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배달 `67세 청년` 민희원씨~~나이 먹을 틈이 어딨어, 일하기 바쁜데 허허허

김영종200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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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이삼사'. 시중에 유행하는 건배사입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통계청은 2030년의 평균수명은 남자 79.2세, 여자85.2세로 지금보다 네 살 정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겪은 지금의 60~80대는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해도 60세부터 20~30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뒷방 늙은이'로 남은 생을 보낼수는 없지요. 노후를 보내려면 뭔가 소일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당장 생활이 곤란하지 않더라도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기 위해 일을 선택하는 분도 많습니다. 지하철 배달일을 하는 민희원씨도 그런 분입니다. 이분의 하루를 동행해 봤습니다.

지하철 배달 `67세 청년` 민희원씨~~나이 먹을 틈이 어딨어, 일하기 바쁜데 허허허지하철 배송업체에 근무하는 민희원씨가 22일 을지로입구역에서 여의도로 배달할 옷을 든 채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그는 하루 평균 9시간 동안 지하철을 이용해 옷을 배달한다.
"옷 이름 헷갈리지 마세요. 연락 없이 맘대로 가도 안 돼요."

22일 오전 9시40분 을지로입구역 부근의 지하철 배송 업체 '조은사람들' 사무실에선 회사 대표 임석권(48)씨가 20여 명의 노인을 상대로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들 중 희끗희끗한 머리에 인상이 온화한 민희원(67)씨가 있었다. 지하철 배송일을 한 지 8개월째다. 오전 10시 민씨의 일이 시작됐다. 명동의 의류매장에서 옷을 받아 중계역 의류점에 전달하는 것이다. 그의 발걸음은 무척 빨랐다.

지하철 배달 `67세 청년` 민희원씨~~나이 먹을 틈이 어딨어, 일하기 바쁜데 허허허"학생시절 육상선수였지. 전국대회도 나갔어." 옷을 받아 을지로입구역으로 가는 도중 휴대전화가 울렸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옷 한 벌을 받아 잠실점에 전하라는 지시였다. 그는 동선을 을지로→잠실→중계역으로 수정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전화가 왔고 롯데 노원점, 금천구의 수선 집으로 가는 일이 추가됐다. 롯데 노원점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30분. 점심은 백화점 지하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민씨는 5000원짜리 비빔냉면, 기자는 5000원짜리 비빔밥을 시켰다. 비빔밥이 두 숟가락쯤 남았을 때 냉면 그릇이 먼저 비었다. 시간은 단 5분. "생각보다 여유가 없어요. 나중에 뛸 때도 있어."

낮 12시40분.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향했다. 한강을 건널 때쯤 민씨의 옛날 얘기가 시작됐다. "라면회사에 나무젓가락을 대는 사업을 했지. 돈도 좀 만졌는데 어음 한번 잘못 돌렸다 부도가 났어. 빚쟁이들에게 엄청나게 시달렸지." 이자라도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1995년 미술관 관리원으로 취직했다. 62세에 관리원을 그만두고 경비 용역 회사에 취직해 3년간 건축자재 창고 등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다. 65세를 넘기면서 경비를 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하철 배달이었다.

"지하철 배달을 하겠다는 노인 10명 중 절반이 한 달을 넘기지 못해. 건강이 안 따르거나 체면 때문이지. 한 번만 체면 벗어던지면 그 다음부터는 쉬운데."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했지만 배달 장소에 착오가 생겨 20분을 헤맸다. 옷을 받을 수선 집은 구로디지털단지 역 부근에 있었다. 을지로입구역과 여의나루역을 거쳐 구로의 수선 집으로 와 옷을 찾았다. 오후 6시30분. 롯데 노원점으로 다시 가야 한다. 얼마나 버는지 궁금했다. 한 달 월급은 75만원. 올해 64세인 아내도 여섯 살 난 손자가 유치원에 간 사이 다른 아이를 돌봐주고 25만원을 번다고 한다. 부부는 함께 30만원을 저축하고 나머지는 용돈 등으로 쓴다. "자식들에게 손 벌릴 일이 없고 손자.손녀에게 장난감도 사줄 수 있으니 된 거지."

지하철 배달 `67세 청년` 민희원씨~~나이 먹을 틈이 어딨어, 일하기 바쁜데 허허허

노원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7시42분. 민씨가 뛰기 시작했다. 폐점 시간인 오후 8시까지 배달을 끝내야 해서다. 노원점 5층 닥스 매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7시50분. 평소보다 한 시간이 늦었다. 일을 마친 안도감 때문일까. 그의 모습이 지쳐 보였다.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 헤어지며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지 물었다.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 집에만 있으면 이상하게 아프거든." 이날 배달한 의류는 9점, 수금한 돈은 5만원, 거쳐간 지하철역은 121곳이었다.

◆ 특별취재팀=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변선구 사진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