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에 빠질 때

민병선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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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에 빠질 때

남자는 눈으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 사랑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할 것이라 의심한다.

그녀의 작은 손짓이 나만을 위한 것이라 느낄 때

나에게 관심을 보일 때 감동을 받고 사랑에 빠진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눈웃음과 문득 날아온 문자 메시지

함께 길을 걸으며

가볍게 스치는 옷깃과 부드러운 미소...

가벼운 팔짱에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한편으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애써 그녀에 대한 감정을 부정한다.

나는 그녀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고,

단지 친구일 뿐이며,

어쩌면 사랑하는 애인이 있는지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곤 소심해진다.

 

고백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다.

하지만 관심의 주변에서 늘 맴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좋아하는 취향이 뭔지,

관심갖는 것이 뭔지 궁금해한다.

그리곤 공통점을 찾는다.

그 음악 좋아하세요? 나도 그런데...

그 공통점을 찾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보고

밤새 공부했다는 걸 들키지 않도록 태연히 말한다.

저랑 취미가 같으시네요...

늘 인연을 가장하려고 애쓴다.

 

평소엔 안하던 짓이 늘기 시작한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던 남자가 어느 날 와인바에서

머쓱하게 맛을 음미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 그녀를 위해서다.

 

그녀의 친구들한테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는 고백할 타이밍을 늘 노린다.

고백에 실패한 날은 자책한다.

그 타이밍에 용기를 내어 더 들이밀었어야하는데 하면서 후회하지만...

다시 만나면 망설이다 실수를 또 반복한다.

 

그래서 그녀랑 술을 마시길 원하고

영화를 보기를 원하고

함께 식사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손을 잡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한다.

 

어느 날 자신이 무심코 지나치던 예쁜 옷가게나 상점, 선물가게나 꽃가게 앞에서

서성인다면 당신은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밥을 먹어도 재미난 이야기를 들어도 누군가가 자꾸만 떠오른다면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보고하거나 수다스럽게 대화를 한다면

당신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 고민하고

한참을 망설이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면

혹은 마음을 들킬까봐 밤에 전화를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남자가 거울을 자주 보게 된다면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남자가 유행하는 옷과 악세사리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건 스스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여자가 남자에게 친구처럼 지내자고 말한다면 남자는 실망하지만,

남자가 그녀에게 친구처럼 만나자고 말한다면 그건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하고자

부담을 안 주려는 미끼일 수 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친구처럼 다가가기를 원한다.

그건 탐색전이다.

프로포즈를 할 용기가 없다면

친구를 가장해 그녀의 곁에서

그녀 주변을 맴돌기를 원한다.

 

그녀가 담배연기를 싫어한다면 담배를 끊기 어렵기에

멀리서 열심히 핀 후 그녀가 오기 전에 담배 연기를 없애려고 애쓴다.

 

그녀가 자신을 편안히 대하면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슬슬 간섭하려고 한다.

그것이 사랑을 시작한 남자의 의무라고 착각을 하면서.

 

남자는 그녀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친구인척 다가가고

통화도 아주 가끔 하지만

그녀가 싫어하지 않는 기색을 보이면

하루에 한번으로 바뀐다.

그리곤 저 혼자 조급해진다.

그녀에게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기를 강요한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랑 섹스를 꿈꾸는 거에 조심스러워진다.

대부분의 남자는 섹스를 좋아하고 즐기려고 한다. 그래서 반발심도 있다.

섹스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혐오감이 있기에

진정 사랑하는 여자와의 섹스는 상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빨리 섹스를 해야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것이 내 여자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섹스를 하면 내 여자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으려고 한다.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그 여자는 특별하다고 믿는다.

연애경험도 없고 술도 못 마시고 현모양처에 경험도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곤 나중에 혼자 배신감을 느낀다.

 

그녀 또한 사랑한다고 말하면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지만

한편으론 한 여자에게 구속당했다고 아쉬워한다.

그렇기에 보상심리로 이 여자가 자신에게 잘해주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애교를 떨어야 하고

나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여자가 더 많이 사랑한다고 확신하는 순간

남자의 사랑은 의무감이 된다.

때 되면 선물을 사줘야 하고

더 재밌는 다른 기회들이 여자 때문에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얻는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서

사랑을 얻는 순간 탈진한다.

 

그 지점에서 새로운 여자를 찾아 곁눈질을 하는 본성이 있다.

매번 다른 여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만나는 여자들이 매번 첫사랑의 이미지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늘 그 이미지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을 남자는 후에 알게 된다.

그리곤 첫사랑을 떠올린다.

 

남자가 오랫동안 한 여자만을 사랑했다면

그건 그녀가 아름답거나

몸매가 섹시하거나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에

만나면 친구처럼 편안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