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수현,노희경

신여진200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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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나는 자존심을 위해 산다


제가 올해로 예순셋이에요. 옛날로 치면 노인네죠. 그것도 악명 높은…. 전 생업을 위해 작가가 되었어요. 다행히 생업으로 시작한 일이 내 적성에 잘 맞았어요. 찌는 듯한 한여름에 만삭의 몸으로 앉아서 쓴 작품이 데뷔작이지요. 처음엔 어떻게 쓰는 줄도 몰랐어요. 20분이면 원고지 몇 장이 필요하다, 그것만 알고 시작했지요. 작가가 되고 돈을 벌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집으로 이사해, 더운물로 샤워를 할 때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더군요. 작가가 돼서 좋은 점은 이렇게 돈을 벌었다는 겁니다.

 

전 드라마 작가로 살아온 지난 40년 동안 자존심을 훼손하거나 타협하지 않았어요. 내 자존심을 버려가면서까지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여자라는 것을 의식하지도 않았어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있었죠. 저는 어느 장소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살고 싶었어요. 자존심을 지킨다는 건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걸 의미해요. 또 자존심을 지키려면 그것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만 하죠. 나는 그런 모습으로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내 자존심을 지키려다 보니 충돌도 많죠. 제 대본은 감독이라도 글자 한 자를 마음대로 수정하지 못하니 충돌이 생길 수밖에요.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절대 허용 안 해요. 이대근씨가 대사 정확히 외워서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예전에 몇 번 연습을 하다 ‘에이’ 하며 대본을 집어던지더군요. 제 작품은 이처럼 토씨 하나만 고쳐도 말이 안 돼요. 차인표씨가 한번 그런 적이 있어요. ‘이 대사를 요렇게 고치면 어떨까요’ 하고. 전 ‘안돼’ 하고 단호히 거절했어요. 작가는 나예요. 연기자들은 내 작품을 최선을 다해 표현하면 되는 거예요.

 

지난번 이효리양의 캐스팅 문제 때도 그랬어요. 전 후배로부터 제 원작 에 ‘이효리가 캐스팅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미쳤다’고 그랬어요. 그 즉시 제작사와 감독에게 ‘안 된다’고 통보했죠. 난 이효리한테 사감 없어요. 그 친구가 왜 인기가 있는지를 몰랐는데, 오락 프로에서 한번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솔직, 소박하고 넘칠 듯하면서도 넘치지 않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런데 작품 속 인물은 논리 정연하고 똑똑한 아이예요. 효리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배역이지요. 그래서 내 홈페이지에 ‘효리양 러브콜?’이라는 제목으로 ‘그런 적 없고요, 아직 기절해 있는 중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안티 김수현이 무지 많아요. 전 인터넷을 안 하지만 우리집 식구들이 중계방송을 해줘서 다 듣고 있죠. ‘노망난 노인네, 기운 떨어지면 그냥 집에나 있어라’, ‘이효리 인기 업고 이렇게까지 할래’ 등등. 나이 들어 별의별 욕을 다 듣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아요.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해 자신이 있기 때문이지요.
 
 

 

 

 

 

 

 

 

 

 


 
노희경 나는 가난이 싫어 작가가 되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원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물감이 너무 비쌌어요. 작가가 되려면 책을 읽어야 하는데, 우리집에는 책 살 돈이 없었죠. 그래서 주로 오빠들 책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읽어서는 안 될 책이었던 것 같아요.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배고픈 게 별로 슬픈 일이 아니더군요. 언니는 ‘우리집 왜 이리 못사냐’고 불만이었는데, 난 이런 가난이 훗날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전 중3 때부터 공장엘 다녔어요. 엄마가 돈 안 주니까, 내가 벌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려고요. 직장 생활할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제가 글 쓰는 것을 참 좋아하셨어요. 어머니하고 약속한 것까지 저버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1년 만에 데뷔하지 못하면 포기하겠다고 생각하고 직장을 그만두었어요. 그때부터 삶을 무식하게 살았어요.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9시에 집에 와, 새벽 2시까지 책 읽고. 연수원에서는 무조건 썼어요. 그만 내라고 할 때까지 써서 냈어요. 책은 헌책방에서 사보고, 1주일에 1만원을 썼어요. 그 당시 커피 한 잔 마실 수는 있었지만 감히 친구들하고 모여서 술 마신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데뷔하고 1년 동안 일이 없어 방송국 월급 60만원으로 생활했죠. 그래서 사람 만나면 처음부터 까놓고 얘기했어요. ‘나 돈 없다. 그래서 비싼 밥 못 먹는다.’ 3000원 이상 되는 밥은 안 먹었어요. 데뷔 후 5000원까지 오르긴 했지만요. 표민수 PD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서 알기 때문에 둘이 만나면 절대 5000원짜리 이상은 안 먹어요.

 

제 작품에는 카페신이 별로 없어요. 가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제대로 그릴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추워도 계단에서 만나고, 밖에서 만나요. 가난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어요. 만약 가난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악착같이 쓰지 않았을 거예요. 전 작가로 돈 벌면서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 말 듣기 싫습니다. 받는 돈에 비하면 그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지요. 전 글을 쓰면서 무척 긍정적이 되었어요. 좋은 점도 많았죠. 어렸을 때부터 쓸모 없는 인간이란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는데, 작가가 되니 더 이상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되었죠.

