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2]_소녀_죄

한민수200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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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을 느낄때는

내가 그를 위해 울었던 하루하루가 말해주는것이 아니고

그가 가끔 눈을 떠서 이 세상을 바라보며

혼잡한 머릿속으로 생각했을것들을

이해할때 난 비로서

살아있다는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중에 그가 가장 기억하고싶었던것이

나였음을 알아차릴때

난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있는지

느낄수있다.

 

난 보통의 소녀들처럼 자랐다,

집이 조금 부유했다는것을 빼면

난 쇼핑하기를 좋아했고

친구들과의 수다가, 그리고 다른사람의 흉을 보는것을

여가로 즐기고,

시간이 있을때마다 남자친구를 만나

묻 평범한 사람들이 할것들을 하고,

웃고 떠들며 그렇게 살아왔다,

내 나이가 20살이 될때까지

변한것은 없었다.

 

그저 이렇게 살아가다

언젠간 철이 들어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부모님에게 효도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난 내 삶의 고삐를 잠시 풀어놓았다.

 

나이가 차기도 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담배도 배웠다,

내 남자친구들은 내가 담배피는것을 싫어했다.

어느 솔직하지 못한 남자들은

내 건강에 좋지 않다며 둘러댔고

어느 무례한 남자들은

키스할때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이다,

결혼해서 살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라고.

 

어느 하루는 참 많이도 아팠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그 교차점에서

온도차로 인해 몸살감기를 앓고있었다.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많이 아프다고, 그는 누워서 좀 쉬면 괜찮아 질거라고 하며

웃는다.

 

그때 수화기에서 어느 여자의 목소리도 같이 들린다.

난 누구냐고 물어본다.

그는 그냥 아는 친구라고 대답한다.

내 나이 스물이다.

여자가 이정도도 쿨 하지 못해서야,.

라고 생각하면서 난 알았다고 전화수화기를 놓는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출장을 자주 나가신다,

외식사업에 관련된 회사의 초대회장이기때문에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신다,

 

저번엔 코끼리코 요리를 먹어보았다가 하셨다,

맛이 어땠냐고 물어보진 않았다.

 

어머니는 자립심이 강하셔서

홀로 성공하신 사업으로 남편의 도움없이

자신의 삶을 누리고 계셨다.

 

난 이런 우리 부모님들이 언제나 자랑스러웠다.

서로 믿고 의지했으며

다른곳을 바라보지 않으셨다,

두분다.

 

왠지 모르게

어딘가 나가서 바람을 쐬고

뭔가 따듯한것을 마시고싶었다,

집에서 혼자 커피를 타마시기엔 너무 초라하기도하고

친구들을 불러 카페를 가기엔 조금은 늦은 시간같기도 했다.

 

그래서 난 차 키를 쥐고 밖으로 나갔다.

전용 주차장에 세워진 벤즈를 끌고 나갈 참이였다,

마음 같아선 약을 먹고 누워서 내일의 쾌차를 빌고싶었지만

왠지 밤거리를 드라이브 하면서 마시는 커피도 난 괜찮다고

생각했다.

 

시가지로 들어서서 한 편의점에서

캔에 들은 따듯한 커피를 5캔 정도 사서 차로 돌아왔다,

히터를 넉넉하게 키니 몸이 따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난 운전을 잘 하는 타입이 아니다,

자존심도 쎄고 충동적이라서 . .

운전면허를 딴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가지를 조금 돌았다.

한 신호등에 걸려 멈춰섰을때 내옆에

눈에 익은 차가 마주 섰다.

안으로 누가 타있는지 보이진 않았지만

실루엣으로 무슨 행동을 하고있는지는 충분히 알수있었다.

그 둘은 웃고있었으며

몇초에 한번씩 그들은 키스를 해댔다,

비웃음반 웃음반 섞인 콧웃음을 피식 내 뱃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빨간불이다.

 

노란불,

 

커다란 엔진 소리와 함께

옆에 있는 차가 달려나간다,

'미쳤군' 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려했다,

하지만 내 눈에 정확히 들어왔다.

그 차의 번호판,

 

나의 남자친구의 차.

 

파란불로 바뀌었다.

뒤에서 차들이 크랙션을 울렸다.

난 할수없이 출발했다,

생각할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럴수없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따라가서 뭔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나

전화를 해야하나.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찰라,

따듯한 히터의 공기가 내 몸을 감쌌다.

이미 열이 많은 상태였다.

뇌가 갸우뚱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지러웠다, 하지만 주행을 멈출순 없었다.

