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임신으로 온통 뒤죽박죽 되어버렸어요

에스메랄다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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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는 빠르면 1년후, 늦어도 2-3년 안에는 결혼하자. 하고 양가부모님 모두 뵜었구요.

이번에 코스모스 졸업이라서 막판에 오빠네 집에 놀러가서 일주일이고 보름이고~ 

아주 신나게 놀았어요. 장거리연애라서 그 동안 많이 힘들었죠.

운전해도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저는 이제 곧 취직을 준비하는 소녀이옵고,

오빠는 일하다가 보름 전쯤부터 척추에 염증이 생겨서

치료중에 집에서 푹 쉬어야 빨리 낫는다고 해서

8월까지 쉬었다가 다시 회사에 나가려는 참이었어요.

하필 이런때에 엎친데 덮친격이랄까. 제가 임신이 되어 버렸네요.

 

일단 무서운 마음에 오빠에게 먼저 얘기하고 오빠네 집으로 갔어요.

남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오빠랑 시엄마랑 셋이서 산부인과 갔더니

아니나다를까,

애기집이 앙증맞게도 1cm자리잡고. 마미~~ 대디~~ 제 뱃속에서는 환청이 들리고.

 

오빠를 많이 사랑하고 정말 많이 사랑하고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라서

계획에 없던 아이가 덜컥 생겨버렸지만 지우고 싶진 않아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제가..

그저 지키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ㅠ.ㅠ;; 구제불능이죠.

오빠도 낳자고, 초심 잃지 말라고, 네가 흔들리면 절대 안된다고 하구요.

오빠쪽 부모님도 이왕에 생겨버렸으니 낳으라고. 노프라블럼, 하시는데~

저희 부모님이 아주 베리베리 빅 프라블럼이에요..

 

어제 저희집와서 오빠랑 같이 엄마아빠 뵙고 아이 낳겠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아빠는 무조건 안된다시며 오빠에게 차 한잔 하고 집에 가라고,

딸 데려다줘서 여기까지 운전하느라 수고 많았다고.. 지금은 격앙되고 흥분된 분위기라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거 같다며 차만 마시고 일찍 집에 가라고 하셨어요.

오빠가 무슨 말을 꺼내보려해도 아빠는 아예 듣지 않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으시며

아니, 더이상 할 말 없네. 듣지도 않겠네.

바리케이트를 철저히 쳐버리니 오빠는 고개만 숙이고 저는 서럽게 울기만 하고.

 

어제 뵙기전에 5일전쯤? 미리 전화로 통화했었거든요 오빠집에서.

아빠께 전화해서 임신했다고,, 처음엔 "어쩔수 없지. 낳아라. 부모가 자식에게 애 지우라고 하는 부모가 어디있냐!" 며 오히려 버럭버럭 하시던 아빠가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전화나 문자로 '다시 생각해봐라. 너에게 많이 실망했다'.. '네 나이가 몇살이냐. 요새 누가 24살에 시집을 가느냐'

 

엄마도 저를 앉혀놓고 말씀하십니다.

결혼하면 여자로서의 인생은 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엄마의 경험을 비롯해서 너에게 얘기해주는거니까 귀담아 들어봐.

엄마도 25살에 시집와서 자식 낳고

그 뒤로 아이 키우는 것 이외엔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로 내 생활이 없어졌다.

결혼하기 전 돈을 벌면 너를 위해 쓰고 네가 먹고싶은 것 입고싶은 것 저축하고 싶은 만큼을

오로지 널 위해 쓸 수 있어. 하지만 결혼하고 난 후 돈을 벌면

순전히 아이에게. 그리고 네가 일하는 동안 네 아이를 봐주시는 시부모 용돈은 안드릴려고?

이래저래 적은 월급 분산되고나면 남는 돈이 있을까.

너 해외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잖아. 네가 앞으로 직장 다니면서 사회경험도 쌓고 여기저기 많은 사람도 만나고 네가 번 돈으로 배낭여행도 다니고. 하고싶은거 다 해보고 시집가도 늦지않을만큼 아직 넌 어린데 왜 벌써 아이를 낳겠다고 하느냐고. 엄마는 시집올 때 외할머니.할아버지가 좀 더 말려주지 않았던 것을 진심으로 원망한 적도 있었다고. 왜 그 때 좀더 거세게 말려주지 않았을까. 살다보니 사랑이 전부가 아닌데. 현실에 치여서 살다보면 사랑은 간데없고 전쟁처럼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데.

 

제가 철없고 어리다는 거 압니다. 평소에도 좀 외로움을 많이타고 의존적이긴 해요.

우스운 건, 친구들 앞에서는 독립투사인듯 지나치게 독립적이고 화끈하고 털털한 캐릭터였다가도

남친이나 가족앞에서는 맨날 징징 짜고 허우적대고 애기처럼 굴고.

오죽했음 남친과 우리가족과 저녁식사하던 자리에서 엄마가 오빠더러

"어린양 받아주느라 참 힘들겠네" 하셨던;;;

 저 초등학교 2학년 때 재혼하셔서 지금 계신 엄마에요.

그래서 남동생은 이복동생인거죠. 하지만 남동생 많이 사랑하구요, 정말 예뻐하구요.

엄마와는.. 다른집 모녀지간처럼 비밀얘기도 하고 상담도 하고싶고 함께 장보러 가고 싶고 한데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으시고..그렇다고 못되게 굴거나 하시는 것은 전혀 아니구요.

