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우리는 약속한 시각에 만나 어제 홈즈가 말했던 베이커가 221번지 B호의 하숙방을 보러 갔다.
그 곳은 아늑한 침실 두 개와 넓은 거실로 되어 있었다.
거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가 놓여 있었고,
큰 창문이 두 개나 있어 밝은 편이었다. 방은 흠잡을 데 없거니와,
하숙비도 반부담하면 힘에 겨운 것도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그 방의 주인이 되었다.
나는 그날 저녁 안으로 호텔에서 짐을 옮겼고,
이튿날 아침에 홈즈 역시 상자와 여행용 가방 몇 개를 운반해 왔다.
그로부터 이틀 동안은 짐을 풀고 살림살이를 배열하는데 부산했으나,
그 일이 끝나자 차츰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홈즈는 함께 생활하고 보니 별로 신경 쓰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몸가짐이 차분하고, 모든 일에 절도가 있었다.
밤에는 대게 10전에 잠자리에 들어가고 아침에는 언제나 내가 일어나기 전에 식사를 마치고 외출했다.
낮에는 병원에 있는 화학 실험실에 틀어박히거나 해부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으나,
때로는 멀리 교외로 산책을 나가기도 하는 것 같았다.
가끔 열띤 연구심에 불타 정신없이 설치다가도 그 반작용을 며칠 동안이나 계속 거실의 소파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입을 다물고 손끝하나 까닥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홈즈는 멍하니 꿈이라도 꾸는 듯한 눈이 된다.
만일, 내가 홈즈의 평상시 절도 있는 생활을 몰랐다면 마약 중독자가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
날이 감에 따라 홈즈에 대한 나의 흥미는 높아갔고,
홈즈가 그의 인생에서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느냐는 점에 차츰 호기심을 품게 되었다.
또한 홈즈는 그 외모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키는 180cm정도였는데 깡마른 몸매라 실제보다도 더 키가 커 보인다.
눈은 쏘는 듯 날카롭다.
그리고 콧날이 선 매부리코 때문에 얼굴 전체가 날카롭고 강한 인상을 준다.
더구나 네모진 턱은 더욱 의지가 강한 성품임을 엿보이게 하였다.
손은 잉크나 화학 약품으로 늘 얼룩져 있지만,
그 손놀림이 날렵해서 깨지기 쉬운 물건도 아주 익숙하게 다루었다.
나는 홈즈에게 몹시 마음이 끌려,
홈즈가 입 밖에 내지 않는 신상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알아보려고 했다.
역시 홈즈는 의학을 공부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엇인가 일관성 있는 공부를 하여 학위를 따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분야의 학문에 대해서는 맹렬한 정열을 지니고 있었다. 기이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박식함이나 관찰력에 있어서는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함께 살기 시작해서 처음 1주일 정도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홈즈도 나처럼 외로운 신세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홈즈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고,
그것도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레스트레이드라는 사람은 몸집이 작고 혈색도 나쁘며 쥐와 같은 얼굴에 까만 눈을 갖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이나 찾아왔다.
그런가 하면,
어느 날 아침에는 최신 유행의 옷을 차려 입은 젊은 아가씨가 찾아와 30분가량 이마를 맞대고는 돌아갔다.
같은 날 오후에는 행상을 하는 유대인 차림의 머리가 반백이 된 초라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몹시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뒤를 이어 뒤꿈치가 닳아 없어진 구두를 신은 노파가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손님이 오면,
홈즈는 매번 거실을 독점하고 싶은 눈치여서 나는 늘 침실로 후퇴해야 했다.
홈즈는 이 일에 대해서는 그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내 처지로서는 거실을 사무실 대용으로 쓸 수밖에 없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은 내 손님인 셈이지.”
그럴 때마다 난 홈즈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에게 내막을 털어 놓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그만두곤 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 홈즈가 자진해서 그 일을 설명해 주었기에 궁금증이 풀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 날은 3월 4일이었다. 내가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났기에 홈즈는 아직 조반 전이었다.
그러자 하숙집 아주머니는 내가 늘 늦게 일어난 탓에 내 몫의 아침 식사와 커피는 식탁 위에 준비해 놓지 않았다.
나는 약간 신경질이 나서 벨을 눌러 아주머니를 불러서는 내 식사도 가져오라고 퉁명스럽게 일렀다.