얼떨껼에 고속도로로 빠져나온것이다.

 

눈이 감기고

숨을 헐떡이고

이제쯤이면 됬을까 하고

백미러를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내 발에 얼마나 많은 힘으로 엑셀레이터를 밟고있는지도 잊은채)

뒤를 돌아보았다.

 

따라오는 차는 없었다,

이렇게 되면 잠시 차를 세워도 되겠노라며

앞을 바라보는 순간,

 

하얀 무언가가 내 얼굴 전체를 감쌌다,

큰 충격과 함께.

 

에어백이였다,

 

사고가 난것일까?

사람을 죽인것은 아닐까?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사고로 인해 환풍구에서는

김이 세어 나왔다.

 

난 기절했다.

 

저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혼잡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무언가 실려가는듯한 바퀴소리.

둔탁한 강철음.

 

 

눈이 떠졌다.

하얀색 천장이 보였고 내 주위에는 하늘색 커튼이 쳐져있다.

 

어딜까, 하는 생각을 하다

이곳은 병원이구나 라고 결론지었다,

곧 의사가 내 커튼을 젗히고 들어왔다.

나에게 별 큰 문제는 없다고, 조금만 안정을 되찾으면

퇴원해도 될것이라고 말했다,

난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교통사고 라고만 설명하고 그는 나가려 한다.

난 또 물었다.

다친 사람이 많으냐고,

의사는 대답하지 않고 동문서답으로

'알게될것' 이라고만 말했다.

 

퇴원후 2일후,

부모님의 노여움에 아직 풀려나지도 않았을때에.

난 법정의 소환을 받았다.

 

내가,

가해자 였던 것이다.

 

믿을수없었지만

한편으로 믿을수있었다.

난 그때

제 정신이 아니였다.

앞에 무엇이있었는지도 잘 몰랐다.

아니, 보지도 못했다.

 

의외로 피해자 측의 자리엔

삶의 의욕을 잃은 한 여자만 앉아있을뿐

아무도 없었다.

 

순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무도 죽인것이 아니다,

단지 저사람의 차가 부서졌고

나의 차가 부서졌다.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돈으로 해결하면 되리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난 한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한사람을 평생동안 불구로 만들었다.

믿을수없었다,

한순간에 난 범죄자가 되어버린것이고

살인마가 된것이다.

악마가 된것이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난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누군가 어떤것을 물어보았지만

난 말할수없었다.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판사는

나의 죄는 명백한 것이고

되돌릴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 동기가 보이지 않고

나이도 어려서 마땅한 처벌을 받을수 없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그 판사는

피해자 측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그 죄를 조금이라도 값을수있는 길이 있다고,

불구가된 아들의 어머니가,

싸늘하게 식은 남편의 아내가,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눈물이 솓아졌다.

미안하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입밖으론 아무말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판사는 말했다,

저분을 도와 저분의 아들의 간호를 일주일에 3번씩

피해자가 자리를 잡을때까지 하라고.

그게 피해자가 원하는 모든것이라고.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부축당하듯이 난 법정에서 나왔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을수가 없었다.

입에만 대어도 구역질이 튀어나왔다.

나같은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다니,

죄책감이 날 하루종일

검게 감싸안았다.

 

나는

반성의 의미인 베이지색의 단색 옷을 입고

병원을 찾는다

일주일에 3번,

하루하루가 나에겐 너무나 힘들었다,

3주가 지났다,

하루종일 누워있는 이 사람을 바라보는것만도

너무나 벅찬 일이였다.

그런데 어느날은 그가 눈을 떴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난 무심결에 그 남자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한방울이 그사람 뺨에 똑 떨어졌따.

그는 다시금 눈을 감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남자는. .

 

피해자의 어머니는 나에게,

운명이라는것은 어쩔수가 없는것이고

또 그 운명을 이겨나가 자기만의 길을 걷고

또 그 길을 걸음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의 존재의 이유를 알아내는것이

우리 인간이 가진 숙제라고 했다,

그래서 당신께선 남편의 희망이였던

가게를 버릴수가 없다고,

 

눈물이 이제 내 하루의 반이 되었다.

 

물을 적신 수건으로

난 그의 욕창을 씻어낸다.

예전같았으면 난

절대 할수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선 어딘가 모르는

웃음이 피어나온다,

날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지 아는걸까.

만약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4개월이 되어갈즈음

우리(나, 어머님, 의사선생님)은 또다른 희망을 발견한다.

그가 움직였던 것이다.

