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은 참 편하다.

김동진2006.08.06
조회11,978
네티즌은 참 편하다.

한 발짝.

발 하나만 빼버리면 모든게 해결된다.





수박밭에서 신발끈 고쳐매고 있는

갑돌이란 사람을 내가 봤다.

근데 내가 보기엔 그 모습이 영락없는

수박 훔치는 사람같이 보인단 말이지.

그래서 온 동네 담벼락에 낙서를 하지...

갑돌이란 놈은 수박도둑이라고 말야.

물론 당연히 낙서하는 내 이름은 안밝혀.

낙서를 본 사람들은 수근거리겠지.


"그놈 그럴줄 알았다니깐..."

"난 그넘 저번에 참외 훔치는 것도 봤어."

"내가 잘 아는데 그녀석 완전 도둑질 하려고 태어난 놈이야."


이제 갑돌이는 마을에서 완전히 도둑놈으로 낙인찍히지.

가는 곳마다 죄인취급 당해.

근데 그러다가 어떻게어떻게 해서 오해가 풀려.

그럼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그냥 그걸로 끝이지.

갑돌이 욕하던 사람들? 그냥 잠깐 조용하면 그만이야.

낙서한 나는 어떻게 하냐구?

뭘 어떻게 해. 내가 낙서한 거 아무도 모르는데...

컨디션 봐서 그 낙서 밑에 미안하다고 익명으로 한줄 적어놓지뭐.



수박밭에서 신발끈 고쳐매는 행위를 한게

어느정도의 책임이 있지 않냐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신발끈 고쳐매어 오해를 부르게 하는 행위와

도둑으로 오해하여 모욕을 주는 행위.

둘 중에 경중을 따진다면 어느 것이 우선이 될까?




아 물론 진짜 수박을 훔치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맨

갑석이란 놈도 있을 수 있어.

그럼 뭐 욕먹어도 싸지.

다만 그 욕을 해야할 타이밍은

적어도 수박을 훔치기 위한 목적이 드러나고 난 후야.









어제 이대 벽보와 설문조사에 관한 글 올라와서

오베에 간 거 기억하실 겁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벽보가 이대꺼란거 --> 오해.

벽보가 나붙게 된 원인(붙기전에 학교내에서 있었던 성폭력) --> 생각도 안함.

여성부 예산이 많네요 --> 통합 후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육예산임은 조사 안함.

출산율 저하 --> 출산율 하락이 여자가 애낳기 싫어해서인줄로 착각.


물론 글은 지워졌습니다.

(삭제되었는지 자삭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조사해보면(요즘 학생들 검색은 필수 아닌가요)

앞뒤 전혀 안맞는 글임을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욕부터 하기 바쁘죠.



특검에 뭐가 잘못되었다. 뭐가 잘못되었다.. 라고 올라오는 글.

아 물론 정말로 잘못된 글에는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조사는 해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주장이 오해나 잘못된 분석은 아닌지 알아보고

올려야 하는게 정상 아닌가요?

무개념 애들 판치는 웃자야 그렇다치고

특검은 나름대로 말빨 자랑하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모인 곳 아닙니까.

올려놓고나서 내가 올린게 틀린 거면

그냥 한발짝 빼버리면 그만인 건가요?


"아.. 아는 형한테 들었는데 아닌감?"

"학원가니까 애들이 다 그러든데..."


이렇게 한발 물러서면 그냥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오해받은 대상들은....?

하소연 할 곳도 배상받을 곳도 없어요.



큰 힘일수록 큰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제가 갠적으로 좋아하는 스파이더맨 영화에도 나오는 말이죠.

전 네티즌 하나하나의 힘이 모이면

정말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네티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커다란 힘에 비해

그것을 커버하는 큰 책임감도 갖고 있을까요?

책임지지 못할 힘 따위...

차라리 안쓰는 것만 못하다고 봅니다.