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도일]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 - 5.홈즈의 추리

이남희2006.07.18
조회46

5.. 홈즈의 추리..

 

브런튼이 손을 댄 흔적이 없었어.

바닥을 쿵쿵 두드려 보았으나 어디서나 똑같은 소리가 울리더군.

갈라진 틈이나 금이 간 곳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어.

그래서 나는 어디서 잘못되었나 다시 생각해 보았네.

그때, 머스그레이브도 겨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어.

그는 나와 함께 다시 그 의식문 을 꺼내 놓고 조사했네.

 

"그리고 그 아래 있다---라고 쓰여 있잖나? 홈즈, 자네는 그 아래란 말을 못 보 고 넘어간 것일세."

 

나는 '그리고 그 아래'라는 말을 파내라는 뜻으로 알고 있었는데, 곧 그것이 잘 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네.

 

"그럼, 이 아래에 지하실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네. 이 건물을 지을 때 같이 만든 것인데, 저 문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 네.."

 

그래서 우리는 문을 열고 구불구불한 돌게단을 내려갔네.

 머스그레이브는 구석의 통 위에 얹혀 있던 램프에 불을 붙였네.

사방이 환해져서 둘러보았더니,

 그곳이 바로 내가 생각했던 곳임을 알게 되었네.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최근에 누군가 그곳에 왔었다는 것도 알았다네.

그곳은 장작을 쌓아 두는 곳이었는데,

바닥에 죽 깔려 있었던 게 틀림없었을 장 작이 벽을 따라 쌓여 있었고,

더군다나 한가운데만 깨끗이 치워져 있는 것일세.

그 깨끗하게 치워진 바닥 중간쯤에 크고 무거우며 납작한 돌이 하나 있고, 거기 에 녹슨 쇠고리가 달려 있었네.

그걸 보자 머스그레이브가 큰소리로 외치더군.

 

"홈즈, 이걸 보게! 쇠고리에 두꺼운 목도리가 걸려 있네.

이것은 브런튼이 두르 고 다니던 목도리라네.

나는 그가 이것을 목에 감고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어!

그가 여기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때 나는 그 지방 경찰에 연락해서 경관을 보내 달라고 말했네.

 잠시 뒤에 경관 두 사람이 왔다네,.

나는 목도리를 잡아당겨서 무거운 돌두껑을 들어올리려 했지만, 도무지 혼자서는 불가능했네.

그래서 경관 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들어올렸다네. 그랬더니 그곳에 시꺼먼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거였어.

머스그레이브가 구멍 가장 자리에 무릎을 끓고 램프로 구멍 밑바닥을 비췄다네.

구멍 깊이는 2m쯤이고, 넓이는 사방 약 1m 정도인 작은 구멍이었어.

그리고 그 밑바닥의 한쪽에 놋쇠 띠를 두른 나무 상자가 있었네. 그 상자는 두껑이 열려있 고, 구

식 열쇠가 열쇠 구멍에 꽃힌 채로 있었어.

상자 바깥쪽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고, 습기 탓일테지만 상자 안쪽은 곰팡이가 잔뜩 슬어 있더군.

상자 밑바닥에는 옛날 돈인 듯한 금속이 몇 개 흩어져 있었 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런 상자에 대해서 주의하고 있을 틈이 없었어. 왜냐하면 그 옆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모습에 눈길이 쏠렸기 때문일세.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이마를 나무상자 모서리에 대고 두 팔로 상자를 끌어안은 채 죽어 있더군.

시체를 잡아 일으켜서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 사람이 바로 그때 까지 찾고 있던 집사 브런튼이였던 거야.

죽은 지 며칠 된 모양인데, 몸에는 칼에 다친 상처나 긁힌 자국이 전혀 없어서 어째서 죽었는지 알 수 없더군.

물론 그밖에도 모르는 것이 많았어.

처음에는 그 의식문에 쓰여져 있는 곳만 발견하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줄 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고보니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선조가 조심조심 해서 감추어 둔 물건의 정체를 조금도 모르는 채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였어.

 밝혀진 사실은 단지 브런튼이 죽었다는 것뿐이네.

브런튼이 어쩌다가 그런 꼴을 당했는지, 또 하녀 레이첼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 히 밝혀야만 했네.

그래서 나는 지하실 구석에 있는 나무통에 걸터앉아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사건을 정리해 보았네.

와트슨,

이런 경우에 내가 흔히 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지?