새벽 4시 쯤이였고 난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들어있었다.

이틀을 연속으로 돌봐줄 생각이였다.

이제 일주일에 3번이라는 건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

 

내 죄를 뉘우치면서

그를 돌보면서 난 내 자신을 조금씩

찾아가는것만 같았다.

이젠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

이사람을 돌보는 것이. .

 

뭔가 난잡한 굉음이

날 깨웠다. 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오른손이 허공에 머물고 있었고

과일 바스켓은 몽땅 솓아져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난 그 사람에게 물었다

괜찮냐고,

그는 또 날 지긋이 바라만 본다,

난 허겁지겁

침대맡에 있는 빨간색 호출 버튼을 눌러댄다.

그리곤 문을 열어 재끼고 스위치로 병실의 불을 밝힌다.

눈이 시리다.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두명이 들이 닥쳤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물었다,

누가 저 과일 바스켓을 떨어뜨렸냐고

난 나는 여기에 잠들고있었고

이 방엔 나와 이분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남자는 다시 잠에 빠져든것같다.

 

의사 선생님은 희망이 보이는것 같다며

정말 기쁜 모습으로 병실을 나갔다.

 

다음날 남자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피곤에 지치신 모습이셨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들이 움직였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그래서 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머니께서는 무언가 알아차리신듯

밖으로 나가시더니

오렌지가 담긴 비닐봉투를 들고오셨다.

웃음을 띄시면서

아들 녀석 식성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하시며

오렌지 껍질을 벗기신다,

그리곤 나오는 오렌지 즙 한방울을

그의 입속으로 떨어뜨린다,

 

왜일까

왜 그가 웃는것처럼 보이는걸까.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때 보이던 희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우린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화장실을 가기위해

나갔다.

 

이제 난 내 삶에 불만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정말로 내가 원했던 삶일수도 있다.

내가 여태까지 지고있던 죄의 짐들을

조금씩 털어버리려고 난 이 무겁고도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이 반성의 길을

한마디 하지 않고 걷고있는것 같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너무 초최했다.

많이 야위어 있었고 피곤해 보였다.

 

말도 할수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그리고 평생 알고지내지도 않았던 그 사람을

이렇게 오랫동안 지켜오면서 난 점점더

알고싶어졌다,

 

이 소년은 어떤 사람이였을까.

무언가 하고싶던 열망에 차있던 사람이였을까

아님 소박한 꿈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는

씩씩한 사람이였을까.

 

난 병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매일 하던것처럼

그를 체크했다. 욕창의 번짐정도,

링겔의 용량체크 등등,

 

그가 눈을 뜨고 있다.

다시 한번 더 일어난 것이다.

그의 자제력으로 말이다.

 

그는 날 보고 울고있다,

 

깜짝 놀라 어쩔줄 몰라하다

나도 금세 눈물이 베어나온다.

이런 사람이구나,

 

조그만것에도 감사할줄 아는 사람이였구나,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을 돌보고있구나!

 

나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가 날 보는것처럼

나도 그의 눈을 바라보며 함께 울었다.

 

그가 눈을 길게 한번 감았다 떴다

난 알아차렸다, 그가 나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다는것을.

 

참고 지내왔던

어떠한 앙금이 씻겨져 내려갔다.

이제 내 눈물샘은 내 자제력을 벗어났다,

솓아지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한체 그의 곂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 정말 미안해요'

수도 없는 사과끝에 얻어낸것은 그의 다시 잠든 모습뿐이였지만

난 그가 날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너무나 깊은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

 

 

사랑할수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것이, 이런 느낌이였을까.

 

드라마나 영화에만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니였나.

 

난 사랑할수없는 사람을 사랑하게됬다.

 

난 아직도 그 소년의 마지막 손길을

잊을수없다,

그리고 어느때보다도 더 총망했던 눈빛을,

마지막 말을.

 

'어머니에게 사랑한다 전해주세요,

 그리고 소녀여, 만나고 싶었어요. '

 

 

내곁에 이제

그 아름답던 소년은 없다.

 

 

하지만 웃는 모습으로 아들아 하늘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한 어머니의 눈빛에서,

한 소년의 간절했지만 이뤄질수없었고 또 불합리했던

사랑에서

나의 이기적이였고 거짓말 같았던 사랑에서,

 

난 그 누구가 줄수 없었던

어떠한 많은것을 내 속에 담았다.

 

그리고 이제

내가 사랑했던 어떤 남자의 어머니가 한말대로

난 그것으로 운명을 이기며 살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