그리고 토스트를 먹고 있던 홈즈를 곁눈질로 보고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식탁 위에 있던 잡지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연필로 표시가 되어 있는 어느 제목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그것은 ‘인생의 서’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관찰력이 풍부한 인간은 평소 마주치게 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실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구체적이고도 열의에 찬 논문이었지만,
이론의 전개에는 억지와 과장이 섞인 것 같았다.
이 논문의 필자는 얼굴의 근육이 약간 일그러지거나,
시선이 번쩍 움직이는 것과 같은 순간적인 표정의 변화에 의해서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읽을 수 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세우고 있었다.
만사를 체계 있게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에 관해서 보거나 듣는 일이 없어도,
한 방울의 물을 보고서도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이란 하나의 큰 쇠사슬과 같은 것이어서 그 하나의 고리를 알면 인생 전체를 포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추리 분석의 학문은 다른 여러 가지 학문과 마찬가지로 끈질긴 학습을 통해 마침 내 몸에 익힐 수가 있다.
이 학문을 익히고자 하는 사람은 인간의 마음을 짐작해 낸다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다루기 전에,
우선 기초적인 문제부터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누구를 만나면 한눈으로 그 사람의 경력이나 현재의 직업을 판별하는 능력을 쌓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러한 훈련은 어린아이 장난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관찰력은 연마되고 어디에 착안하고 무엇을 볼 것인가를 터득하게 된다.
손가락의 손톱, 옷소매, 바지의 무릎, 둘째 손가락이나 엄지손가락에 박힌 굳은 살, 표정 등은 모두가 명백히 그 사람의 직업을 말해 주고 있다.
뛰어난 연구자가 그런 것들을 종합해 생각하면
그 사람의 직업을 추리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나는 잡지를 식탁 위에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릴! 이런 별 볼일 없는 글을 읽기는 처음인걸.”
홈즈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왜 그러나?”
“이 기사 말일세. 표시를 해놓은 걸 보니 자네도 읽은 모양이네만,
이건 아마도 누군가 할 일이 몹시도 없는 사람이 안락의자에 파묻혀 끄적인 것이 틀림없네.
그런 이론이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내 생각 같아서는 이 글을 쓴 자를 지하철 3등차 속에 밀어 넣고 차 안의 승객들 직업을 차례로 맞춰 보라고 윽박질러 주고 싶네.
내기를 걸고 말일세.”
홈즈가 조용히 말했다.
“그랬다가는 내기 돈만 날릴 걸세. 실은 그 글은 내가 쓴 거라고.”
“자네가?”
“그렇다네. 나는 관찰이나 추리의 힘을 존중하지.
저기에 쓰인 이론은 자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여간 실용적인 것이 아니라네.
따지고 보면 나는 그 이론으로 먹고사는 셈이거든.”
“어떻게 말인가?”
“나는 그런 이론을 응용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네.
이런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 하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 즉, 탐정 고문 노릇을 하고 있으니까 이 런던만 해도 형사나 사립 탐정이 꽤 많이 있지.
그들이 수사에 막히면 나를 찾아오고,
나는 거기서 정확한 타개책을 일러 준다네. 그들은 모든 증거를 내게 말해주고, 나는 범죄 역사에 관한 지식을 살려,
대개의 경우는 해결책을 말해줄 수가 있다네.
대부분 범죄 사건에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으므로 1,000개의 범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으면 1,001번째의 범죄도 쉽게 풀릴 수 있을게 아닌가.저번에 찾아온 레스트레이드도 몸집이 작고 생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유명한 경감이라네. 위조지폐 사건으로 골치를 앓다가 나를 찾아왔다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대개 흥신소의 소개로 찾아온다네.
모두가 나름대로 가진 걱정거리가 있어.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지.
그래서 내가 상대방의 이야길 듣고 상대방이 내 의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면 사례를 하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자네는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도 사건에 휘말려 있는 본인도 풀 수 없는 의문을 풀어줄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이지.
그런 일에 관해선 나는 일종의 직감을 갖고 있다네.
그야 때에 따라서는 복잡한 사건도 있기 마련이지.
그럴 땐 내가 뛰어다니면 직접 살펴보기도 하지.
하지만 보다시피 나는 특수한 지식을 적지 않게 갖고 있고,
또 그것을 응용하니까 사건을 놀라울 정도로 간추려 생각할 수가 있네.
자네는 이 잡지에 나와 있는 추리의 원칙을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했지만, 그 원칙이 내일에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네.
나는 무엇이든 저절로 관찰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네.
내가 처음 자네와 만났을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느냐고 물었더니 놀라는 얼굴이 되더군.”
