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신탕 소문이 나라 밖으로까지 퍼져 보신탕 애호가들이 세계 여론의 포화를 맞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수난치고는 아주 별난 수난이다. 우리야 여름 한때지만 중국에서는 구육(狗肉)이 사계절 진미로서 ‘전천후 요리’의 지위를 굳혔고, 스위스 사람들도 제 집의 개를 식탁에 올릴 만큼 제법 ‘도그스테이크’를 즐긴다는데, 하필 한국이 ‘몬도가네’ 풍속의 종주국으로 덜미를 잡혔다. 특히 ‘베베(BB)'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브리지트 바르도 할머니가 개를 잡아먹는 한국인의 야만적인 행동에 눈물을 펑펑 쏟는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지녔던 왕년의 미모와 연기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적지 않게 마음이 걸렸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쳤는데, 그 이유의 하나는 문화적인 것이다. 음식이란 본래 사람이 살아온 사회와 문화의 궤적이고 그 산물인데, 거기에 어찌 문명과 야만의 척도를 들이대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소를 신주처럼 모시는 힌두교도의 눈에 비프스테이크를 써는 사람이 대체 무엇으로 비치겠으며, 돼지고기를 계율로 금하는 아랍인에게는 ‘돈가스’를 즐기는 사람이 또 무엇으로 보이겠는가? 프랑스의 식도락가는 구더기가 나오는 치즈를 일품으로 치지만, 우리네 관습으로는 장독에서 구더기가 나왔다가는 며느리가 경을 친다. 그런 차이가 물론 소나 돼지나 구더기의 경우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개고기가 식품이냐 아니냐와 같은 문제는 결코 시비의 대상일 수가 없다. 쇠고기와 개고기는 서로 다를 뿐이지, 어느 하나가 높고 다른 하나가 낮은 것이 아니다. 그 높고 낮음을 만약 값으로 따진다면 오히려 개고기 쪽이 더 비싸다. 영양가로도 개가 소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신탕에 자꾸 야만의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비프스테이크를 먹는 인종이 그네들 문명의 우월성을 선전하려는 강박 관념의 소산임이 분명하다. 보신탕이 문화적 제국주의의 덫에 걸린 것은 정녕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보신탕 변론으로 거기에 맞서지는 않겠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다분히 ㉠경제적이다. 나는 물론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개의 불쌍한 처지를 동정하는 바르도 여사의 항의를 무턱대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개에 앞서 사람의 불행한 처지를 고발하지 않는 점은 몹시 불만스럽다. 한 마디로 개를 먹이고 재우는 데에 드는 돈과 정성을, 먼저 사람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에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 인구의 35%가 적정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절대 빈곤’의 수준에 있고, 다시 그 절반이 아사(餓死)의 위기에 처한 ‘기아 인구’이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2%만 여투어 내면 이들이 건강 유지에 필요한 최저 칼로리를 취할 수 있다. 국제 기구들의 긴급원조가 없는 한, 올해도 1800만 명의 아프리카 주민이 오직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어야 한다.
나는 애견가들에게 이런 거창한 인류의 숙제를 떠맡기려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보신탕을 먹으면 이런 문제가 풀린다고 외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인권의 기본인 생명 유지조차 위협받는 상황에서 견권 보호의 항의가 매우 사치스럽다는 얘기만은 분명히 전달하고 싶다. 우리 주변에서 굶주리는 사람이 사라질 때 나는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개밥 코너를 흘겨보지 않을 터이고, 우리 주위에 헐벗은 사람이 없을 때 나는 개 미용실의 허영을 야유하지 않을 셈이다. 아무리 못나도 사람 팔자가 개 팔자보다 나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휘}
-몬도가네: 엽기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를 담은 영화에서 유래하여, 그러한 행위를 뜻하게 된 말.
-궤적: ①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② 선인(先人)의 행적(行蹟). ③자취.
-강박관념(强迫觀念): 아무리 떨쳐 버리려 해도 자꾸 마음에 떠오르는 불쾌하거나 불안한 생각.
-제국주의(帝國主義): 군사적․경제적으로 남의 나라나 후진민족을 정복하여 자기 나라의 영토와 권력을 넓히려는 주의.
