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의 노래

이현주2006.07.30
조회16
라푼젤의 노래

친구가 되어 주세요...

나는 너무 작아서 창틀 안에 갇혀 있거든요

감기는 두 눈위로 졸음이 밀려들 때면 쓸쓸해지거든요

조심스레 웃고 나면 문틈으로 스며든 두려운 세상의 입김이

내 전신에 닿는데 그 화기가 흉터를 만드느라 아파와서

혼자 울다 보면 지쳐버려요

창 밖에 손님처럼 찾아오는 빗물이 내 침대를 적셔도

알아채지 못할만큼 나는 짙은 고독에 빠져버렸거든요

그래서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내딛어 보는데

방문이 열리지 않아요, 아마도 잠긴 것 같아요

하늘은 수없이 구름들을 그려 내고

밤은 찬란한 조명들을 밝히겠죠?

두 눈이 흐릿해져 볼 수 없는 나는,

두 귀가 어두워져 들을 수 없는 나는,

두 발이 굳어 달아날 수 없는 나는,

거대하고 단단한 쇠문을 밀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검게 드리워진 머리를 따라 하염없이 시간은 흐르고

불안한 그림자는 방 주위를 지키고 있어요

다시 볼 수 없다면, 다시 들을 수 없다면,

다시 걸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세상의 노래는 낯설겠지요?

두려운 파도가 몰아치듯 거세고 냉정하겠지요?

어쩌면 때로는 스스로 밀어내는지도 모릅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바람을 쫓아내는지도 모릅니다

익숙해지다보면 조용한 감옥이

시끄런 바깥보다 나을 수 있거든요..

가끔은 창밖을 통해 보이는 장식된 구름들과 산뜻한 빗소리에

행복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문을 나서려면 큰 마음이 필요해요

넘어져도 괜찮다고, 아파도 괜찮다고, 비틀대도 괜찮다고

노래하며 여행할 거라고 백지같은 뇌속에 끄적여야 하거든요

하루 하루 부축할 소중한 벗을 얻는다면

마음이 돌아설지도 모릅니다

무겁게 짓누르는 목구멍의 돌덩이를

빼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구름이여, 단단한 바다여, 해맑은 사랑이여...

세상이 나를 보고 놀라 비웃지 못하게

가시풀 돋아난 자리마다 쓰러져 지치지 않을 수 있게

영원한 친구가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