“누구에게서 들었겠지.”
“천만에! 내 추리의 힘으로 알았을 뿐일세.
오랜 습관으로 번갯불에 콩 튀기듯 생각이 돌아가니까 순식간에 결론이 나오고 말았지만,그 추리의 순서를 풀어보면 이렇게 된다네.
‘여기에 의사 같은 신사가 있다.
그러나 군인 냄새가 난다. 그렇다면 군의관이지.
얼굴과 손은 검게 탔지만, 와이셔츠 소매 밑의 손목은 흰 것으로 보아 열대지방에서 돌아왔을 것이다.
초췌한 얼굴로 보아 고생스러운 환경에서 중병을 앓은 모양이다.
왼팔에 부상을 입은 모양인지.
팔의 움직임이 딱딱하고 부자연스럽다.
열대지방으로서 더구나 대영제국의 군의관이 부상을 입을 정도의 격전지는 어딘가?
아프가니스탄이 뻔하다.’
이상의 추리에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네.
그리고 결론을 이야기하자 자네는 토끼 눈이 되었던 걸세.”
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명을 듣고보니 극히 간단하군.
자네는 미국의 추리 소설가 포의 작품에 등장하는 뒤팽 탐정 같군 그래.
그런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걸.”
홈즈는 벌떡 일어서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자네는 물론 나를 칭찬해 줄 생각으로 뒤팽을 끄집어냈겠지.
그러나 나보고 그를 평하라면 불쌍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
15분 동안이나 생각하고 나서야 그럴듯한 추리를 해서 친구들을 놀래게 하다니,
답답하기보다는 동정이 가네.
어느 정도는 분석에 재능이 있기는 했지만,
포가 기대한 만큼 명석한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않네.”
“그래? 자네는 프랑스의 추리 작가 가보리오의 작품도 읽었겠구먼.
거기에 나오는 르코크라면 자네의 눈으로 보아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
홈즈는 콧방귀를 뀌었다.
“르코크 같은 건 장님 코끼리 더듬기라, 봐주기도 괴롭네. 한 가지 인정해줄 일이 있다면 정력적이라는 점 하나지.
하여간 그 책은 도저히 눈을 뜨고 읽어 줄 것이 못되네.
입을 열지 않는 용의자의 신원조사가 고작이 아닌가.
나라면 하루로 족할 일을 르코크 선생은 반년이나 허둥거리더군.
그 책은 탐정으로서 빠지기 쉬운 실수를 경계하는 교과서라면 도움이 될 걸세.”
나는 내가 제 딴에는 숭배한 책 속의 탐정들이 둘 다 홈즈에 의해서 묵사발이 되는 것을 보고 약간 화가 치밀었다.
나는 창가에 다가서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머리가 좋을지 모르나 자만심이 지나친 것 같아.’
홈즈는 혼잣말처럼 투덜거리며 앉아 있었다.
“최근에는 그럴싸한 악인도 범죄도 꼬리를 감추고 말았나 봐.
이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좋은 두뇌를 갖고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말일세.
범죄 수사에 있어서 나만큼 연구를 쌓고,
또 타고난 재능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일세.
그러나 나와 같은 탐정을 필요로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 주지를 않으니 어쩌나.
기껏해야 경시청의 돌대가리 수준에 맞는 동기가 뻔하고 서투른 악당뿐이니.”
나는 홈즈의 기고만장한 이야기에 더욱 화가 났기에,
이야기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남자는 뭘 찾고 있는 걸까?”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가리킨 것은 집의 번지수를 들여다보며 도로의 저쪽을 서성거리는 한 남자였다.
우람한 체격에 검소한 차림이다.
손에는 푸른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걸 배달하러 가는 모양이었다. 홈즈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저 해병대 출신 중사 말인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큰소리군! 넘겨짚어 봤자 탄로날 걱정이 없으니 저런 소릴 하는 거겠지.’
그러는 동안에 우리가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우리 쪽의 집 번호를 확인하고는 잰 걸음으로 길을 건너왔다.
그리고는 곧 아래층에서 노크 소리가 나고 굵직한 목소리가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하더니 쿵쿵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코난도일]주홍색 연구-2.추리라는 학문.
2. 추리라는 학문
다음 날 우리는 약속한 시각에 만나 어제 홈즈가 말했던 베이커가 221번지 B호의 하숙방을 보러 갔다.
그 곳은 아늑한 침실 두 개와 넓은 거실로 되어 있었다.