개고기!! 먹냐 마냐..-_-
한국의 보신탕 소문이 나라 밖으로까지 퍼져 보신탕 애호가들이 세계 여론의 포화를 맞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수난치고는 아주 별난 수난이다. 우리야 여름 한때지만 중국에서는 구육(狗肉)이 사계절 진미로서 ‘전천후 요리’의 지위를 굳혔고, 스위스 사람들도 제 집의 개를 식탁에 올릴 만큼 제법 ‘도그스테이크’를 즐긴다는데, 하필 한국이 ‘몬도가네’ 풍속의 종주국으로 덜미를 잡혔다. 특히 ‘베베(BB)'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브리지트 바르도 할머니가 개를 잡아먹는 한국인의 야만적인 행동에 눈물을 펑펑 쏟는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지녔던 왕년의 미모와 연기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적지 않게 마음이 걸렸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쳤는데, 그 이유의 하나는 문화적인 것이다. 음식이란 본래 사람이 살아온 사회와 문화의 궤적이고 그 산물인데, 거기에 어찌 문명과 야만의 척도를 들이대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소를 신주처럼 모시는 힌두교도의 눈에 비프스테이크를 써는 사람이 대체 무엇으로 비치겠으며, 돼지고기를 계율로 금하는 아랍인에게는 ‘돈가스’를 즐기는 사람이 또 무엇으로 보이겠는가? 프랑스의 식도락가는 구더기가 나오는 치즈를 일품으로 치지만, 우리네 관습으로는 장독에서 구더기가 나왔다가는 며느리가 경을 친다. 그런 차이가 물론 소나 돼지나 구더기의 경우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개고기가 식품이냐 아니냐와 같은 문제는 결코 시비의 대상일 수가 없다. 쇠고기와 개고기는 서로 다를 뿐이지, 어느 하나가 높고 다른 하나가 낮은 것이 아니다. 그 높고 낮음을 만약 값으로 따진다면 오히려 개고기 쪽이 더 비싸다. 영양가로도 개가 소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신탕에 자꾸 야만의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비프스테이크를 먹는 인종이 그네들 문명의 우월성을 선전하려는 강박 관념의 소산임이 분명하다. 보신탕이 문화적 제국주의의 덫에 걸린 것은 정녕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보신탕 변론으로 거기에 맞서지는 않겠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다분히 ㉠경제적이다. 나는 물론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개의 불쌍한 처지를 동정하는 바르도 여사의 항의를 무턱대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개에 앞서 사람의 불행한 처지를 고발하지 않는 점은 몹시 불만스럽다. 한 마디로 개를 먹이고 재우는 데에 드는 돈과 정성을, 먼저 사람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에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 인구의 35%가 적정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절대 빈곤’의 수준에 있고, 다시 그 절반이 아사(餓死)의 위기에 처한 ‘기아 인구’이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2%만 여투어 내면 이들이 건강 유지에 필요한 최저 칼로리를 취할 수 있다. 국제 기구들의 긴급원조가 없는 한, 올해도 1800만 명의 아프리카 주민이 오직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어야 한다.
나는 애견가들에게 이런 거창한 인류의 숙제를 떠맡기려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보신탕을 먹으면 이런 문제가 풀린다고 외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인권의 기본인 생명 유지조차 위협받는 상황에서 견권 보호의 항의가 매우 사치스럽다는 얘기만은 분명히 전달하고 싶다. 우리 주변에서 굶주리는 사람이 사라질 때 나는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개밥 코너를 흘겨보지 않을 터이고, 우리 주위에 헐벗은 사람이 없을 때 나는 개 미용실의 허영을 야유하지 않을 셈이다. 아무리 못나도 사람 팔자가 개 팔자보다 나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휘}
-몬도가네: 엽기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를 담은 영화에서 유래하여, 그러한 행위를 뜻하게 된 말.
-궤적: ①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② 선인(先人)의 행적(行蹟). ③자취.
-강박관념(强迫觀念): 아무리 떨쳐 버리려 해도 자꾸 마음에 떠오르는 불쾌하거나 불안한 생각.
-제국주의(帝國主義): 군사적․경제적으로 남의 나라나 후진민족을 정복하여 자기 나라의 영토와 권력을 넓히려는 주의.
-아사(餓死): 굶어 죽음. 기사(饑死).
-여투다: 물건이나 돈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
정운영, <보신탕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