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말하다

박소영200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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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말하다

겨울밤은 길고..
한 때 밤마다 뜨거워졌던 내 전화기는
이젠 늘 차갑게 쉬고 있고..
그래서 나는 퇴근길이면 자주 비디오 대여점에 들르곤 해.


보고 싶었던 영화는 거의 다 봤으니까...
이젠 제목을 들어본 거 같았던 영화들을 하나씩 들춰보지.
그러다가 비다오를 빌리러 오는 사람들..
형편없는 추리닝이나 잠옷 바지를 구경하고..
아르바이트 하는 남학생의 하마같은 하품도 구경하고..


비디오 케이스에 적힌 설명.. 읽어본 적 있니?
난 그 줄거리를 읽어보면서 놀랄때가 많아.
두시간 가까운 그 많은 이야기를
어쩜 이렇게 짧게 정리할 수 있을까?


우연히 두 사람이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으나...
부모와 세상의 반대가 있어서 헤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해 괴로운 시간을 보냈으나...
차차 익숙해졌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뒤, 그들은 우연히 마주쳤으나...
그저 쓸쓸히 뒤돌아 서 자신의 갈 길을 갔다.


학교 다닐 때..
국어 시간이면 문단 나누기 했던거.. 생각나?
각 문단의 내용을 요약해 오시오.
뭐 그런 숙제도 자주 있었지.
나는 문단 나누기에도 그랬지만,
요약에는 더 서툴렀었어.
고민 끝에 한 줄로 그 내용을 정리하고 나면
나머지 내용들에 다시 눈이 갔지.


'이것도 중요한 거 같은데..
저것도 빼면 안될 거 같은데..'

그저.. 우연히 만났다.
그저.. 여러가지 이유로 헤어졌다.
일반화하고 요약하는 그런 방법을 난 처음부터 몰랐던 거 같아.

 

나는.. 지금도 몰라.
우리는 그저 우연이 아니라, 운명처럼 만났잖아.
우리의 사소했지만 그 많은 공통점들.
우린 새끼 손톱에 초생달이 떠있던 것과
눈썹 끝에 점이 있던 것 까지 다 똑같았찌.
우리처럼 이야기가 잘 통하는 연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고..
우리는..
우리는..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해 괴로운 시간을 보냈으나,

차차 익숙해졌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우연히 마주쳤으나

그저 쓸쓸히 뒤 돌아서 자신의 갈길을 갔다.

시간이 더 지나면..
내게도 우리 사랑이 그렇게..
단 몇 줄로 정리가 될까?
너에겐 벌써.. 그렇게 됐을까?
추운.. 긴.. 사랑을 말하다.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사랑을 말하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