는 계층과 이익을 보는 계층이 생긴다는 점과 이에 따른 사회 통합 비용이라는 새로운 부담이 생긴다는 점을 살펴 보자.


FTA에서 손해를 보는 계층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칠레와의 FTA는 농민들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FTA를 통해 국가 전체가 이익을 본다면 그 손해는 어떻게든 보상할 수가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가 손해를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부 계층이 FTA로 이익을 얻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손해라면 보상 또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FTA는 칠레와는 달리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단기’가 아닌 ‘장기’에 있어서는 손해를 볼지 아니면 이익을 볼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 기관인 대외경제연구소(KIEP)조차 생산성 향상이 없을 때 GDP 증가 효과는 다년간에 걸쳐 1.99%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대외경제연구소는 이를 분석하는데 일반균형모델이라는 것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일반균형모델은 몇 가지 중대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중대한 오류 가운데 하나는 일반 균형 모델이 양국의 기술 격차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만일 이 분석이 EU나 미국이 서로 FTA를 체결했을 때를 연구한 것이라면 1.99%라는 수치가 맞을 수 있어도 우리와 미국이 FTA를 하는 경우에는 그 효과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치에는 사회적 통합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FTA로 손해를 본 계층에 대해 재분배를 시도하기 마련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FTA이후 어떤 식으로든 FTA를 통해 얻은 결실을 합리적으로 재분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재분배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국책 연구소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해도 국책연구소가 계산한 1.99%보다는 FTA의 효과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연구결과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철저하게 분석해 볼 것이다.)


이제 서론은 끝내고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FTA의 이익과 손해 그 득실을 따져보기로 하겠다. 우리가 FTA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FTA의 조항들도 하나하나 검토해볼 예정이다.


 

서론을 마치며

 

  한미 FTA가 정말 우리 경제 전체에 이익이 된다면 그나마 문제가 적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계층의 희생은 합리적인 재분배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TA가 과연 경제 전체의 이익일까?


FTA라고 다 같은 FTA가 아니다. 세상에는 좋은 FTA가 있고 나쁜 FTA가 있다. 이 글의 취지는 이번 한미 FTA가 좋은 FTA인지 아니면 나쁜 FTA인지 면밀히 검토하자는 것이다. 요즘같은 시대에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치밀한 검토없이 성급하게 추진하다가는 자칫 치밀한 다른 나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이 나라 경제의 30년 이상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돌다리도 두드리는 자세로 FTA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라를 걱정하고 우리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하나일 것이다.


FTA가 정말로 우리 경제 전체에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검토 자체를 두려워 말고 열린 마음으로 모두 영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한미 FTA는 우리 자녀들의 미래까지도 뒤바꿔놓을 중대한 결정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혹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면 지금이라도 바꾸면 된다. 아직 기회는 있다. 그러나, 이 때가 지나가면 너무 늦고 만다. 이번 FTA 협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잘못됐다고 생각해도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협정의 세부 조항들이 그렇게 규정해 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