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심유철2006.08.06
조회53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 요즘은 어때?

 여자의 간단한 물음..
 그래도 남자는 질문의 의미를 다 알아듣고 좀 쑥스러워 합니다.

 - 좋아~  이젠 뭐.. 다 지난 일이구
   내가 그동안 좀 헤맸지 뭐.

 그리곤 잘그닥, 플라스틱 탁자위에 놓인 쇠젓가락이 움직이는 소리.
 젓가락을 내려놓은 여자의 낮고 조심스런 목소리.

 - 다 지났다고 하니까 다행이다
   주위에서 니 걱정 많이 했었어

 하지만 그 말은 정확한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걱정을 한 사람은 아마도 그녀 혼자뿐..
 나머지 사람들은 흉을 봤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테니까..

 다시한번 잘그락, 빈 젓가락만 부딪히는 소리.
 오늘따라 손님도 별로 없는 포장마차.
 남자는 적막함을 깰 요량으로 자기의 잔을 들어 보입니다.
 또각, 소주잔 두개가 잠시 부딪히는 소리.
 달그락, 여자가 술잔에 입만 대고 내려놓는 소리.
 덜그럭, 남자가 다 들이킨 술잔을 탁자위에 올려놓는 소리.

 - 결심하고 나니까 별일도 아니더라
   그동안 그 쉬운걸 왜 못했나 몰라.
   그냥 전화 안하고, 얼굴 안보고..
   그러면 이렇게 자동으로 끝나는건데.
   괜히 사람들한테 욕먹고, 인생 꼬인다는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내가 왜 그랬나 몰라

 남자의 웅얼거리는 소리.
 그제야 안타까웠던 마음을 겨우 표현하는 여자의 말소리.

 - 그러게 왜 그랬어~
   너하고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 말에 남자도 새삼 생각합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 내가 좀.. 힘들었던거 같애
   어디에든 뛰어들고 싶었던 그런 시기였던거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 사람 보게된거 같기도 하구.
   좋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같이 있으면 너무 편하고,
   같이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같이 있으면 자꾸 웃게 되고, 그래도 뭐 이젠 다 끝났으니까..
   이젠 같이 있을 일도 없으니까..

 말하는 동안 한번도 고개를 들지 않는 남자.
 여자는 그런 남자의 입술과 눈동자를 번갈아서 봅니다


 넌 아직 멀었구나.
 니 입은 다 끝났다고 말하는데 니 눈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하고 있구나.
 뭘까?
 니가 사랑해도 되는 나는 너한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니가 사랑하면 안되는 그 여자는 너한테 사랑을 받는 이유..

 왜 나는 아닐까..
 너는 왜 아직도 이렇게 멀리 있을까..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