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 5화 -그거면 충분한거아냐?

문정남200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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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시간 종이 울렸다. 선생님이 나가자 서유민은 기지개를 펼쳤다.

"우아아아아!"

그에게는 지겨운 시간이었다. 전에 있던 학교에서도 되지도 않던 공부가 모범생 고등학교로 전학 온다고 바뀔 수 있는게 아니었다. 서유민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까 자신에게 맞은 학생들 중 한명을 불렀다.

"야!"
"어?!"

학생은 겁 먹은 듯한 표정으로 서유민을 쳐다봤다. 서유민은_

"매점이 어디냐? 배고파서 못 살겠다."
"매,매점이라면....."

학생이 설명을 해주자 서유민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너희들도 밥이나 먹어_"
"어.."

서유민은 교실을 빠져 나갔다_

........
.......
......
.....
....
...
..
.

"으으......뭐,뭐가 이렇게...사람이 많아!"

서유민은 매점에 들어선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매점에는 수많은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음식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그걸 본 서유민은 난감해 하였다.

"제,젠장....왜 이렇게 여자가 많은 거야...여자들이 이렇게 많은 데는...싫은데...할 수 없지..매점은 포기하고....밖에 나가서 뭐라도 사먹고 와야 겠다.."

서유민은 등을 돌려서 매점을 나갔다. 그 순간_누군가가 매점에 들어오면서 서유민과 어깨를 부딪혔다. 서유민이 그를 쳐다보자_

"아, 미안."
"뭐..그럴수도 있지."

서유민은 신경쓰지 않고 매점을 나왔다. 매점에 들어간 학생의 뒤를 두 명의 학생이 따라 들어왔다.

"현상태 , 뭐 먹을 거냐?"
"글쎄...빵이나 먹을까...오늘 엄마가 바쁘다고..도시락을 안 싸줘서..."
"한봉수 , 그러는 넌 어쩔거야?"

한봉수는 조용히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지갑을 꺼냈다.

"어디 보자....딱 5천원 있네."
"좋아! 그럼 우리한테 컵라면 하나씩 사주면 되겠네. 어때? 쏴!"
"이게 죽을려고_"
"아 참....상태야.."

현상태는 조용히 자신을 부른 학생을 쳐다봤다.

"왜?"
"대섭이는 어떻게 할 거냐..."

그러자 현상태는 인상을 찡그리며 한숨을 쉬었다.

"휴.....나도 몰라....그 자식....어떻게 되던지 말던지..젠장...우리 그냥...빵이나 먹자..동혁아..."
"알았어...."

세 사람은 매점에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렸다.

.....

.....
....
.
.
.

서유민은 조용히 교문을 빠져 나왔다. 그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흠...아까 어깨를 부딪혔던 녀석...나와 아침에...어깨를 부딪혔던 그 녀석인데...날 기억 못하는 건가?...뭐...나라도 기억 못하겠지만....그나저나...김대섭...그 자식은 왜 안 보이는 거야? 어제 일을 끝장낼려고 했는데..."

서유민은 어제 일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1학년 주제에...내 얼굴에 주먹을 날려?...시건방진.."

그는 학교 근처에 있는 어느 분식점으로 향했다. 분식점에는 우상고 학생 5명 정도가 모여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서유민은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아줌마! 여기 떡볶이 1인분이랑..김밥 한 줄이요!"
"알았어! 학생!"

잠시 후_떡볶이와 김밥 한 줄이 나왔고 아줌마는 서유민에게 말했다.

"학생, 미안한데...우리 분식집은 선불이라서..."
"선불요? 그럼..."

서유민은 지갑을 꺼내며_

"얼마에요?"
"떡볶이 1500원에 김밥 1000원이니까..2500원이야."
"여기...3천원..."

서유민이 3천원을 건네자 아줌마는 주머니에서 500원을 꺼내어 서유민에게 주었다.

"맛있게 먹어. 학생."

