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부터 할 짓이 없었다.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새로나온 삼국지 11을 옴팡지게 해볼 생각이였지만불행히도 오늘따라 아버지는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실 요량이신거 같았다.결국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도서관이나 가볼까 하고 11시쯤 집을 나서게 되었는데오늘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아침 신문의 예보와는 달리 아침에는 선선한 날씨여서 저전거를 타고 도서관행을 하기엔 딱 좋은 날이였다. 아무쪼록 도서관에 도착한 나는하릴없이 잡지 몇 권을 집어들고(한겨래 21, 씨네 21)한 시간 남짓 가량 시간 때우기에 돌입! 하지만 이번 주 기사가 영 흥미가 안 맞았던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왕 온 김에 오늘 저녁 요리를 어떻게 만들어 볼까 하고 요리 잡지를 찾아 뒤적이게 되었고조금은 남사스럽지만 도서관에 앉아 23살 남자가 요리책을 펼치고 레시피를 수첩에 받아적기 시작한 것이였다. 여러가지의 음식 목록이 있었지만오늘 나에 눈에 딱 들어온 요리는 <양배추 베이컨 볶음> 왠지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고, 손 쉽게 만들수 있을 것 같아서 나머지 후보군이였던 <돼지고기 김치말이 구이>, <알탕>을 제치고, 어머니가 여행가셔서 요리의 중심축을 잃은 우리 삼부자의 저녁 식탁에 오르는 영애를 안게 되었다. 일단, 하선정 아주머니의 이름을 단 그 요리 잡지 책에 쓰여있는 레시피의 재료는 이러했다. 양배추 3~4잎베이컨 3줄마늘 1쪽간장 1큰 술부추 약간소금, 후춧가루, 식용유 약간 아무튼 레시피를 적어들고도 몇 시간 다른 소설류를 보던 나는 저녁시간이 2시간 정도 임박한 4시30분쯤 도서관을 떠나 우리집 근처의 마트에 들러 재료를 구입했다. 그리고 재료를 사들고 집에 도착한 나는 드디어 대망의 요리실습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양배추는 처음 써보는 식재료라 왠지 맨 껍대기 잎은 뻑뻑할 것 같다는 생각에, 벗겨 버린 다음 그 안에 있는 잎을 4장 정도 준비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맨 겉 껍질도 쓴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지만, 글쎄... 그냥 보기에도 결이 빡빡한게 요리에 넣다가는 식감이 별로 일것만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양배추잎을 4장 뜯어 4cm 정도의 길이로 큼지막하게 썰어냈다. 베이컨은 3줄 정도만 넣으라고 한 레시피와는 다르게 그냥 한 팩(9줄 정도?)을 그냥 통으로 다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고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양배추양은 드립다 많아 보이는데 베이컨이 부족하면 주재료가 너무 묻쳐버릴 것 만 같았다. 준비과정에서 4cm 정도의 길이로 썰어서 모아놓았다. 부추 또한 4cm 길이로 썰어서 체에 놓고 뜨거운 물을 뿌려 숨을 죽이라고 했지만! 이럴수가 요리 미숙으로 홀라당 까먹고 그냥 썰어 놓고 숨을 안 죽여 놓는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 역시 이래서 초보란.. 마늘은 얇게 썰어서 준비해놨다. 레시피에는 따로 양념장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따로따로 후춧가루네 간장이네 넣기가 귀찮아서 한 그릇에 양념장을 만들어 버렸다. 양념장은 간장 한 수저 반, 굴 쏘스 1/2 수저, 후춧가루 1/2 수저, 와인 1수저 반(계량기가 없는 관계로 그냥 일반적인 밥 숫가락을 이용했음 ㅡ.,ㅡ) 이렇게 일단 재료를 준비해 놓은후식용유를 두르고 후라이펜을 달군뒤아까 얇게 썰어놓은 마늘을 먼저 볶기 시작했다.그런데 마늘을 볶다보니 기존의 베이컨보다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왠지 마늘의 양이 부족할것 만 같았다. 고기 요리기 때문에 마늘을 적당히 넣어야 고기 누린내가 덜 난다는 옛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린 나는 그 즉시 냉장고에서 다져논 마늘을 꺼내 반 숫가락 정도 더 넣고 기름에 볶았다. 마늘이 약간 갈색 빛을 띄며 볶아졌을 쯔음썰어놓은 베이컨과 양배추를 후라이펜에 부어 넣었다.그런데, 이게 웬걸? 숨이 안죽었는지 양배추가 너무 많이 보였다. 고기는 보이지도 않고 양배추만 볶는것 만 같았던 것이다.하지만, 다행이도 볶다보니 양배추의 숨이 죽어 쪼그라들더니만적당한 비율로 모양새가 갖춰졌다.(다행이다 요리 망하는 줄 알았다 ㅡ.ㅡ;;) 그런데 하다보니 나중에 양배추를 먹을때 너무 심심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양배추를 먹을때면 그냥 아무 맛도 없이 심심했다는 기억을 떠올린 나는 '음.. 캐찹을 좀 뿌려보면 어떻까?' 라는 발상이 떠올랐고 그대로 캐찹을 꺼내서 대충 적당량 캐찹을 뿌렸다. 그 덕에 <양배추 베이컨 볶음>은 약간의 붉은 빛이 감돌게 되었다. 맛은 어떨지 아직 모르지만 아까보다는 그래도 때깔이 좋은것 같았다. 그 후, 부추 썰어 놓걸 붓고 몇 분 정도 더 볶은 후 요리를 완성시켰다. 대충 내 입 맛엔 적당히 맛있는 것 같았다. 요리가 성공한 기쁨에 가족들에게 저녁 먹으라고 소리를 지르고선 반찬을 꺼내고 밥을 프기위게 전기 밥솥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서 대 반전이 있을 줄이야... 이런.. 밥이 없었다. 그 덕에 다시 밥하느라고 20분이 흘러서야 오늘의 저녁식사를 차릴 수 있었고 다행히 가족들도 괜찮게 잘했다고 한 두 마디씩 격려를 해주었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요리를 한 보람이 뿌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음번에 요리를 한다면 고쳐야 할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부추를 미리 풀을 죽여놨다가 볶는 과정 맨 끝에 넣고 살짝 볶아야 부추의 향이 사라지지 않고 요리에 남아있을수 있다는 점. 너무 일찍 부추를 넣고 볶아서 부추의 향과 맛이 날라가 버려 좀 아쉬웠다. 그리고 양배추를 사용할때는 씻어서 사용할 것. 처음 써본 식재료라 익숙치 못해서 씻을 생각을 못했는데, 누가 그러길 양배추에 농약을 얼마나 들이 붓는다고 하더라. 먹으면서 생각나는 바람에 어찌나 찜찜하던지.. 아무튼 오늘의 저녁식사는 성공이다.후훗, 요 며칠 요리를 하다보니 요리도 어느정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보 요리사의 이야기가 있는 레시피 1화 <양배추 베이컨 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