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와의 통화

도토리200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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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울 시누하고 전화 통화를 했었다.

내가 자기 아버지한테 어떠한 게 서운한 줄을 알아야

중간에서 화해를 시킬게 아니냐면서

내 마음을 알고 싶어 했다.

 

이미 다 지난 일이고 다시 들추어서 꺼내기 싫다고

해도 내 마음을 알고 싶다는 말로 일관 하면서

내 속 마음을 터 놓길 바라며 자기가 어떻게

시모한테 시집 살이를 했는지를 열변을 토하면서

나한테 말을 하는데..

 

난 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도 시집 사람한테 그렇게 서운하고 앙금이 남아 있고

속상한 일을 겪고 당(?)하고 했으면서 왜 올케 언니인 난

모든 걸 이해하고 넘어가고 용서 하길 바라는 건지

사람이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한다지만

참 어이가 없었다.

 

시모한테 욕을 얻어 먹었다는 말과 친정에 간다면

쌍 심지를 켜고 못 가게 했다는 말..

그래도 명절날 빠짐 없이 잘만 오더구만..

그래서 난 내 가슴이 제일 크게 앙금처럼 남아 있는

지난 아픔을 끄집어 내서 말을 했다.

그러면서 난 아버님 가슴에 그리고 머리에 가족이 아닌

남이였고 이젠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는 말로 쐬기를 박았다.

 

난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건

시누들 명절날 오면 설거지 한 걸 별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시누의 말을 이러했다.

명절날 설거지는 맡아 놓고 자기들이 하고 했는데 무엇이

힘들었겠냐는 말을 서로 오가면서 언니가 대관절 뭐가

심사가 뒤틀려서 이러는 줄을 모르겠다는 말을 언니들하고

했다는 그 시누의 말에 얼척이 없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가씨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갑죠.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그만 하죠"

그러고 말을 하고 그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 해 대는 말..

"언니.. 엄마 아부지가 돈 안 해 줘서 그러는 거예요?"

"아가씨.. 난 오빠 첨 만날때 부터 집안 보고 한거라면 미쳤다고

오빠랑 결혼하고 아이 까지 낳았겠어요. 바라지도 않았고 원하지도 않으며

준다고 해도 겁 납니다. 안 받고 안 바라는게 젤로 좋은 거지 않아요?

아버님이 우리 결혼할 때나 살 때 돈 안 해 준다고 오빠나 내가 가서

띠장 부리고 어기장 놓고 난리 친적 있었어요?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요?"

"내가 아는데 아부지 돈 하나도 없어요"

"아니 그러니까 누가 돈 달라고 했냐구요. 솔직히 말해서 돈은 아버님이

우리한테 바란거고 우린 아버님 돈 일원 땡전 한푼 달라는 소리도 안 했어요.

오빠 놀고 있을 때도 여기 저기 아프다고 하면서 돈 달라고 한 분은 아버님이셨고

그러면서 안 드리니 사회 생활할려면 멀었느니 말았느니 하면서

속 뒤집어 놓은건 아버님 이셨어요. 아가씨는 대체 어디 까지 듣고 어디 까지 알면서

이렇게 뜬금 없이 전화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데요?"

"그래서 시댁에는 이제 전혀 안 갈 거예요?"

"나야 애들 봐서 갈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오빠가 싫다네요.

가면 돈 있니 없니 찾고 여기 저기 아프다는

소리만 하시고 이번 여름 휴가에 가지고 지금 부터 열심히 꼬시고 있는데

딱히 가겠다는 소리를 안 하네요. 그렇다고 나 혼자 갈 수는 없잖아요."

 

대화 중에 누가 현관 문 벨을 누르는 소리에 기회다 싶어 끊어 버렸다.

안 봐도 뻔한 상황들..

명절이고 무슨 행사때 온 가족들이 모이면

그 자리에 없는 자식을 열심히 씹어 주기 좋아하는 우리 시댁 어른들..

우리만 있을 때는 큰 시누 씹고 작은 시누 씹고 또 막내 시누 씹고...

우리 부부 없는 자리에선 열심히 우리 부부 씹었을 것이다.

그렇게 씹다가 결론은 돈으로 결론을 내렸나 부다.

 

당신들이 역으로 우리한테 바랬던 내용은 쏙~ 잡아 빼고선

그걸 반대로 포장 해서 이간 하시는 대단하신 아버님..

 

솔직히 지난 시간 시댁에 앙금처럼 남아 있던 상처들은

시간속에 희미하게 퇴색해져 가고 있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아버님을 다시 상대 하기란 내가

여전히 버거울 거 같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이젠 전에 나의 모습과 판이하게 틀려 졌을 며늘의

모습을 보고 또 어떠한 반응으로 당신 딸내들 앞에서

열심히 씹어 주실지..

시누 남편들도 장인이 없는 자리에서 아들 며늘한테

열심히 씹힌 줄을 알고 있을라나 몰겠다.

 

아들인 우리 신랑도 꺼리는 본가.

아이들이라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워 한다면 모르겠지만

가자고 해도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아이들.

외갓집은 좋다고 가겠다고 소리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쓴 웃음 밖에 나지 않는다.

 

이번에 울 시동생이 결혼을 했다는데 오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란 아버님 말씀에 우리 남편 돈만 부쳐주고 가지도 않고

난 울 막띵 홍역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암튼 심히 어려운 방정식 같은 관계가 되어 버린 거 같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