거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가 놓여 있었고,
큰 창문이 두 개나 있어 밝은 편이었다. 방은 흠잡을 데 없거니와,
하숙비도 반부담하면 힘에 겨운 것도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그 방의 주인이 되었다.
나는 그날 저녁 안으로 호텔에서 짐을 옮겼고,
이튿날 아침에 홈즈 역시 상자와 여행용 가방 몇 개를 운반해 왔다.
그로부터 이틀 동안은 짐을 풀고 살림살이를 배열하는데 부산했으나,
그 일이 끝나자 차츰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홈즈는 함께 생활하고 보니 별로 신경 쓰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몸가짐이 차분하고, 모든 일에 절도가 있었다.
밤에는 대게 10전에 잠자리에 들어가고 아침에는 언제나 내가 일어나기 전에 식사를 마치고 외출했다.
낮에는 병원에 있는 화학 실험실에 틀어박히거나 해부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으나,
때로는 멀리 교외로 산책을 나가기도 하는 것 같았다.
가끔 열띤 연구심에 불타 정신없이 설치다가도 그 반작용을 며칠 동안이나 계속 거실의 소파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입을 다물고 손끝하나 까닥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홈즈는 멍하니 꿈이라도 꾸는 듯한 눈이 된다.
만일, 내가 홈즈의 평상시 절도 있는 생활을 몰랐다면 마약 중독자가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
날이 감에 따라 홈즈에 대한 나의 흥미는 높아갔고,
홈즈가 그의 인생에서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느냐는 점에 차츰 호기심을 품게 되었다.
또한 홈즈는 그 외모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키는 180cm정도였는데 깡마른 몸매라 실제보다도 더 키가 커 보인다.
눈은 쏘는 듯 날카롭다.
그리고 콧날이 선 매부리코 때문에 얼굴 전체가 날카롭고 강한 인상을 준다.
더구나 네모진 턱은 더욱 의지가 강한 성품임을 엿보이게 하였다.
손은 잉크나 화학 약품으로 늘 얼룩져 있지만,
그 손놀림이 날렵해서 깨지기 쉬운 물건도 아주 익숙하게 다루었다.
나는 홈즈에게 몹시 마음이 끌려,
홈즈가 입 밖에 내지 않는 신상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알아보려고 했다.
역시 홈즈는 의학을 공부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엇인가 일관성 있는 공부를 하여 학위를 따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분야의 학문에 대해서는 맹렬한 정열을 지니고 있었다. 기이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박식함이나 관찰력에 있어서는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함께 살기 시작해서 처음 1주일 정도는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홈즈도 나처럼 외로운 신세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홈즈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고,
그것도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레스트레이드라는 사람은 몸집이 작고 혈색도 나쁘며 쥐와 같은 얼굴에 까만 눈을 갖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이나 찾아왔다.
그런가 하면,
어느 날 아침에는 최신 유행의 옷을 차려 입은 젊은 아가씨가 찾아와 30분가량 이마를 맞대고는 돌아갔다.
같은 날 오후에는 행상을 하는 유대인 차림의 머리가 반백이 된 초라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몹시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뒤를 이어 뒤꿈치가 닳아 없어진 구두를 신은 노파가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손님이 오면,
홈즈는 매번 거실을 독점하고 싶은 눈치여서 나는 늘 침실로 후퇴해야 했다.
홈즈는 이 일에 대해서는 그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내 처지로서는 거실을 사무실 대용으로 쓸 수밖에 없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은 내 손님인 셈이지.”
그럴 때마다 난 홈즈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에게 내막을 털어 놓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그만두곤 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 홈즈가 자진해서 그 일을 설명해 주었기에 궁금증이 풀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 날은 3월 4일이었다. 내가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났기에 홈즈는 아직 조반 전이었다.
그러자 하숙집 아주머니는 내가 늘 늦게 일어난 탓에 내 몫의 아침 식사와 커피는 식탁 위에 준비해 놓지 않았다.
나는 약간 신경질이 나서 벨을 눌러 아주머니를 불러서는 내 식사도 가져오라고 퉁명스럽게 일렀다.
그리고 토스트를 먹고 있던 홈즈를 곁눈질로 보고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식탁 위에 있던 잡지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연필로 표시가 되어 있는 어느 제목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그것은 ‘인생의 서’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관찰력이 풍부한 인간은 평소 마주치게 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실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구체적이고도 열의에 찬 논문이었지만,
이론의 전개에는 억지와 과장이 섞인 것 같았다.
