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김연희200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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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로안은 1976년 창업 당시의 모습 그대로 새로이 단장, 국내외의 많은 시인, 작가, 예술가들을 초빙하여 청업 200주년을 자축하였다. 이때 베네치아는 다음과 같은 찬가를 플로리안에 바쳤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아룸다운 나라.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성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그리고 플로리안은 그 광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십수년전 어느날, 지중해 정오의 햇살이 몹시도 눈부시게 작열하는 성 마르코 광장, 나 또한 이 환상의 도시에 이제야 입성했다는 행운에 들뜬 나그네가 되어 대성당과 통령궁, 종루와 긴 회랑을 여기저기 확인이나 하듯 탐색하고 기웃거렸다. 여기가 바로 성 마르코 광장!
광장은 바닥에 깔린 대리석이나 납작돌 한 점까지도 1,000년 베네치아의 영욕의 역사가 새겨진 비문

나의 들뜬 설레은 광장에 밤의 장막이 내리고 불빛을 휘영청 밝힌 플로리안의 테라스에 자리를 잡은 뒤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티테이블이 얼마나 될까. 길고 긴 테라스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 그들 모두가 한번쯤 꿈꾸었을 베네치아에 드디어 왔노라는 기쁨을 드러내며 흥겹게 파안대소 떠들어댔다. 몃 시나 되었을까? 취기가 오른다. 커피에 이어 마신 포도주 탓만은 아니리라 성마르코 광장이 그리고 베네치아가 나를 이토록 흥분하고 취하게 만든 것일까? 플로리안의 즉석무대에서 타는 폴카에 더 취하기 전에 자리를 뜨자.

아직도 여기저기 환성이 들려오는 광장을 벗어나 호텔로 향한다
운하를 따라 인기척이 드믄 어두운 골목길 두번째 횽예다리 위에서 몸을 굽혀 운하를 내려다보니 홀연히 고독감이 밀려온다.
어쩌다 나그네길에서 맛보아온 에트랑제의 감상적인 고독과는 딴판인 '가벼운'고독이다.
한데 몰리고 서로 스친 비좁은 골목길에서 맛본 베네치아의 가벼움.
일순 베네치아가 바그너의 오페라 무대에 출연함직한 밤바다에 중세풍의 성체와 어우러져 나를 고혹하는 것이 아닌가.

어릴 적 밤바다는 나에게는 언제나 무서운 명계 그러면서도 그 이미지는 짓궂게도 감미로웠다. 에로스와 죽음이 굴절되고 교차되는 베네치아의 변환자재 그 환상을 뿌리치며 나는 홀텔로의 길을 재촉하였다.

일순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내가 어느 순간, 멈추어라
그대는 참으로 아름답다고 말하면
그대는 나를 묶어매도 좋다
바로 나는 기꺼이 사라져 없어지리라.

-베니치아 카페 플로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