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도보여행 2일째....

김관영2006.07.20
조회16

9시 제주행 배편을 기다린다. 예약 및 현장 판매는

만석이라,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최악의 상태.

계획성 없는 여행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리라.....

 

제주도 도보여행 2일째....

 

그러나 그러한 걱정이 우습기라도 한 듯,

대기자 명단에 있었던 거의 전원이 배를 탈 수가

있었다.

드레드에 문신을 한 한국남자와 외국인 여자 커플....

30대 중반은 되어보이는 배나오고 머리 벗겨진 아저씨와

20대 중반도 안되어 보이는 하얀 원피스의 부인도....

씨끄러운 아이들을 동반한 10명 가까이 되는 가족단위

여행객들도....

4시간 남짓한 시간을 배에서 보내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보고 또 본것 같다.

결국 그 사람들과 아는 사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 사람들의 얼굴은 왜 기억하고 있는지.....

이런데에 내 기억력과 생각을 낭비하고 싶진 않소. 쳇!

 

그나마 엷게 펼쳐진 구름 뒤로 비치는 자그마한 남해의

섬들과 구름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이 내 기분을

달래주었던 것같다.

제주도 도보여행 2일째....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역시 해녀의집이다.

여름에 회는 좀 그렇지만,

바닷가에서 바로 잡아 올린 것이라면 얘기는 틀리다.

문어와 쥐치를 적당한 가격에 구입해 낮술을 즐겼다.

제주도 도보여행 2일째....

 

구름 한점 없이 해가 쨍쨍한 가운데,

바닷 바람이 부는 그늘에 앉아 마시는 미지근한 한라산

과 싱싱한 회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으면서도

은근한 조화를 이루었다. 적어도 우리는, 아니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인근 항구 앞에서 설겆이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후배

들과 합류를 했다. 수건을 두른 머리에 밀짚모자....

선명하게 드러난 반팔 소매 아래 흑백의 피부조화....

벌겋게 올라온 코 끝....

첫 장기 여행에 그 정도면 훌륭했다. 어느새 3일째

노숙이란다. 쿠쿡......

 

제주항에서 함덕 해수욕장까지의 거리는 대충 20km

남짓이었던 것 같다. 죽어라고 걷고 또 걸어도

도로 표지판의 거리는 계속 두자리 수 였다.

 

갈아신은 샌들로 인한 발의 적당한 고통과

짊어진 가방의 무게가 주는 적당한 하중이

시간이 흐를 수록 고통스러워지고 무거워지는건.....

지금 이순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도 도보여행 2일째....

 

함덕은 벌써 세번째다.

신기한 건 매년 조금씩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이젠 여타 내륙에 있는 해수욕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 바이킹... 매점... 북적이는 사람들.....

 

잠이 오지 않았다. 분명 피곤했을 터인데.....

 

구름 사이사이로 별이 간간이 보인다.

 

왠일인지 술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보고싶단 생각에 슬퍼지는 일도 없었다.

 

그냥 이 여행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