 

전 아버지를 무척 미워했어요. 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쁜 인물들은 다 아버지를 묘사한 거예요. 그런데 정말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몰라요. 옛날에 아버지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드라마에 썼는데, 아버지가 그걸 보시더니 그러는 거예요. ‘저런 나쁜 놈.’ 
 

 

 

 

 

 

 


 
김수현 이젠 욕먹는 게 두렵지 않다


드라마 작가로 자존심 지키며 살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전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하루에 5권도 읽어요. 책을 안 읽으면 작가로서 벌거벗고 서 있는 거와 마찬가지예요. 작가도 자신의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그래요. ‘여보세요, 그럼 지금까지 제가 어떤 인생을 살았나요.’ 독서를 통해 닫혀 있던 나의 감성이 눈을 뜨게 됐어요.

 

요즘 TV를 보면 이상한 드라마가 너무 많아요. 무슨 인격 장애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아요. 시청률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작가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거예요. 시청률 때문에 작가들이 쪽지 대본 내보내면서 작품을 쓰고 있어요. 전 시청률에 신경 쓰면서 작업 안 해요. 그러면 벌써 죽었을 거예요. 내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작품이 잘될 수만은 없어요. 정말을 정성 기울였는데, 삐거덕한 적도 있어요. 좀 못 되었더라도 ‘어떡하겠냐. 이번에 좀 아니네!’ 하고 넘어가요.

 

전 시청자 수준을 내 수준으로 맞춰놓고 작품을 씁니다. 작품은 곧 작가의 수준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작품을 쓰고 싶은 거예요. 전 시청자 입맛에 맞춰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어요.

 

드라마는 스토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쓰는 것이에요. 그래서 작가는 인간에 대한 탐구정신이 있어야 해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체온이 없는, 향기가 없는 드라마가 됩니다. 유영철 사건을 놓고 엽기적인 살인마로 보는 건 작가로서의 시각이 아니에요. 이 사람은 살인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영혼이 망가질 때까지 어떤 삶을 살았나 하는 궁금증이 있어야 해요.

 

가족드라마는 감성, 이성, 지능 지수에 모럴 지수까지 모두 갖추어야 해요. 은 그런 드라마였어요. 사실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죠. 그러나 애착은 더 가는 작품이에요. 왜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성을 다 쏟아 부었기 때문이죠.

 

요즘 드라마 중에는 볼 게 없어요. 예전에는 콩쥐팥쥐 스토리가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드라마의 주된 테마예요. 그 다음엔 어디로 갈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신데렐라가 뭡니까. 인생 날로 먹겠다는 거 아닙니까. 느닷없이 편하게 잘살자는 식의. 그런 드라마 써서 시청자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줄 수 있겠어요. 또 웬 엽기들은 그렇게 많은지. 이런 드라마 풍조를 보면 사실 걱정이 많이 돼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드라마니까, 라는 말이에요. 그건 곧 쓰레기니까, 라는 소리로 들려요. 그래서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엽기, 3각 관계에서 자유롭고 건강한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런 이유로 이번에 를 쓰게 된 거예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하기 위해서….

 

 

 

 

 

 

노희경 나는 실패가 두렵다


전 시청률에 신경을 씁니다. 분명히 시청률 잘 나올 거라 생각하고 썼는데, 방법을 모르는지 계속 잘 안 나와요. 시청률에 신경을 쓰지 않는 작가는 무책임한 작가라고 생각해요.

 

저를 인터넷이 만든 작가라고 말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인정합니다. 어느 정도는 인터넷 마니아들이 키워준 작가예요. 그것이 나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이미숙, 류승범 주연의 은 자타가 공인한 망한 작품이에요. 그 충격 때문에 심리상담까지 받았죠. 많이 반성했어요. 배우들한테도 미안했고요. 하지만 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어요. 그따위로 작품을 쓰면 망한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으니까요.

 

요즘 저는 다시 일거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중압감에 무척 시달립니다. ‘너는 10년짜리 작가밖에 되질 않아’ 하는 환청이 들리고, ‘이번 작품 하나로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두려움이 상당히 커요. 그래서 다른 작품들을 악착같이 읽죠.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무서워요. 또 누군가 죽어야만 내가 정신 차리고 쓰는 게 아닌가 하고요. 슬럼프를 참 많이 겪는데, 그때마다 실컷 울어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울다 보면 어느새 개운해져 다시 기운 차리고 쓰게 돼요.

 

전 남하고 등지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저는 대본 수정을 잘 하는 작가에 속해요.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신 나와 상의를 해야 해요. 그런데 상의를 하다 보면 그 사람 얘기가 맞을 때가 많아요. 김수현 선생님처럼 치밀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허술함을 채워줄 때가 있어요. 그때 무척 창피해요.

 

얼마 전에 터키를 갔다 왔어요. 드라마 작가가 아니면 제가 어떻게 갔겠어요. 그때, ‘아, 돈을 벌어서 이렇게 쓰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오면서 감사했어요. 전 아직 결혼을 안 했는데, 돈이 많아서 안 해요. 남편과 재산분할하는 게 걱정이 돼서요. 작가 되고 난 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결혼하란 말씀을 안 하셨어요. 제가 결혼하면 우리집 가정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전 그렇게 일해 돈 벌면서 훌륭한 남편까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수현 선생님도 혼자 살잖아요.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것 같아요. 
 

 

 

 

 

 

출처-http://blog.naver.com/sleepywitchs?Redirect=Log&logNo=80009696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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