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그만, 못 벌어도 그만
아파트 입구에 생긴지 몇 년 되는 F사의 편의점이 있다. 생긴지가 꽤 되었고, 그 동안만 하더라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건널목에 위치한 까닭에 사람들의 왕래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하지만 임대료
가 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40-50미터 거리에 또 한 개의 같은 브랜드를 가진 편의점이 얼마 전에 들어섰고, 비슷한 거리에 오랜 역사를 가진 슈퍼마켓이 지하에 있다. 수없이 편의점 앞을 오고 가지만, 물건을 사고 난 다음에 금새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날은 20여분 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편의점 곳곳을 본의아니게 둘러보고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다. 우선 이 가게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주로 일을 한
다. 예전에 나이든 부부들이 운영할 때만 하더라도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젊은 주인이 인수하고부터는 그들을 가게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다. 내 생각에 '벌어도 그만, 못 벌어도 그만'인 모양이
다.
우선은 자기 비즈니스에 절박함이 거의 없이 보인다. 말못할 속사정이 있겠지만, 고객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 문제다. 가게든 기업이든 절박함이 없으면 그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무척 힘들다.
그 편의점만 하더라도 이익을 남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싼 임대료를 제외하면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함이 없다면 난국을 타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우선 편의점 경영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공간이 낭비되고 있음을 금새 느낄 수 있다. 고객에게 널찍한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비용이다. 매장 단위당 수익성을 조금이라고 생각하
게 되면,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같은 회사의 편의점 가운데서 성적이 꽤 좋은 곳을 방문해 보거나, 강남에 위치란 편의점 처럼 비싼 임대료를 내고 영업을 하는
곳을 하루 반 나절 정도 둘러 보는 것만으로 매장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인이 바뀌어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곁에 지하이긴 하지만 슈퍼마켓이 있고 가까운 곳에 새로운 편의점이 출현해 있는 현실에서 편의점의 주인은 반드시 자신만의 독특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규모나
가격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슈퍼마켓에 비해 떨어지긴 하지만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를 두고 라는 저서에서 조안 마그레타는 평범하지만 비즈니
스의 본질을 꿰뚫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경영자의 사명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치 창조다. ... 막연하게 누군가에게는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오직 실제로 살 고객만이 돈을 치르는 법이다. 고
객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에만 회사는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이 편의점이 다른 가게들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우선 두 가지 일 것이다. 하나는 친절이고 또 다른 하나는 청결이다. 동네 장사이기 때문에 친절과 청결이란 두가지만 제대로 다루
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자주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네 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는데, 공간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리고 그 어떤 편의점에 비해서 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면 거리 풍경이 꽤 괜찮은 편이다. 20여분 동안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매장 면적을 좀 컴팩트하게 만들고, 이곳을 조금 더 늘리면 어떨까? 그러면 스타
벅스 나 공항 내의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처럼 이곳에 고객들이 잠시 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벽에는 모네의 모조 그림이라도 하나 걸고, 저곳에는 좀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얼마든지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선 당장 고객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너무 지저분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페인트 칠이라도 다시 해서 면장 내부를 상큼하게 할 수 있다면,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게 될 텐데. 뿐만 아니라 휴지나 기타 남은 음식물 등을 버리는 곳도 인상적이라 할 만큼 청결하게 할 수 없을
까? 고객에게 좀더 잘 할 수 없을까? 이런 단순한 질문 만으로도 얼마든지 개선할 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거창하게 경영마인드 운운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성공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확연히 구분이 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절박함이 없으면 가능성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