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은 ‘시기’가 아닌 ‘능력’의 문제

김재엽200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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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국방현안 가운데 하나는 국군의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정확히 말해 ‘단독행사’) 여부 및 적정시기에 대한 논쟁일 것이다. 지난 6.25 전쟁 초반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적 적대상태 지속’이라는 조건 아래 UN군 사령관 자격으로 참전한 미군의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에게 국군 작전권을 이양한 이래 반세기 동안 한국군의 군령권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놓여 왔고, 실질적으로는 그보다 위인 미군 합동참모본부 등 미 국방당국의 영향을 받아왔다.

 

지난 1978년 한미 연합사령부의 창설로 이것이 한미 양국의 공동행사로 다소 개선되고, 1994년부터는 평시 작전통제권의 환수가 이루어졌지만 근본적 변화라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집권 당시부터 수평적 한미관계를 강조해 온 노무현 행정부의 출범으로 전시 작전통제권을 비롯한 기존의 군령체제에 대한 변화 논의는 예상되어온 일이었다. 다만 임기 초에는 북핵 위기의 악화나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추가파병 등과 같은 워낙 굵직한 현안들이 제기되면서 다소 묻혔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19일 제4차 북핵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별도 논의기구 마련’이 합의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금년 초에는 노 대통령이 직접 “금년 안에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위한 미국과의 향후일정(일명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미 연례안보협력회의(SCM)에서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면 향후 5~6년 이후인 2012년 전후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동안의 안보 근간이었던 한미 안보동맹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살아있다. 언론과 관련 연구가들은 물론 노무현 행정부의 국방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했던 김희상 전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예비역 육군중장)에 이어, 오늘 오후에는 역대 국방장관들도 현재의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의가 시기상조라면서 아예 중단을 요구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과 국방당국이 단독 행사하는 경우의 득과 실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을 제대로 이해할 때 전시 작전통제권을 둘러싼 현재의 논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얻는 것부터 살펴보자. 본질적으로 군대는 전쟁과 이에 준하는 안보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주한미군 사령관(미 육군 4성장군)이 한미 연합사령관의 자격으로 한국군의 유사시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존 체제에서는 분명 한국 스스로의 판단과 의지에 맞는 군사행동을 실시, 준비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 보기로 지난 1994년 12월 평시 작전통제권이 환수된 이후에도 군 경계태세(일명 데프콘) 조정과 전시 작전체계와 군사교리의 수립, 조기경보를 위한 정보관리를 비롯한 유사시 핵심 군령권한이 ‘연합권한 위임사항’(CODA)의 형태로 한미 연합사령관(=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위임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국군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 행사하게 된다면 위와 같은 부문에서 완전한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다분히 심리적,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점에서 득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주권국가의 기본적인 권한인 군령권이 외국(설령 동맹국일지라도)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 나타났던 국민적 자긍심의 손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지휘체제를 핑계로 ‘남조선의 군은 미국의 지휘를 받는다’는 식의 흑색선전을 일삼거나, 군비통제 문제를 비롯하여 한국과의 직접적인 안보 현안문제 논의를 회피해 온 바 있다. 따라서 북한에 그러한 구실을 더 이상 주지 않기 위해서도 이제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이 단독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잃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그동안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인 동맹 미국과의 연합 지휘체제를 근거로 보장받아 온 각종 군사지원 체계가 이전보다 훨씬 약화되거나, 아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일 것이다. 미군 4성장군(즉,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군의 군령권에 관여할 수 있는 현 지휘체제는 한국에게 제약을 가하는 측면도 분명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필요한 경우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자동적인 책임과 군사적 지원을 보장하는 근거가 되어왔다. 북한에 대한 각종 군사정보와 최대 60만 이상의 유사시 미군 전력증원(미 해군의 40%, 공군의 50%, 그리고 해병대의 70% 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이 국군이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경우에는 양국의 연합 지휘체제를 전제로 해 온 기존의 한미 연합사령부는 어떤 식으로든 해체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더 이상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을 갖지 않으므로 유사시 한국에 대한 정보 공유, 대규모 전력증원을 제공해야 할 근거가 이전보다 훨씬 약화되는 것도 물론이다. 심지어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을 보증하는 척도가 되어 온 주한미군의 주둔 규모도 추가적인 감축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만일 한국이 제대로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으려면 그동안 당연시 여겨져 온 미국의 정보 공유, 유사시 전력증원 등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자체 전력강화가 요구된다. 요컨대 최소한 위기 및 전쟁초기에 한국이 독자적인 전쟁 억지와 주도적 입장에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국방개혁 2020’에 포함된 고급 수준의 무기체계들(조기경보통제기, 군사위성, 탄도-순항미사일, 이지스함, 중대형 잠수함, 장거리 전폭기 등)과 군령체제의 핵심인 합동참모본부 확충 등이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주요 전략무기들의 전력화 시기는 2012년 전후로 맞춰져 있다. 이 시기는 현재 전시 작전통제권의 단독행사가 개시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장 유력한 연도이기도 하다. 어쩌면 시기를 못 박아서 정부 및 국회에 해당 무기체계 확보에 필요한 대규모의 예산 집행에 차질을 없애겠다는 계산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예산 확보에 있을 것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노력으로 국방예산이 다시 증액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당초 계획된 각종 고급 무기체계의 획득시기와 규모도 예산 등의 문제로 지연 내지는 축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시 작전통제권의 단독 행사를 특정 시기로 맞춰 버린다면, 그것은 분명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잔소리는 듣지 않으니 속이야 후련하겠지만, 대신 그동안 약속되어온 최고 수준의 혜택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면서 고립무원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요컨대 준비되지 않은 전시 작전통제권의 단독행사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큰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위한 노력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에 천년만년 안주하자는 소리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 할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위에서도 살펴보았듯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통해 잃을 수 있는 것은 매우 구체적이며 당장 안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 반면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분히 추상적이다. 그 조차도 기존의 한미 연합방위체제 해체를 상쇄할 정도의 대안이 갖춰져야만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시 작전통제권의 단독행사 추진은 단순히 특정 시기에 맞춰 강행하기보다, 이를 뒷받침할만한 능력의 철저한 확인을 전제로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외국군 장성이 국군을 지휘하게 할 수는 없다’는 민족주의적 감정이나 ‘군사주권을 회복한 지도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알량한 공명심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과 후세에 평화롭고 번영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노무현 행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시도는 ‘자주국방’이 아닌 ‘자해 내지 자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국방당국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P.S: 굳이 연도를 기준으로 하자면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2012년은 최단기간 이내를 전제로 한 것이며, 꽤 아슬아슬하다고 할 수 있다. ‘국방개혁 2020’에 따르는 전력강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빨라야 2012~15년, 만일 다소 차질이 생길 경우에는 2015~20년 사이가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