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사건을 아십니까?

김현준2006.07.09
조회169


전두환 정권탈취 초창기인 1981년 9월 어느 날 부산이다.
살기어린 눈으로 저항세력을 색출하려고 벼르던 신군부 일당에게 솔깃한 제보가 날아든다.
지식인으로 보이는 일당 몇이 모여 신군부를 비난함과 동시에
무슨 책들을 가지고 토론도하고 학습도 한다는 내용.
신군부 일당은 긴장한다.
정통성이 결여되어 사방에서 도전받는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대상이 누구든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군부는 공안검사 최병국에게 사건을 맡긴다.
신군부의 충견인 최병국은 날랜 잡견을 사방에 푼다.
잠바차림의 건장한 사내들이 검은 지프에 오르고 기세 좋게 여러 곳으로 떠난다.




몇 시간 뒤 최병국이 수사책임자로 있는 대공분실은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곳곳에서 검거되어온 숱한 민주인사들이 지하 감방에 이르자말자
몽둥이질과 발길질, 주먹질이 날아드는  가운데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고 엎어지고 쥐약 먹은 개처럼 사방을 비명 내지르며 기는 것이다.
소위 혼 빼기 작전이다.
기선을 제압해야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쉬운 것이다.
이들이 검거된 이유는 로 보안법위반행위였다.
한마디로 말 같지도 않는 혐의였다.




부산에서 일어난 이른 바 학림사건, 줄여 부림사건이다.
구속된 인사들은 모두 22명.
하나같이 빨갱이란 딱지가 붙어 굴비처럼 엮이어
도살장이라 불리던 대공분실 지하 감방으로  끌려 내려간 뒤 치도곤부터 당한 것이다.
그 도살장에서 조금 정신이 든 몇몇은 다시 한번 새파랗게 질려버린다.
하데스의 옥좌에 버티고 있는 저승사자는 다름 아닌
아무나 빨갱이로 만드는데 이력이 난 공안검사요 그 이름도 유명한 최병국인 것이다.




22명 모두 영장도 없이 체포되고 구금되지만
아무도 이 무법행위에 항거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이들 22명의 민주인사들에게는
몽둥이질 고문과 물 고문, 통닭구이 고문 이 이어진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그 혹독함을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온갖 종류의 악형이 연일 가해지는 것이다.
비명과 눈물이 난무하고 호소와 애원이 난비하는 가운데
최병국은 빨갱이가 만들어질 때까지 고문을 다그친다.




다시 이어지는 처절한 비명과 울음소리, 절규하는 외침,
그리고 애원하고 사정하는 호소의 음성, 더러는 혼절하고 더러는 정신이 나가버린다.
그러나 고문은 멈출 기색이 없고 밤이고 낮이고 비명과 절규와 하소연과 애소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곳을 두고 지옥보다 더 무서운 곳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옥은 죄가 있는 자가 가서 당하는 곳이므로 덜 무섭고 덜 억울하지만
대공분실의 지하 감방은 죄가 없는데도 억지로 죄를 자복하라는 곳이니
죽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 수도 없는 곳이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나갔다.
사람들은 어느새 초죽음이 된 것이다.




고문은 없는 죄를 만들고 소시민은 어느 사이에 간첩으로 변한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다.
그리고 열흘이 그 두려운 지옥의 세월이 흘러갔다.
발가벗겨진 사람들은 이미 인간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자존심도 용기도 내던져버렸다.
희망도 신념도 사상도 포기해버렸다.
곧고 바른 이념도 가치관이나 인생관도 모두 버리고 뭉개버렸다.
스스로 버리기도 했고 더러는 억지로 뭉개기도 했던 것이다.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안검사 최병국은
자신도 이런 정도의 심한 고문을 받으면 스스로 공산주의자라고 자복할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고문의 강도를 재촉한다.
단순한 독서모임이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고 고무한 죄로 조작되었고
술집에서 두 사람이 만난 사실도 친구의 개업식에 선물을 들고 찾아간 일도,
망년회에서 서로 만난 일도 모두 현저하게 사회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집회로 규정된 것이다.




당시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이
어떤 식으로 정통성 없는 군사독재정권의 안보의 무기로 이용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노무현과 김광일, 문재인 변호사들이 이 사건에 무료변론을 맡는다.
결국 이 사건은 김영삼 대통령이 들어선 뒤에야
이란 정치적 면죄부는 받는다.
그러나 법률적으론 아직도 보안법위반사건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사건은 23년 전에 일어났다.
그러나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들은 아직도 악몽에서 헤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그 억울함 그 정신적 불구의 세월을 어디에 하소할 것인가?

공안검사출신 최병국은
국회의원이란 신분 속에 자신의 악행을 감추고
지금도 떵떵거리며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자신을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본색을 어떻게 감출 것인가.
그리고 그에게 피해를 당한 민주인사들의 복수의 칼끝을
그는 언제까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살기위하여 죄를 덮기 위하여 과거사를 묻어버리자고 제안이라도 할 것인가.

 

죽여도 시원치 않을 인두껍을 쓴 악마새끼. 한나라... 정말 알수록 더럽고 끝을 알 수 없는 지옥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