이 논문의 필자는 얼굴의 근육이 약간 일그러지거나,
시선이 번쩍 움직이는 것과 같은 순간적인 표정의 변화에 의해서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읽을 수 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세우고 있었다.
만사를 체계 있게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에 관해서 보거나 듣는 일이 없어도,
한 방울의 물을 보고서도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이란 하나의 큰 쇠사슬과 같은 것이어서 그 하나의 고리를 알면 인생 전체를 포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추리 분석의 학문은 다른 여러 가지 학문과 마찬가지로 끈질긴 학습을 통해 마침 내 몸에 익힐 수가 있다.
이 학문을 익히고자 하는 사람은 인간의 마음을 짐작해 낸다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다루기 전에,
우선 기초적인 문제부터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누구를 만나면 한눈으로 그 사람의 경력이나 현재의 직업을 판별하는 능력을 쌓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러한 훈련은 어린아이 장난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관찰력은 연마되고 어디에 착안하고 무엇을 볼 것인가를 터득하게 된다.
손가락의 손톱, 옷소매, 바지의 무릎, 둘째 손가락이나 엄지손가락에 박힌 굳은 살, 표정 등은 모두가 명백히 그 사람의 직업을 말해 주고 있다.
뛰어난 연구자가 그런 것들을 종합해 생각하면
그 사람의 직업을 추리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나는 잡지를 식탁 위에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릴! 이런 별 볼일 없는 글을 읽기는 처음인걸.”
홈즈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왜 그러나?”
“이 기사 말일세. 표시를 해놓은 걸 보니 자네도 읽은 모양이네만,
이건 아마도 누군가 할 일이 몹시도 없는 사람이 안락의자에 파묻혀 끄적인 것이 틀림없네.
그런 이론이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내 생각 같아서는 이 글을 쓴 자를 지하철 3등차 속에 밀어 넣고 차 안의 승객들 직업을 차례로 맞춰 보라고 윽박질러 주고 싶네.
내기를 걸고 말일세.”
홈즈가 조용히 말했다.
“그랬다가는 내기 돈만 날릴 걸세. 실은 그 글은 내가 쓴 거라고.”
“자네가?”
“그렇다네. 나는 관찰이나 추리의 힘을 존중하지.
저기에 쓰인 이론은 자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여간 실용적인 것이 아니라네.
따지고 보면 나는 그 이론으로 먹고사는 셈이거든.”
“어떻게 말인가?”
“나는 그런 이론을 응용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네.
이런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 하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 즉, 탐정 고문 노릇을 하고 있으니까 이 런던만 해도 형사나 사립 탐정이 꽤 많이 있지.
그들이 수사에 막히면 나를 찾아오고,
나는 거기서 정확한 타개책을 일러 준다네. 그들은 모든 증거를 내게 말해주고, 나는 범죄 역사에 관한 지식을 살려,
대개의 경우는 해결책을 말해줄 수가 있다네.
대부분 범죄 사건에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으므로 1,000개의 범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으면 1,001번째의 범죄도 쉽게 풀릴 수 있을게 아닌가.저번에 찾아온 레스트레이드도 몸집이 작고 생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유명한 경감이라네. 위조지폐 사건으로 골치를 앓다가 나를 찾아왔다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대개 흥신소의 소개로 찾아온다네.
모두가 나름대로 가진 걱정거리가 있어.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지.
그래서 내가 상대방의 이야길 듣고 상대방이 내 의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면 사례를 하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자네는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도 사건에 휘말려 있는 본인도 풀 수 없는 의문을 풀어줄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이지.
그런 일에 관해선 나는 일종의 직감을 갖고 있다네.
그야 때에 따라서는 복잡한 사건도 있기 마련이지.
그럴 땐 내가 뛰어다니면 직접 살펴보기도 하지.
하지만 보다시피 나는 특수한 지식을 적지 않게 갖고 있고,
또 그것을 응용하니까 사건을 놀라울 정도로 간추려 생각할 수가 있네.
자네는 이 잡지에 나와 있는 추리의 원칙을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했지만, 그 원칙이 내일에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네.
나는 무엇이든 저절로 관찰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네.
내가 처음 자네와 만났을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느냐고 물었더니 놀라는 얼굴이 되더군.”
“누구에게서 들었겠지.”
“천만에! 내 추리의 힘으로 알았을 뿐일세.
오랜 습관으로 번갯불에 콩 튀기듯 생각이 돌아가니까 순식간에 결론이 나오고 말았지만,그 추리의 순서를 풀어보면 이렇게 된다네.
