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봉이 김선달

안준형200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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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삼매경.

처음으로 혼자 낚시를 하러 갔다.

 

캐미라이트(야광찌)를 사용해야 할정도로 어두워지자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나름대로의 운치와 멋을 느끼며 낚시에 푹 빠져 있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인기척을 느낄수 없이 조용하게 다가온 50세는 훌쩍 넘은것 같은 분이 말을 건네신다.

 

 

 

"춘천에서 왔어요."

 

 

 

자기도 춘천에 있던 사람이라면서 무언가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힐끔힐끔 노려본다.

 

훗...

 

만일을 위해 가져온 MP삼을 귀에 꼿고 더이상 이야기 하기 싫다는 포스를 풀풀 내 풍기며 낚시에 다시 빠져들었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8시쯤낚시대를 던졌는데 시계를 보니 자정이 훌쩍 넘고 있었다.

 

 

 

'집에 가야지.'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정확히 13마리의 물고기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차로 돌아가는데...

 

 

 

"많이 잡았어요?"

 

"네... 재미는 봤어요."

 

 

 

아까 나를 뚫어져라 처다보던 그 아저씨였다.

묵직한 내 어망을 보고 인상을 쓰는데 부러운건지, 얄미럽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수 없었다.

원두막에 걸터 앉아 있던 아저씨가 퉁명스럽게 나에게 말을 건넨다.

 

 

 

"다음부터 이렇게 와서 낚시하지 말아요."

 

"네?"

 

"다음부터는 이런식으로 낚시하지 말라구."

 

"무슨 말씀이시죠?"

 

 

 

당황스런 나의 말에 나즈막하게 썩쏘를 띄우며 입을 여는 그 분...

 

 

 

"여기가 그냥 흐르는 하천같아도 다 땅주인이 있다구, 저기 옆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돈내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이런식으로 낚시하지 말라고."

 

"허... 무슨말씀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이건 뭐, 어렸을 때 읽었던 대동강물을 팔아치운 김선달을 보는듯 했다.

 

"허.. 이 강 주인이세요?"

 

"그럼, 다 임자가 있는 강이야. 저기부터 여기까지는 내땅이야. 내가 춘천에서 살았었는데 그것때문에 오늘 한번은 봐준거야."

 

"아...나..."

 

"이 사람보게. 내가 한때 도의원 비서실에 있던 사람이야."

 

"아... 알겠습니다. 실례지만 성함이 어찌 되시죠?"

 

"이! 원! 제!  이원제! 이! 원! 제! 내 이름은 이.원.제야."

 

이름을 자랑스럽게 외쳐대는 그 장면에 아직도 치가 떨린다.

한번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

도의원을 지낸것도 아니고 비서실에 있었다는 사실을 자랑처럼 떳떳히 외치는 그 모습이 웃음만 나왔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참고 참았던 입에서 욕이 툭 튀어나온다.

 

"에이.. 씨X. 똥밟고 가네. 아저씨! 어이 아저씨!"

 

내가 다소 공격적인 어투와 금방 뛰어들것 같은 포즈를 취하자 고개를 스윽~ 돌리셨다.

 

내 더러운 인상이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

 

 

 

어른에게 되먹지 못하게 대드는건 절때 내 사전에 있을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달랐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강에서 낚시를 하는 것 까지 돈을 내라하다니...

 

설사 강과 붙어있는 땅이 자기소유라고 치자.

난 발목이 푹푹 들어가는 진흙같은 곳에서 낚시했는데 농작물 하나 자랄수 없는 그 땅도 자기 땅이라는 건가?

 

참 좋은 땅을 소유하고 계신다.

비 많이 오면 100% 넘치는 땅을...

 

내가 그곳에서 낚시를 2년동안 열번은 넘게 낚시를 했는데 사람들 많이 오는걸 보고 돈벌이를 구상했나 보다.

 

이건 대동강물 팔아먹은 김씨와 다를게 뭐가 있는가.

 

도의원 비서실에 일했으면 강도 소유할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걸까?

 

내가 법은 잘몰라서 구체적으로 말할순 없지만 이건 말이 안된다.

 

낚시하는데 바로옆에 고무보트 타고 지나가면서 그물치는거 아무말 않했던게 아쉬워 질 정도다.

 

이런 경치좋고 물맑은...

새들 날아다니고 공기도 좋은 이 곳.

 

이 곳에서 난 엿같은 이선달때문에 기분을 망치고 간다.

당신은 내가 본받아야 할 어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