현명하신 분이에요. 다만 친아들 외엔 오빠나 저에게 애착이 없으셔서 친해지기가 늘 힘들었죠.

그래도 항상 제가 먼저 말걸고 일부러 앞에서 예쁨받으려 하다보니 어느덧 어린양처럼 되버린 거에요.

제가 유난히 어릴때부터 감수성이 예민했고 고등학교 때는 늘 방에서 눈물지으며 보내다가

대학교 들어가서야 엄마 입장을 이해하고 친해지기 힘들면 그 자체로 만족하는 법을 익혀가며 지내왔거든요. 고3때부터 길러온 고양이는 저번달에 입양보내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고양이 때문에 소파를 새로 살 수가 없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6년지기 친구를;;..

아무튼 그렇게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많이타서 그런것인지

아이는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이에요.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맘인데..

그렇다고 아이에게 제 외로움을 쏟아 붓는 과잉보호 치맛바람 부모가 될 생각은 없어요.

사실 아이를 낳음으로서 오빠랑 같이 있고 싶은 생각도 많구요. ㅠㅠ;;;; 으흑.

 

경험의 중요성. 하물며 부모님 말씀, 저 잘되라고 그렇게 말리는 것인데도

머리속으로는 다 알아듣고 이해하면서도 막상 아이 지우는 건 '만약에'라는 가정도 하기 싫어요.

남친을 너무 사랑하고 절대로 죽어도 낳고 싶은데 ㅠ.ㅠ

하지만 이렇게 사는거나 결혼하고 애낳고 사는거나 행복지수는 다를 바 없을 거 같아요.

오히려 아이를 본 후가 더 행복할지도.

오빠와도 장거리 연애라서 너무 힘들고, 앞으로 어차피 결혼할 사람- 순서가 조금 뒤틀린 것 뿐,

미리 아이를 갖게된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어차피 결혼할 사람인데.

지금 9주된 이 아이를 지우고 다음에 다시 임신하면 건강한 여자는 불임같은거 없다고 엄마 말씀하시는거 너무 속상해요. 그래도 막상 낳고나면 예뻐하실거면서.. ㅠ.ㅠ;;

 

부모님은

지금 당장은 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는 것 보다 너희 두 사람의 현재를 생각해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너로서는 아이보다는 네가 더 중요한거다. 하십니다..

후에 축복받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해도 축하하는 분위기로 그렇게 아이를 낳아야지

지금 이렇게 서두르는 결혼으로 경제적 능력도 없이 아이 낳는건 무슨 배짱이냐, 하시는데..

남친은 저에게 한달월급 250정도로 세식구 충분히 살 수 있다.

처음엔 좀 어렵겠지만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듯이,

비록 작고 아담하게 시작하겠지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겠지만

제 마음이 한결같기만 하다면 함께 노력하고 예쁘게 살잡니다. ㅠ.ㅠ 저 오빠 너무 사랑해요.

둘 다 다혈질인데도 싸우면 금방 화해합니다. 너무너무 좋아하니까, 금방 헤헤 웃어요.

 

아직 말씀은 없으시지만 수일내에 엄마가 저에게 낙태(...)하러 병원가자고 하면

저 그냥 버티고 있을려구요. 안간다. 못간다. 절대로 죽어도~!!!

"어차피 애 낳을건데 자꾸 이러시면 애한테 안좋아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아토피 걸린다는데.."라고 해버릴까봐요.

너무 못된 불효녀인가요. 하지만 아이 꼭 지키고 싶어요.

이미 입덧 한지도 며칠 됐고(너무 힘들어요. 하루종일 배멀미하는듯이 울렁울렁~ 두통까지)

몸도 많이 부어서 예전같지 않고;; 어차피 여기까지 온거 끝까지 달려보려구요.

부모님께 말씀까지 드려놓고 아이를 지워야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말씀 드리지 않고 우리끼리 상의해서 지웠죠. 양가 부모님께 우리 이미지타격 없게;;

하지만 낳을거라는 각오로 결국 어렵게 꺼낸 말이고, 예상처럼 쉽지 않은 지금이지만-

꼭 해피엔딩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러한 케이스를 경험해보신 분이나 굿아이디어가 있다면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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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글쓴지 하루만에 결론이 나버렸어요.

어떻게 할거냐고 빠른결정을 내려야지 자꾸 미루면 몸에도 더 안좋다는 엄마의 말에

낳을거에요.. 하니까, 그러면 짐 싸야지 별 도리가 없네. 하시네요.

"배는 불러오는데 여기에 계속 있을 수 없잖아. 그 쪽 가야지 어쩌겠어. 아빠랑도 얘기해서 내린 결론이니까 정 아이를 낳아야겠다면 큰상자 준비해서 짐 싸고..일단 걔한테 전화해봐라."

오빠한테 전화걸어드리니까 엄마, "그래도 낳기로 결정했다면 두사람 뜻에 맡길테니까 앞으로 설령 힘든일이 있어도 아기 원망 하지 말고 끝까지 두사람 책임지게" 하시네요..

빠른시일내에 데려가라시며 제 핸드폰 다시 저한테 주시는데;; 전혀 맘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이거, 내치는건가요? 짐싸서 가라고..

그럼 저 부모님얼굴 다시 못보는걸까요?

허 참, 난감해 ㅠ.ㅠ 어쨌든 낳을거지만. ㅠ.ㅠ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군요. 이런게 세상인가.

 

혼전임신으로 온통 뒤죽박죽 되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