‘여기에 의사 같은 신사가 있다.
그러나 군인 냄새가 난다. 그렇다면 군의관이지.
얼굴과 손은 검게 탔지만, 와이셔츠 소매 밑의 손목은 흰 것으로 보아 열대지방에서 돌아왔을 것이다.
초췌한 얼굴로 보아 고생스러운 환경에서 중병을 앓은 모양이다.
왼팔에 부상을 입은 모양인지.
팔의 움직임이 딱딱하고 부자연스럽다.
열대지방으로서 더구나 대영제국의 군의관이 부상을 입을 정도의 격전지는 어딘가?
아프가니스탄이 뻔하다.’
이상의 추리에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네.
그리고 결론을 이야기하자 자네는 토끼 눈이 되었던 걸세.”
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명을 듣고보니 극히 간단하군.
자네는 미국의 추리 소설가 포의 작품에 등장하는 뒤팽 탐정 같군 그래.
그런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걸.”
홈즈는 벌떡 일어서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자네는 물론 나를 칭찬해 줄 생각으로 뒤팽을 끄집어냈겠지.
그러나 나보고 그를 평하라면 불쌍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
15분 동안이나 생각하고 나서야 그럴듯한 추리를 해서 친구들을 놀래게 하다니,
답답하기보다는 동정이 가네.
어느 정도는 분석에 재능이 있기는 했지만,
포가 기대한 만큼 명석한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않네.”
“그래? 자네는 프랑스의 추리 작가 가보리오의 작품도 읽었겠구먼.
거기에 나오는 르코크라면 자네의 눈으로 보아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
홈즈는 콧방귀를 뀌었다.
“르코크 같은 건 장님 코끼리 더듬기라, 봐주기도 괴롭네. 한 가지 인정해줄 일이 있다면 정력적이라는 점 하나지.
하여간 그 책은 도저히 눈을 뜨고 읽어 줄 것이 못되네.
입을 열지 않는 용의자의 신원조사가 고작이 아닌가.
나라면 하루로 족할 일을 르코크 선생은 반년이나 허둥거리더군.
그 책은 탐정으로서 빠지기 쉬운 실수를 경계하는 교과서라면 도움이 될 걸세.”
나는 내가 제 딴에는 숭배한 책 속의 탐정들이 둘 다 홈즈에 의해서 묵사발이 되는 것을 보고 약간 화가 치밀었다.
나는 창가에 다가서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머리가 좋을지 모르나 자만심이 지나친 것 같아.’
홈즈는 혼잣말처럼 투덜거리며 앉아 있었다.
“최근에는 그럴싸한 악인도 범죄도 꼬리를 감추고 말았나 봐.
이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좋은 두뇌를 갖고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말일세.
범죄 수사에 있어서 나만큼 연구를 쌓고,
또 타고난 재능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일세.
그러나 나와 같은 탐정을 필요로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 주지를 않으니 어쩌나.
기껏해야 경시청의 돌대가리 수준에 맞는 동기가 뻔하고 서투른 악당뿐이니.”
나는 홈즈의 기고만장한 이야기에 더욱 화가 났기에,
이야기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남자는 뭘 찾고 있는 걸까?”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가리킨 것은 집의 번지수를 들여다보며 도로의 저쪽을 서성거리는 한 남자였다.
우람한 체격에 검소한 차림이다.
손에는 푸른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걸 배달하러 가는 모양이었다. 홈즈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저 해병대 출신 중사 말인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큰소리군! 넘겨짚어 봤자 탄로날 걱정이 없으니 저런 소릴 하는 거겠지.’
그러는 동안에 우리가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우리 쪽의 집 번호를 확인하고는 잰 걸음으로 길을 건너왔다.
그리고는 곧 아래층에서 노크 소리가 나고 굵직한 목소리가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하더니 쿵쿵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방안에 들어선 남자가 봉투를 내밀었다.
“셜록 홈즈 씨에게 전해 드리랍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홈즈의 콧대를 꺾어줄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홈즈는 일이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멋대로 지껄였을 테니 말입니다.
나는 자못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실례인지는 모르나,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심부름센터에서 먹고삽니다.”
나는 심술궂은 눈으로 홈즈의 표정을 흘끔 살펴보고 물었습니다.
“그전에는 뭘 했습니까?”
“해병대에 있다가 중사로 제대했지요. 답장을 써주실 필요가 없다면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