나는 우선 내가 브런 튼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머리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를 어림잡아 두고서,

막상 내가 그의 입장이 되었을 때에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네.

나는 브런튼의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지.

브런튼은 이 집안에 보물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래서 그것을 감추어 둔 곳을 찾아내었지. 하지만 무거운 돌두껑이 덮여 있어서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그럼, 브런튼은 어떻게 했을까?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힘을 빌릴 수가 없겠 지.

그렇다면 누군가 집안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네.

그럼,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까?

그는 하녀 레이첼이 가장 알맞다고 생각한거야.

여자는 아무리 남자에게 심한 대접을 받아도 끝까지 미워할 수는 없다고 브런트 는 믿은 거지.

남자란 누구든지 자존심이 강한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브런튼은 다정한 말로 속삭여셔 레이첼과 다시 좋은 사이가 되었겠지.

그 렇게 해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뒤에 레이첼을 데리고 한밤중에 지하실로 내려 갔어.

그리고 둘이서 무거운 돌두껑을 들어올리려고 했겠지. 여기까지는 마치 내 눈으로 보기라도 한 것처럼 추리해 낼 수 있다네.

하지만 두 사람이긴 해도 한 사람은 여자가 아닌가?

그 돌을 그리 쉽사리 들어올 릴 수는 없었을 걸세.

실제로 나도 힘깨나 쓸 만한 경관과 둘이서 들어올렸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네. 그러니까 무슨 도구를 이용한 게 틀림없네.

그렇게 생각하고 사방을 살폈더니 가 장자리가 울퉁불퉁해진 길이가 1m쯤 되는 장작개비가 보이더군.

그 밖에도 꽤 무 거운 물건에 눌려서 납작해진 듯한 장작개비도 몇 개 더 있었네.

그 두 사람은 돌두껑을 가까스로 들어올리고 그 틈에다 장작개비를 끼워 넣고 간 신히 올려서는,

그 밑에다가 다시 다른 장작개비를 밀어넣어서 사람이 기어 들어 갈 있을 만큼 되었을 때,

장작개비 한 개를 받쳐서 두껑이 닫히지 않도록 한 것 일세.

그렇기 때문에 그 장작개비 끝이 짜부라진 것이라네.

그 돌두껑이 보통 무 거운게 아니었거든. 좌우간 여기까지는 잘되었겠지. 굴 속에는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으니,

물론 브런튼이 들어갔을 거야. 레이첼은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겠지.

브런튼은 나무 상자의 자물통을 열고 안에 있던 물건 을 레이첼에게 건네주었을 것이네.

자,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레이첼은 성격이 괄괄한 여자라고 아까도 말했네만,

이때 브런튼에 대한 심한 증 오심이 훨훨 타올랐을 것으로 보네.

사랑을 배반당한 감정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 하는 것 이상의 것이라네.

 

'저 밑에 있는 얄미운 남자는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간신히 받치고 있는 이 막대기만 빼버리면 무거운 돌두껑은 저절로 닫히고 만다....'

 

장작개비가 자연히 빠져 버렸는지, 아니면 레이첼이 잡아당겨서 빼냈는지는 알 수 없네.

하지만 레이첼의 그때 모습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일세.

브런튼이 건네준 보물 자루를 메고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그녀의 모습---그녀 뒤에서는 얼마 뒤에 는 질식해 죽을 것이 뻔한 남자가 미친 사람처럼 돌두껑을 '퉁퉁'치는 소리가 울 렸겠지.

다음날 아침 레이첼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울었다가 웃었다가 한 이 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네.

와트슨.

그럼, 상자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레이첼은 그것을 어디다가 숨겼을까?

물론 그것은 머스그레이브가 연못 속에서 건져냈다는 오래 된 쇳덩이리와 작은 돌멩이가 틀림없다네.

그녀는 자신의 죄가 탄로날까 보아 일찌감치 연못 속에 던져 넣었을 것이네.

나는 지하실 나무통에 걸터앉아서 20분쯤 곰곰히 생각했지.

 머스그레이브는 창백 한 얼굴로 내 곁에서 쐺프를 들고 구멍 속을 들여다보고 있더군.

그는 끌어올린 나무 상자 속에 있던 돈을 내게 보이면서.

 

"이것은 찰스 1세(1600-1649, 재위 1625-1649:무리한 정책을 강행했기 때문에 청 교도 혁명이 일어나서 폭군, 반역자, 국민의 적으로서 처형됨)때의 금화라네.

