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보여 슬픈 야수 이야기

문미령2006.07.25
조회31

     늙어보여 슬픈 야수

 

늙 어보여 슬픈 고딩이여...

노천명 시인의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여...란 싯귀처럼

전 늙어보여 슬픈 야수입니다.

 

어느 아침9시...

늦잠을 자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는데...

기사 아저씨가 이러네요.

"어이구 출근이 늦으시네요?"

".......아저씨...... 저 고2인데요..."

"하하하,손님 농담도~장가가서 애 서넛은

낳았을 나이인데.제가 이래봬도 택시경력16년이라

손님들 얼굴 딱보면 나이,직업 같은 건 얼추 맞춘다니까요."

"......."

 

언제부턴가 제게 흔히 벌어지는 일 중 하나 입니다.

나이는 18세, 겉모습은 30대 중반...

왜 이토록 제가 나이가 들어보일까요?

생긴 건 제가 보기엔 잘생겼습니다.

키180센티미터,몸무게90키로그램,까무잡잡한피부.

멋지지 않습니까?

문제는 조폭처럼 곱슬머리를 짧게 자른 머리 스타일에

얼굴에 수염이 조금 많다는 거...

아니, 사실은 매우 많습니다.

외모 콤플렉스란 게 꼭 못생겨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늙어보여 생기는 부분도 있다는걸 혹시 아시나요?

 

저그래서 소개팅도 못합니다.

친구녀석들은 소개팅이다 노예팅이다 별거 다하는데...

전 서너번 아픈 추억만을 남기고

절대 그런 거 안한다 맹세 도 맹세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 어쩔 수없이 급하게 투임된 3:3 미팅!!!

첫 미팅은 아니었지만 역시 걱정이 앞서더군요.

 

홍대 근처 모 커피숍에서

시작된 미팅 사건...

그리고 당연히 제다 모습을 보이자

소개팅 장소에 나온3명의 여자 애들이 수근거리더군요.

참았습니다.

아니 참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 여자아이가 내뱉은 첫마디...

 

"정...정말 고2맞으세요?"

"....네...."

 

죽고 싶었습니다.

세 명의 가시나들, 키득키득 입을 막으며 웃어대더군요.

전 빨리 이시간이 지나가길 바랬습니다.

'역시 나오는 게 아이였어.'

 

그리고 그렇게 지옥같은 2시간이 흐르고

전 뒤도 안보고 집으로 향했죠.

 

'이러다 정말30대 아줌마들이랑 연애를 할지도 몰라...

그래 그런 날이 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자...'

혼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내 핸드폰으로 이상한 문자가 왔습니다.

처음보는 번호에 이상한 문자...

그리고 다시 10분뒤,

 

헉!왠지 기분이 나쁘더군요.

누군가 나를 놀리는 듯한 느낌이

가슴 언저리에 팍 꽂히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10분 뒤,

 

그리고 전 화장실로 달려가

전화를 걸렀습니다.

"여...여보세요."

잠시 아무 말 없다가 상대 쪽에서

당찬 목소리의 주인공니,

"야!!너 왜 자꾸 문자 씹어!!"

누...누구신데요?

"잘못 문자를 남기신 것 같은데요..."

"야,너 삐리리 고등학교 김삐리리 아니야?"

"너 나몰라?"

"...네..."

이런 황당한 대화 1분 넘게 하다가

그녀가 몇일전

소개팅 장소애 나왔던 여자 중 하나였고

내가 귀여워서 전화 한번 때렸다나 뭐라나 하더라구요.

애가 귀엽다니...정말 취향도 독특한 여자 아이...

 

그렇게 저렇게 반 강제적으로 우린 다시 만났고,

그녀가 거의 깡패 수준의 깡다구와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걸 알았죠.

그리고 전 거의 그녀의 보디가드겸 노예겸 심부름꾼이 되었습니다.

 

왜 반항 한번 안 하고 그랬냐구요?

사실 그녀가 쫌 이뻣거든요.

이쁘면 다 용서 된다면서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더 웃긴 건

그녀가 나보다 한살이 많은 고3이었다는 거죠.

커피숍이나 극장 혹은 피씨방에서 내가 항상"누나,누나"

호칭을 부르고 그리고 깍듯이 존댓말을 쓰면 주변사람들이 다들

우릴 미친 년놈으로 쳐다보곤했죠.

왠지는 잘 아시죠?

분명 다른사람들 눈엔 우린 원조교제 스타일인데

나이 많은 놈이 한참 아래 조카같은 애한테

누나,누나 거리니...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3년여 동안의 에피소드는

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며 3년여 동안

우리 관계도 서로 안 보면 힘든

그런 사랑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제 친구들도 아니, 주변 사람들도

믿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그녀가 3년여 동안

나랑 사귀면서 싸우 건 토라지 거 간에

눈물 한 방울 흘린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녀 친구들은 그녀에게 독한뇬,

혹은 피도 눈물도 없는뇬 하지만

그래도 전 그녀가 세상 누구보다도

맘 여리고 착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8개월 전

제가 군입대를 하던 날 정말 많이 서럽게

그녀가 제 품에 안겨 펑펑 울었거든요.

 

약 30분 가까이...

사랑한다고 정말 많이 사랑하고

그리고 혹시 몸 다쳐오면 죽여버린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장장 8 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제게 편지를 보내옵니다.

거의 그녀의 일기죠.

자기가 오늘은 뭐했고 어떤 뇬이 절라 열받게 했고....

뭐 그런 잡다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엔 항상 이런 글을 씁니다.

 

 

나의 그녀 정말 이쁘지 않나요?

그래서 저두 그녀만 사랑합니다.

죽능 때까지만...

 

참, 이곳 군대에서도

늙어보여 슬픈 야수병이 퍼지고 있습니다.

 

계급장이 달린 모자를 벗고 있기만 하면

일병인 저에게 사방에서 경례를 합니다.

아마도 저를 선임하사나 간부급 정도로 생각을 하나봅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해두겠는데요.

이제 제발 저에게 경례하지 마세요...

무서워요...

 

                                                         .end.

늙어보여 슬픈 야수 이야기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