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을 내것으로 만드는법

류창길200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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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드는 방법

 

 

극장과 책.

 

둘 다 사람들 여가 생활을 책임지는 매체로 얼핏 상충돼 보이지만 이 둘을 아주 훌륭한 조합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CJ그룹 계열 CGV의 박동호(47) 대표.



그는 극장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 영업 전략의 원칙은 고스란히 책에서 얻는다.

 

전통 산업인 식품업 출신인 박대표가 서비스업 경영자로서 탄탄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그의 독특한 독서법이다.



한 달 평균 3∼5권의 책을 읽는다는 박동호 대표의 독서법은 ‘실용’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책 한 권을 읽으면 책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우려먹고 또 우려먹는 경제적 독서를 즐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선 첫 번째

읽을 때는 대충 눈으로 한번 훓는다.

 

두 번째는

그 중 필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그리고 세 번째 읽을 때는

그 책 내용 중 실제 회사 경영에 참고할 만한 부분 옆에 앞으로 실시할 경영 전략과 지침들을 빽빽이 메모해 놓는다.

 

이렇게 책을 3회독(回讀)하다 보면 어느새 책 내용은 머리에 차곡차곡 쌓인다.



박대표의 독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읽은 책 내용 중 두고두고 새길 가치가 있는 게 있다면 PDA에 입력해 재활용한다.

 

출장갈 때나 시내에서 이동할 때 자꾸 들여다보며 되새김질하는 것.


실제로 그의 팜(Palm) PDA 안에는

「소유의 종말」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등 그가 감명깊게 읽은 책의 주요 어구들이 들어앉아 있다.

 

 또 그는 책 내용이 좋으면 저자나 책 주인공에 관련된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수집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찾은 자료들이 책장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박동호 대표가 이런 빈틈없는 독서를 하게 된 계기는 뭘까?

 

그는 서비스 분야에 관해서는 완전 백지 상태였던 자신에게 책만큼 훌륭한 선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10여년간을 줄곧 식품 분야에 있다가 극장사업부 쪽으로 오니까 모든 게 새롭더군요.

 

게다가 임원이 돼서 경영을 하는 입장이 되니까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주로 경영 관련 서적을 읽으며 자신만의 경영 포인트를 잡아 나갔다.

 

빠른 세태 속에서 하나하나 몸으로 부딪혀 가며 배우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저도 가끔 글을 쓸 때가 있지만 고작 한 문단 쓰는데도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립니까?

 

그런 걸 보면 그 두꺼운 책을 쓴 사람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만큼 경험과 지식이 축적됐다는 거겠죠. 그들이 쓴 책이니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년간의 독서 경험을 통해 박대표는 자기만의 경영 포인트 4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영자답게 ‘변화’ ‘속도’ ‘현장’ ‘정열’이 그가 꼽은 경영 원칙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들을 실전에 적용한 덕분에 CGV는 최근 누적관객 수 4천7백만 명을 돌파하고 각종 서비스 평가에서 수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독서를 통해 스스로 적지 않은 재미를 본 박대표는 ‘독서’를 조직관리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책 읽는 것의 유용함을 맛본 그는 지난해부터 책 한 권을 지정해 직원들에게 이를 읽고 독후감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도록 했다.


지금까지 선정된 책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등 총 3권이다.



“말로 백날 떠드는 것보다 이렇게 스스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니까 1백50명 직원들 사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더군요.


비전 제시에도 좋고 잘쓴 글 시상하면서부터는 동기 부여에도 좋은 수단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이 제도는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스스로는 평범한 독서가일 뿐 대단한 게 없다고 말하는 박대표는 책을 고를 때 직접 서점에 가서 꼼꼼히 읽어 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고른다.

 

그럴 시간이 없을 때는 신문 북 섹션에 나오는 베스트셀러들을 비서에게 사오라고 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 박대표의 관심을 끄는 책들 중에는 경영 서적뿐 아니라 「괭이부리말 아이들」 「우동 한그릇」 등 소설이나 수필집도 있다.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인 감성 트레이닝을 해야 합니다. 본인이 흥분하지 않는데 고객을 흥분시킬 수 있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으며

머리는 비우고 가슴은 채울 필요가 있죠.”



마지막으로 박동호 대표가 꼽은 올해 베스트 북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죠.

 

 접속과 네트워크의 힘을 강조하고,

 

앞으로는 문화산업 생산시대에서 문화산업 체험시대로 간다는 그의 저술은 서비스 사업을 하는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죠.”

그가 내민 「소유의 종말」 책을 보니 속지는 낙서로 더럽혀지고 표지는 너덜너덜 해져 있었다.

 

그리고 밑줄 그은 곳 옆 여백에는 누구한테 언제 어떤 지시를 내리겠다는 실무 지침들까지 쓰여 있다.

 

인터뷰 내내 쉼 없이 책 내용을 인용해 가며 대답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증거물이었다.





 

[2004-11-26] knoyyou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