이것을 보니 의식문이 쓰여진 연대는 자네가 말한 대로이군."

 

하고 말했어.

 

"흠, 이 밖에도 찰스 1세에 관한 물건이 좀더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의식문의 처음 부분에 쓰여져 있던 두 가지 말이 그때 갑자기 생각나더군.

 

"자네가 연못에서 건져 올린 그 자루에서 나온 것들을 조사해 보세."

 

나는 이렇게 말하고서 머스그레이브와 함께 그 자루가 있는 서재로 갔네.

머스그 레이브는 자루 속에 들어 있던 잡동사니를 내 앞에 늘어놓았지.

이걸 보고 나는 그가 그 물건들을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까닭을 알겠더군.

그 안에서 나온 것들은 시커멓게 물든 커다란 쇳덩어리와 자갈같이 생긴, 윤기가 없고 때가 시커멓게 낀 것들이었다네.

내가 그 자갈을 소매 끝으로 문질러 보니 글쎄 그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겠나?

보석이었던 거야.

그래서 그 쇳덩이를 잘 조사해 보았더니 고리를 두 개 겹친 듯한 것이었는데,

비 틀리고 굽어 있어서 원래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웠네.

나는 머스그레이브에게 말했지.

 

"자네도 기억하고 있을리가고 믿네만,

찰스 1세가 죽은 뒤에도 왕당파(혁명군에 대항하여 찰스 1세를 도운 군대)는 영국에 버티고 있었으나,

나중에 외국으로 도망칠 때 귀중한 물건을 어딘가에 감추어 두고 갔다네.

전쟁이 끝나면 다시 찾 으려고 말이네."

 

"내가 그걸 잊을 수 있겠나?

우리 선조이신 랠프 머스그레이브 경은 이름난 왕당 파였는데,

찰스 2세가 외국에 망명중이었을 때는 그의 왼팔이라고까지 했을 정 도였다네."

 

"아, 이제는 알겠네. 겨우 마지막 수수께끼가 풀렸어.

축하하네.

비록 비극은 있 었지만 자네는 역사상 매우 가치있는, 아니 그 이상으로 귀중한 물건을 손에 넣 은 것이네."

 

"그게 무슨 뜻인가?"

 

"다름아닌 옛날 우리 영국의 왕관이네."

 

"뭐! 왕관이라고!"

 

"그렇다네. 의식문에 있는 말을 다시 새겨 보게.

뭐라고 써 있나? '그것은 누구 의 것이었던가?

사라져 간 사람의 것이다.' 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이 말은 처 형된 찰스 1세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네.

그리고, '그것을 손에 넣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중에 오는 사람이다.'라고 쓰여 있지?

그 말은 찰스 2세를 가리킨다네. 그

러니깐, 모양이 형편없이 짜부라진 이 왕관도 옛날에는 틀림없이 영국 왕의 머리에 얹혀 있었던 것이라네."

 

"어째서 그것이 연못 속에 있었을까?"

 

"그것을 설명하자면 시간이 좀 걸리거야."

 

하고 내가 말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내가 추리해 낸 바를 설명해 주었네.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어느새 저녁놀이 사라지고 밝은 달이 하늘에 걸려 있었네.

 

"그럼, 찰스 2세가 돌아왔을 때 어째서 그 왕관을 되찾지 않았을까?"

 

머스그레이브는 왕관을 자루속에 다시 집어넣으면서 물었다.

 

"글쎄, 그 점은 나도 모르겠네.

혹시, 랠프 머스그레이브 경이 왕에게 이 비밀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죽고 나서, 그 뒤에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어느 영주가 무슨 잘못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뜻을 자식에게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 문답만 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의식문은 별 의미없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네.

그것을 영리한 브런튼이 눈치채고 마침내 그 비밀을 밝혀냈으나, 그로 인해서 오히려 목숨을 잃고 말았던 것이지."

 

나는 머스그레이브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네.

이것이 바로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이야기일세.

그 왕관은 지금도 머스그레이브 저택에 보관되어 있지.

물론 그것을 개인적인 가보로 삼는 데에는 까다로운 법률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는 꽤 많은 돈을 들여서 그 왕관 의 소유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군.

내가 소개했다고 말하면 머스그레이브는 기꺼 이 자네에게도 그 보물을 구경시켜 줄 것일세.

하녀 레이첼은 그 뒤로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네. 아마 영국을 떠나 어딘가 멀리 가버렸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