아줌마가 사라지고_서유민은 지갑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서유민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조용히 지갑을 열어보았다. 지갑에는 몇 개의 카드와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서유민은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_

"이 자식....뭐 하고 지낼런지.....부산에서 잘 지낼러나...이 자식은 연락도 안 되고.."

사진에는 서유민과 또 다른 사내가 어깨 동무를 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_

"최창민..."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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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_

"반갑습니다. 최창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 학교에서 여러분들과 잘 지내고 싶습니다."

최창민_수려한 외모에 밝은 눈빛을 지니고 있는 사내였다. 그는 미소를 띄며 학생들에게 말했고 그의 옆에 서 있던 담임 선생은 말했다.

"그럼, 최창민....네 자리는.....그래...저기 맨 끝....박종현의 옆이다."

담임 선생이 가리킨 자리는 맨 끝의 창가 쪽이었다. 그곳에는 한 작은 소년이 홀로 앉아 있었다. 최창민은 그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의 옆 책상에 가방을 놓고는_

"반갑다. 종현이라고?"
"어?!..나,난 박,박종현이라고 해.."
"앞으로 잘 지내보자."

최창민이 미소를 띄었지만 박종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박종현을 무섭게 노려보는 시선들이 여러곳에 있었다_

. . . . . .

쉬는 시간_최창민은 잠이 들어 있었다. 수업을 듣지 않고 잠을 계속 자다가 어느새 쉬는 시간까지 자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 그를 박종현은 쳐다보았다. 그때_

"어이, 똥자루..나와봐."

3학년 학생 세 명이 뒷문에 서 있었다.

"어?"
"뭐 해..빨리 안 나오고."

박종현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자 참지 못한 한명이 걸어오더니 박종현의 멱살을 잡고 그를 일으켰다.

"새끼가...빨랑 빨랑 나오라면 나올 것이지....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그들은 박종현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말리지 않았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때_최창민은 조용히 눈을 뜨더니 몸을 일으켰다.

"야, 저것들 뭐야?"
"저것들?..아..아까 3학년들 말하는 거구나."
"3학년? 3학년이 왜 2학년 교실에 와서 난리야?"

최창민이 한 학생에게 물어보자 그 옆에 있던 학생이 말했다.

"네 짝지..박종현은 원래 3학년이야..소년원에 간다고..지금은 2학년이지만..."
"소년원?"
"그래...한 때는....박종현이 아니라....탱크였지..."
"탱크? 그게 뭔데?"
"말도 마라.....으으...지금 생각만 해도 소름이......"

이야기를 해주던 학생이 끔찍하다는 듯이 고개를 젓자_최창민은 진지하게 물었다.

"다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
....
...
..
.

퍽_

"윽!"
"똑바로 서! 이 새꺄!"

계단에서 박종현은 주먹으로 맞고 있었다. 2층과 3층으로 가는 계단과 계단 사이의 공간에서 3학년 3명은 박종현을 주먹으로 계속 해서 때렸다. 박종현은 맞기만 할 뿐, 아무런 소리도 하지 못했다.

"건방진 놈! 야! 잡아봐!"

뚱뚱한 학생이 뒤에서 박종현을 잡자_

"이 조태일 님의 주먹이나 먹어라!"

조태일이라는 노란 머리의 학생이 주먹으로 강하게 박종현의 복부를 쳤다. 퍽_하는 소리와 함께 박종현은 괴로워하였다.

"크윽..."
"아직 멀었어...예전에 우리에게 까불었던 대가는 치뤄야지..안 그래? 똥자루 탱크님."
"야야야...이번에는 내 차례야.."

또 다른 학생이 그를 때렸지만_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지켜보거나 지나쳤다.

"푸하하하! 똥자루! 어때?! 아프냐?...나도 아프다...크하하하!"

세 명의 학생은 장난치듯이 박종현을 괴롭혔다. 그러다 조태일이 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

"좋아....그럼 이번 시간.....라스트로.....끝내주지!"

그가 주먹을 빠르게 날릴 때_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멈춰!"

