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둘. 자전거 판 여자

이성수2006.08.04
조회10
열둘. 자전거 판 여자

몇 십 번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었어요.

그 사람이 준 선물인데,

돌려주기도 뭐하고, 팔기도 그렇고,

갖고 있자니..볼 때마다 그 사람 생각이 나고..

그래서 그냥 동네 자전거포에 갖다줘버렸거든요.

  

"아저씨..이 자전거..그냥 필요한 사람한테 팔든지, 주든지

 마음대로 해 주세요"

  

 근데..이런 일이 일어나 버릴 줄 알았으면,

 그냥 내 곁에 둘 걸 그랬나 봐요.

 지금 전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

 1층 로비에 앉아 있습니다.

 매점 언니는 과일을 파는 데 정신이 없고,

 인터넷 앞에는 환자복을 입은 젊은 사람들이 앉아서

 인터넷 고스톱을 치고 있고,

 가운을 걸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네요.

 그 가운데 서 있는 난..또 바보처럼 눈물이 나려고 해요.

 엄마가 쓰러져 의식을 잃어버리는 일,

 정해진 면회 시간에만 엄마 얼굴을 볼 수 있는 일,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는 일,

 그런 일이 하루아침에

 그냥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 아니라는 걸,

 나와 상관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된지..이제 일주일쨉니다.

 의식 없는 엄마를 응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오던 길,

 무섭고 두려워서, 세상이 끝나 버린것 같아서

 내내 그 사람 이름만 불렀어요.

  

 "현우야..현우야..."

  

  다음날, 간단하게 짐을 챙기려 집으로 가던 길,

  멍하니 걷다가보니까,

  자전거포 앞에 서 있는 저를 발견했죠.

 

  "아저씨, 그 자전거..그거..제가 다시 사가면 안될까요?"

  "그 자전거? 어쩌지? 새거라서 그날 바로 팔려버렸는데...

   다른 자전거로 골라서 그냥 가져가요"

  

   순간, 자전거 패달이 멈춰버린 것 처럼,

   심장이 멈춰버렸어요.

 

   "다른 자전거는 필요 없어요. 꼭 그 자전거야 하거든요"

  

   자전거를 돌려주겠다는 핑계로 그 사람을 한번만..

   딱 한 번만..다시 보고 싶었는데,

   이젠 그럴수도 없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자전거처럼,

   잃어버린 사랑도

   다시 패달을 밟으면 달릴 수 있을 거라고...

  

   - 오늘 나왔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