그 주위에 있던 학생 모두가 놀라서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자 최창민이 서 있었다. 최창민은 조용히 계단을 올라가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3학년 한 명이 물었다.

"넌 뭐야?...꼴을 보니...우리 학교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종현이 놔줘."
"뭐야?...야! 신태영!"

조태일이 누군가를 불렀다. 그러자 한 학생이 말했다.

"예? 동호선배!"
"이 새끼 뭐야! 우리한테 싸가지 없이 지껄이고..."
"오늘 저희 반에 전학 온 학생인데...아직 겁이 없어서..."
"뭐야?..전학생?! 야! 신태영! 교육 똑바로 못 시켜?!"
"죄,죄송합니다..야! 최창민!"

신태영은 최창민을 불렀다. 그러나 최창민은 그를 쳐다보지 않고 3학년을 계속 노려보았다.

"놔줘. 종현이를.."
"야! 최창민! 까불지 말고 그냥 교실에 있어! 네가 낄 자리가 아냐!"

그 순간_최창민의 눈빛이 신태영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넌 닥치고 있어."

잠시였지만 신태영은 움찔했다. 그러자 조태일이 소리쳤다.

"야! 신태영! 2학년 짱이라는 놈이..이런 자식한테 쩔쩔매?!"
"이,잇.....최창민! 이 개새..."

신태영이 최창민에게 달려가서 주먹을 날리기도 전에 최창민의 오른발이 신태영의 얼굴에 먼저 닿았다. 신태영은 계단을 구르더니 2층에 쓰러졌다. 신태영이 일어나지 못하자_

"자, 종현이를 놔줘. 좋은 말로 할때."
"넌 뭐야?"
"종현이 짝지."
"흥....이 새끼가...전학생 주제에 영웅이라도 되보겠다는 거야?!"

뚱뚱한 학생이 주먹을 날리자 최창민은 간단히 피하더니 그들 사이에 있던 박종현을 들어올렸다.

"내 친구다. 건들지마."
"흥...친구?! 왕따 박종현한테 친구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웃기지마! 그 자식은 영원한 왕따야! 노리개라고!"

조태일이 소리치자 최창민은 박종현에게 말했다_

"넌 2층에 내려가 있어."
"차,창민아.."
"이런 자식들은...가만 놔둘 수 없어."
"하,하지마..선,선배들이야!"
"재수없는 말을 하는 놈은 누구든지 가만 놔두지 않아. 그게 선배든 아니든 간에.."
"하....이 자식! 뭘 믿고 당당한 거야!"

검은 머리의 학생이 달려들자 최창민은 간단히 피하더니 그의 얼굴에 주먹을 정확하게 꽂았다. 그가 '쿵'하면서 쓰러지자 최창민은 뚱뚱한 학생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강하게 뒤돌려 찼다. 뚱뚱한 학생도 쓰러지자_조태일 혼자 남게 되었다.
조태일은 당황한 듯이_

"야..너..너..뭐,뭔데 우리 일에 끼어들고 난리야!"
"말했잖아. 친구라고. 그거면..충분한 거 아냐?"

최창민은 조태일을 향해서 달려가더니 주먹을 쥐고 강하게 그의 얼굴을 쳤다. 조태일의 몸이 공중에 '붕'하고 뜨더니 계단에 '쾅'하고 부딪히고는 쓰러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모든 3학년과 2학년이 그 장면을 보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최창민은 소리쳤다.

"잘 들어. 지금부터 누구라도 내 친구 박종현을 건들면 가만 놔두지 않는다. 예전에 종현이가 왕따였던 아니던 상관없어. 내가 이 학교에 온 이상, 박종현은 더 이상 왕따가 아니다. 만약...2학년이건..3학년이건....내 말을 어기면...다 죽인다."

최창민의 섬찟한 말을 들은 3학년과 2학년은 움찔하고_최창민은 조용히 박종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종현아, 내려갈까?"
"어?...어.."

최창민은 박종현과 함께 조용히 계단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